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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시간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이젠 고인이 되신 박완서 선생님의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라는 동화를 읽어 보았다.

선생님께서 이 책을 쓰시기 몇년전에 6.25 전쟁때 실제로 있었던 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6.25전쟁을 작품의 중요 소재로 두루 사용하던 선생님께서도 이 실화 만큼은 정말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고 한다.

션생님께서 전해 들은 그 이야기가 하나의 작은 소재가 된 책이 바로<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이다.선생님께서 전해 들으셧다던 6.25전쟁때 있었던 감동 실화는 이 책에 148쪽부터 자세히 나온다.

나는 우선 그 내용이 더 궁금하여 당연히 그 페이지부터 읽어 보았다. 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흐름에서 자연스레 녹아 이 이야기 자체가 주인공 아이의 심적 변화에 큰 계기가 되는 소재로 사용되었음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선생님이 전해 들었다는 이야기는 대강 이러하다.

때는 아주 추운 겨울 이었고,한국전쟁에서 유엔군 쪽 전세가 불리해져서 후퇴를 하고 있을 때 였다. 텅빈 시골 들판을 만삭이 된 한 여인이 아기를 낳기 위해 어떤 집을 찾아가고 있었다.사람들은 모두 피난을 간 뒤라 마을은 텅비어 있었다.여인은 집을 찾기도 전에 그만 진통을 시작하였다.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던 여인은 어느 다리밑에 자리를 잡고 이내 아기를 낳았다.혹독하기만 추운 겨울...도와주는 사람도없이 혼자서 아기를 낳고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하며 그렇게 어머니가 된 여인은 아기가 춥지 않도록 자기 옷을 모두 벗어 아기를 감싸 주었다.그리고 나서 곧 여인은 어머니가 된지 얼마 못되어 얼어 죽고 말았다.

얼마후 역시 후퇴중이던 미군 장교 한 사람이 차를 타고 다리 근처를 지나가다가 휘발유가 떨어지고 말았다.부대에 연락을 취해 놓고 부근을 거닐던 중 어디선가 아기 울음소리를 들었다.미군 장교는 울음소리를 따라 다리 밑으로 내려 오고 그 곳에서 얼어죽은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 곁에서 울고 있는 아기를 발견하였다.미군장교는 자신의 차가 이 곳에서 휘발유가 떨어진 건 어쩌면 이 아기를 살릴려는 하느님의 뜻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아기를 더 따뜻하게 감싸안은 후 부대가 올때까지 기다렸다.미군 장교는 기름을 보급해 주러 나타난 사병들과 함께 그 어머니를 인근야산 양지바른 곳에 묻어두고 아기는 휴전이 될 때까지 고아원에 맡겨 두었다.휴전이 되자 미군장교는 다시 아기를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갔다.미군장교는 아기를 자신의 아들로 입양하여 친자식들과 함께 사랑으로 키웠다.그러나 아기는 자라나면서 자신의 다른 형제들과 피부색이 다른 자신을 깨닫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반항을 시작하였다.아이를 입양한 양아버지는 이제는 아들에게 사실을 이야기 해줄때가 됐음을 깨닫고 같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양아버지는 일부러 한국이 가장 추운 1월을 선택했고 양아버지로부터 자신이 태어난배경을 전해 들은 아이는 처음으로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 무덤위에 자신의 옷을 덮어 드리며 울음을 터트렸다.그후 세상에 태어난 것을 원망하기만 하였던 아이는 자신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큰사랑으로 태어난 것을 깨닫고 새롭게 다시 태어나 가치있는 삶을 살아갔다.

이 이야기는 이 책의 주인공인 복동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복동이의 엄마는 복동이가 뱃속에 있을때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 엄마가 살려면 뱃속에 있는 복동이를 없애야한다는 병원의 경고가 있었다.아빠는 복동이를 없애자고 엄마를 설득하였지만 엄마는 복동이를 낳는 쪽을 선택하였고.그렇게 복동이를 낳자마자 하늘나라로 가버렸다.그리고 아빠는 복동이를 떠나버렸다.복동이는 외할머니와 이모의 손에서 자라면서 부모가 있는 친구들과 다른 자신을 발견하며 가끔은 그런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아빠가 원망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복동이는  아빠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었다.그러나 이미 아빠는 필리핀여자와 재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사는 상태였다.아빠의 가정과 쉽사리 어울리지못한 복동이...그러나 점차 쉽사리 적응하지 못햇던 미국생활에 조금씩 적응해가는 시간 만큼 아빠와 가족들에게도 다가가려고 하였다.그 역할에는  또한 미국학교에서 만난 브라운 박사님이 들려준 6.25전쟁 당시 자신의 이야기가 크게 작용하기도 하였다.

여러모로 6.25 이야기와 복동이 이야기는 비슷한점이 많다.엄마가 죽을 각오로 태어나게 한점도 그렇고,태어나자마자 친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자라게 된것도 그렇다.그러나 복동이는 매사가 긍정적인 아이인 것 같다.마치 복동이의 일기처럼 전개되는 글을 읽고 있으면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한다.선뜻 다가서지 못하는 아빠와는 다르게 아빠에게 먼저 다가가 뒤에서 안아 주는 복동이가 참 대견하다.(읽으면서 살짝 눈물이났던 대목이다)

복동이가 쓴 일기처럼 전개되는 글을 읽고  복동이의 일상생활을 엿보며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보았다. 우리아이들도 매일매일 겪는 일상생활 속에서 복동이처럼 외적인 것은 물론이고,내면도 성장할 것이다.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늘 행복 할 수는 없다. 성장통을 겪어야 키가 크듯이 실패와 좌절이라는 내면의 성장통을 경험해야 더욱 성숙해질 수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가 청소년 자살률 세계1라는 불명예를 쓰고 있다.아이들에게 세상이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 순간..그 순간....그래도 이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 를 외치게 하자.  누구에게나 삶은 그대로가  가치있고 감사한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