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는 시간

<결혼이주 여성들이 펴낸 '엄마나라 동화이야기'>

제천 다문화 가족 주부들이 동화책 출간
(제천=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충북 제천으로 시집온 결혼 이주여성 15명이 모국의 동화를 한국어로 번역해 '엄마 나라 동화이야기'란 동화책을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작년 회원들이 센터 교사들과 동화책을 만들고 있는 모습. <<제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공>> 2011.3.3 nsh@yna.co.kr

(제천=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제 아이 동현이가 나중에 글을 읽을 수 있을 때 엄마가 만든 책이라고 자랑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누엔티미눙. 베트남)

충북 제천으로 시집온 결혼 이주여성 15명이 모국의 동화를 한국어로 번역해 '엄마 나라 동화이야기'란 동화책을 만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제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홍미정)에서 다문화 강사로 활동하는 강향순(중국), 김금화(중국), 누엔티미눙(베트남), 누엔티응아(베트남), 기구치에미(일본), 이까쩨리나(러시아), 알진에로호(필리핀) 등 15명은 작년 여름 '동화 번역 동아리'를 결성했다.

처음 동아리를 결성한 회원들은 번역은 뒷전이고 수다 삼매경에 빠지기 일쑤였다.

그러던 7월말 센터의 맏언니 격인 강향순(33)씨가 각 나라의 동화를 번역해 책을 만들어 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제안해 회원들 모두 이에 따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때부터 각 나라의 회원들이 각국의 동화를 선별하고 우리말로 번역, 그림 그리기 작업까지 15명의 공동작업이 7개월에 걸쳐 마무리됐다.

전문 번역인이 아니기에 문장이 어색하기도 하고, 체계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해 투박한 그림이지만 회원들은 남편과 센터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세상에 하나뿐인 60쪽짜리 동화책 '엄마 나라 동화이야기'를 최근 출간했다.

이 동화책은 우리나라 동화책과 같이 큰 그림에, 각 나라의 글자로 먼저 쓰고 그 밑에 우리글로 번역해놔 아이들이 쉽게 동화책을 보고 읽을 수 있도록 꾸며졌다.

태어나서 한 번도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는 누엔티미눙(25)씨는 "책은 그 나라의 문화를 담고 있어서 아이들에게 다문화 교육을 할 때 이 동화책을 읽어주면 좋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아들 동현이가 나중에 글을 읽을 수 있을 때 엄마가 만든 책이라고 자랑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알진에로호(38)씨는 "모국은 필리핀이지만 고향에서는 지방어를 사용해 공용어인 타갈로그어를 잘 몰랐다"면서 "이번 동화책을 만들며 타갈로그어를 더 많이 배웠고, 다른 나라의 친구들과 필리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 너무 즐거웠다"고 설명했다.

홍미정 센터장은 "작년 여름 회원들이 고생하며 만든 이 다문화 동화책이 다문화 강사들에게 좋은 매개체로 이용되고, 자녀에게 엄마 나라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sh@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