현재 이무기의 공습영화인 '디워'와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휴가'의 극장가 점령이 한창이다.
먼저 이들 영화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다.
화려한 휴가는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실제 다큐에 해당하는 영화다. 투입된 단지 그 배경에 배우들의 연기가 실려있을 뿐이다. 때문에 소시민으로 살았던 과거 광주 민초들의 웃음과 유머가 영화에 간간히 드러나있다. 그렇지만 화려한 휴가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과거 광주에 있었던 사람들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단지 그 시대에 그렇게 살았을 사람들을 스크린에 부활시켜 놓은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극장 관객수 최대 동원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인터넷 사이트를 돌고 있다. 그 중심에 화려한 휴가가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600만명을 동원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오고 있으며, 여기저기 개인 블로그에서는 화려한 휴가에 대한 기사들이 올라와 있다.
한가지 묻고 있다. 과연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5.18은 어떤 의미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일까.
5.18은 실제 일어났던 일이며, 죽어간 사람들과 현재 그 죽어간 사람들을 뒤로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필자는 이들 스크린에 보여지는 주인공들은 하나의 시선으로 보고 싶다. 현재 5.18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들 주인공들은 그 시대의 눈이 되어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왠지 하나의 부족함이 남아있는 듯한 이유는 무엇일까. 솔직히 말해 5.18에 대한 필림을 본 사람이라면 그 생생한 필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화려한 휴가는 그 시대의 문제를 현재의 시선에서만 바라보려는 의도가 내비쳐진다.
쉰들러리스트를 보면 특별한 샷을 사용하거나 제작비를 많이 들여 스펙타클한 형태의 영화는 아니지만, 보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한 영화다. 그것은 과거의 사건을 한사람의 시선을 통해 후대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다큐에 가까운 형태를 띠기 때문이다. 광주 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근대사에 가장 치욕의 역사로 기억될 수도 있는 일이다.
화려한 휴가의 영화는 단순히 사람들의 관객수를 떠나 부끄럽고도 잊혀져가는 암울한 우리 현대사를 끄집어내고 있는 영화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과거 해방후 6.25를 그리고 있듯이 말이다. 사람들은 그렇기에 화려한 휴가를 보고 눈물을 짓는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화려한 휴가의 배급사나 지지단체들의 행위를 보고 있으면 과연 그들에게 5.18은 어떤 하나의 논란거리를 만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과거의 일 앞에 숙연해지고 머리 숙여야 하는데도 이를 마치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행위는 과감하게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화려한 휴가에 이어서 천만관객이라는 이상에 도전하는 영화인 디워는 사실 개봉첫날부터 관객의 매진을 이어가며 현재 700만을 넘어서고 있는 영화다. 헐리우드에 버금가는 CG, 국내기술..... 미사여구는 많다.
그렇지만 정작 이 영화의 배경은 왜 미국이어야만 했을까. 국내 기술을 내세우며, 애국심에 호소하는 듯한 심형래 감독의 말처럼 마치 미국을 쳐부수기 위해서라야 옳을까. 사실 영화를 보면서 과연 이 영화가 국내영화로 분류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며 외국영화로 분류해야만 하는 것일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심형래 감독은 언제나 그렇듯 늘 '코미디언이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다들 웃고 비웃는다고 말을 꺼냈었다. 그렇지만 누가 심형래라는 인물에 대해서, 그가 과거에 코미디언이었다고 해서 비웃는다는 얘기일까.
영화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이 들어가야 하는 것은 사실이며, 이러한 환타지 SF영화의 경우에는 특히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디워가 개봉하기 시작하자 소위 심형래 감독을 깎아내리는 듯한 이슈 프로그램들이 생겨난 것은 사실이다. 필자역시 그 프로를 본 사람중에 하나다.
하지만 과연 그 프로를 보면서 어느 누가 공감했을까 생각된다. 도리어 디워는 그러한 충무로와 전문가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흥행을 질주하고 있다. 어쩌면 같은 영화임에도 만약 심형래라는 인물이 아닌 다른 충무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디워를 제작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아마도 디워는 과거 봉준호 감독이 만든 괴물의 아류작으로 분류될 수 있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최상위가 아닌 화려한 휴가 밀려 흥행 2위에 놓여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왜냐하면 디워는 국내기술이지만 등장하는 인물이나 주인공들은 한국적이지 않는 영화에 속하기 때문이다. 단지 이무기라는 소재 하나만이 한국적이라는 이미지로 남을 뿐이다.
결국 이슈거리들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고, 그들의 배타적 시선이 관객들의 공격을 맞은 꼴이 된 셈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은 단순하다. 소위 그들이 말하는 명분이나 배경을 떠나 재미와 감동, 아니면 오락에 이끌리게 마련이다. 수학적 논리를 앞세우는 영화는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단순한 원리를 모르는 것일까.
필자는 이 두 영화가 한국영화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놓기를 바란다. 단지 흥행만을 바란다면 관객은 먼저 극장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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