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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양쉬춘은 지난 17일 열린 여자 49kg급 예선 1회전에서 9-0으로 리드하던 중 종료 12초를 남기고 불법 장비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실격패를 당했다.
당시 심판진은 발뒤꿈치에 공인되지 않은 센서 패치 2개를 발견해 기술위원들의 회의 후 실격을 선언했다. 양쉬춘은 실격패를 당한 뒤 경기장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면서 경기장을 한참 동안 떠나지 않고 시위를 벌였다.
양쉬춘은 예쁘장한 얼굴과 뛰어난 태권도 실력으로 대만내에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스타. 그래서 대만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대만인들의 분노가 한국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부 시민들은 양쉬춘의 실격패가 나온 뒤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찢고 불에 태우는가 하면 한국산 라면을 밟로 밟는 등 노골적으로 반한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대만 주요 언론들이 이같은 장면들도 여과없이 전하고 있다.
대만인들이 개최국 중국이 아닌 한국을 향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번 판정에 한국계 심판위원이 개입됐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주심은 필리핀인이었고 부심은 중국, 쿠웨이트, 타지키스탄인이었다. 더구나 한국은 양쉬춘이 출전한 체급에 선수를 내보내지도 않았다.
심지어 이번 실격패 사건을 두고 마잉주 총통을 비롯해 정부 각료와 정치권까지 들고 일어섰다. 마잉주 총통은 "대만인들은 이번 실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부는 반드시 선수의 방패가 돼야 한다. 대회 주최측에 사고원인을 상세히 조사하도록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정부 대변인은 "국제 법정 소송을 제기해 처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까지 밝히기도 했다. 야당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만인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이처럼 흥분하는 이유는 태권도가 가진 위상 때문이다. 대만에서 태권도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스포츠다. 대만의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겨준 종목이 바로 태권도이기 때문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여자 49kg급의 천스신과 남자 58kg급의 주무옌이 대만 건국 이래 첫 금메달을 선물했다.
아테네올림픽 이후 대만에서는 엄청난 태권도 열풍이 불었다. 심지어 태권도를 주제로 한 드라마까지 제작됐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태권도 국가대표들은 연예인을 능가하는 톱스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태권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제대회에서 대만이 불이익을 받는다는 불만도 함께 높아졌다. 특히 올림픽 등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밀려 제대로 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국민들의 피해의식을 키웠다.
실제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대만 선수가 금메달을 따더라도 국기 대신 대만 올림픽위원회기가 올라가고 국가도 울리지 않는다.
대만 관영 중앙통신은 1990년대 이래 대만이 국제 태권도 무대에서 불이익을 당한 4가지를 열거하면서 "대만은 언제나 손해를 봤다. 광저우가 최초가 아니고 절대로 최후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대만 언론들은 최근 자국내 한국에 대한 반감정서를 이번 사건과 연관시키면서 국민들을 자극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 양쉬춘의 실격패와 관련해 논란이 확산되자 국제태권도연맹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장비검사때는 센서가 없었는데 경기 때는 있었다. 이는 경기 중간 의도적으로 속임수를 쓰려고 붙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도 "양쉬춘의 탈락은 당연한 결과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표면적 원인은 역시 불법 센서를 달고 나온 대만 선수에게 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이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대회 주최측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어쨌든 대만 태권도 선수의 실격패가 엉뚱하게 반한정서로 이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는 대만 내에 한국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깊숙히 자리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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