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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시간

봉주르,뚜르

 

<봉주르,뚜르>는 얼마전에 딸과함께 대형서점에 갔다가 책을 홍보하는 광고 전단지들 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책이었다.

프랑스 뚜르의 첫날,달빛 속에서 한글낙서를 발견하다...라는 문구는 왠지 먼 타향에서 벌어질 한글과 관련된 미스테리한 사건이 숨어있는 추리동화일지 모른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그러나 책은 나의 예상과는 빗나간 분단현실을 소재로 삼은 동화였다.

파리에서 살다가 조용한 시골도시 뚜르로 이사온 첫날 봉주는 자신의 방 책상에서 의문에 쌓인 한글낙서를 발견한다.

그것은 '사랑하는 나의 조국,사랑하는 나의 가족....살아야한다.'라는 글자였다.그때부터 봉주는 안중근의사 같은 독립투사도 떠올려보며 낙서의 비밀을 캐기위해 노력한다.그러다가 전학간 뚜르의 학교에서  첫날 모든게 의문투성이인 일본인 아이 토시를 만나게되고,한글 낙서의 비밀이 밝혀지는 데....

이 책은 봉주와 토시 두 아이를 통해 어느 순간 누구에게나  맞닥뜨릴 수 있는 분단문제를 자연스럽게 녹아내린 것이 높이 평가되어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대상을 차지한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인 한윤섭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생소하였는 데 알고보니 희곡작품을 두루쓰던 작가로 프랑스의 유학시절 마주친 뚜르에서의 기억을 통해 그의 첫 동화 <봉주르,뚜르>을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분단현실을 프랑스를 배경으로 보여준 점도 독특하였지만,무엇보다 우연히 발견한 한글낙서의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기법을 가미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6.25전쟁도 경험해 본 적없는 우리 세대에서 분단의 비극이란  뼈아프게 다가오는 현실이 아니다.나의 평범한 일상에서 분단현실은 늘상 가슴에 와닿는 현실이 아니다.그저 천안함사건이나 연평도 폭격사건처럼 가끔씩 벌어지는 사건을 접할때면 한쪽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우리는 아직 분단국가였지'라는 걸 잠시나마 생각할뿐이다.그리곤 만일 통일이 된다면...이라는 문제에 부닺쳤을 때도 지금까지 휴전선으로 갈라져 같은 민족이란 동질감은 세월만큼이나 빛이 바래고 이젠 다른 나라 다른 민족쯤으로 여기는 그들과 다시 손을 잡는 건 평화로운 나의 일상에도 혼란을 초래하는 중대한 사건으로 ...그렇게 이기적인  생각들이 자리잡은지 오래다.

솔직히 천안함사건이나 연평도 폭격사건도 당장 내가족이 내 주변 사람들이 당한일이 아니니 직접 와닿은 것도 없다.그런데 이 책<봉주르,뚜르>를 읽고 만일 내가 그들..북한사람들과 만난다면 어떤일이 벌어질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그리고 당장 나에게 벌어진 일이 아니라고 무시했던 일련의 사건들도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소름끼쳤다.

토시가 자기가 바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봉주가 북한은 알아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어느 나라인줄 몰라 했던 것처럼 또 ,봉주가 토시가 북한사람이란걸 알고 북한 하면 핵폭탄과 미사일을 떠올리며 무서워 했던 것처럼 우리의 아이들 대부분은 그렇게 북한에 대해서 많이 모르고 일련에 벌어진 사건들 때문에 더더욱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이 책을 통해서 북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책에는 어째서 토시네 가족이 프랑스까지 건너가 일본인 행세를 하고 사는지에 대해선 자세히 나와있지 않다.어쩌면 그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때문일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이제 자신들앞에 드리워진 어두운 현실앞에서도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려는 봉주와 토시의 노력이다.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며 진정한 친구가 되려는 순간 어두운 현실은 둘을 갈라놓고 만다.이 대목이 이래서 꼭 통일은 돼야한다라고 대놓고 설교하는 어느 책보다도

설득력있게 다가왔다.그리고 가슴이 먹먹했다.아~이게 어쩔수 없는 우리 현실이구나...하는...

가깝지만 프랑스 뚜르보다도 더 멀게만 느껴지는 북한...이 책은 눈에 보이는 휴전선보다 눈에 보이지않는 마음의 장벽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봉주와 토시를 통해서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 내는 작업이 힘은 들지만,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