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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시간

책 선택권, 아이한테 주세요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커버스토리/


독서의 양보다는 질에 초점 둬야


과도한 움직임과 설명은 자제할 것


책아빠가 말하는 책 고르고 읽어주는 법

책을 사주는 아빠는 많지만 책을 잘 사주고, 잘 읽어주는 아빠는 흔치 않다. 책을 여러 권 사준다고 아이가 책에 흥미를 느끼는 건 아니다. 또 책을 여러 권 읽어준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책을 잘 고르고 읽어주는 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책아빠 회원들은 "아빠가 책을 읽어주고 독서에 참여하는 것은 좋지만 과도한 욕심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책아빠 회원들이 말하는 독서교육은 무엇일까? 일상적으로 서점 견학을 한다

책아빠 회원들의 공통점은 어릴 때부터 서점, 도서관 등 책이 있는 공간에 자녀를 자주 데리고 다녔다는 것이다. 실제 대전 계룡문고에서는 학교와 연계해 서점을 견학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고제열(42)씨는 "요즘 아버지들이 아이들의 체험활동에는 많이 참여하지만 서점이나 도서관은 여전히 엄마랑 가거나 혼자 가는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아빠들의 관심이 서점이나 도서관 쪽으로 많이 옮겨져야 할 것 같습니다. 평소 책이 있는 공간에 자주 가면 책이 낯설지 않은 아이로 자랄 수 있거든요."

< 영국의 독서교육 > 을 쓴 김은하씨는 서점 견학, 도서관 체험 이벤트 등이 가정 놀이의 중심으로 오면 좋겠다"고 했다. 물론 이때도 아빠가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지속적인 활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시대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아빠는 가정의 중심이니까요. 아빠가 '우리 이번 주에는 서점 견학하자!'고 하면 가족 중심의 독서 문화가 꾸준히 가능해질 겁니다."

전집은 사지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두꺼운 전집을 서가에 쭉 꽂아두는 '서가형 독서 문화'가 꽃을 피웠다. 서가형 책을 읽고 자란 부모들 가운데 독서교육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은 여전히 '시리즈'란 이름으로 나오는 전집에 익숙하다.

하지만 책아빠들은 전집 구매에 대해서는 고개를 내젓는다. 이동선씨는 "전집을 사주는 건 한 끼 식사 안에 몇 달 치 밥을 담아주는 것과 같다"고 했다.

실제 전집을 사주고 나면 부모들은 '들인 돈'을 뽑아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아무래도 큰돈을 들였으니까 자꾸 읽으라고 독촉하게 되죠. 우리가 밥을 차릴 때 한 끼 필요한 양만큼 차려서 적당히 먹고 소화를 시키는 것처럼 책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양만 사야 합니다.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양만큼 그때그때 선택해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자녀의 선택권을 존중한다

황수대씨는 "며칠 전, 서점에 나갔다가 아이한테 전집으로 구성된 학습 관련 책을 사라고 강요하는 부모를 봤다"며 "아이를 기르면서 책을 읽혀보니까 책에 관해서는 자녀의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아이들은 책을 구매할 때 부모한테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모는 어른의 눈높이에서 교육적이고 계몽적인 책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황씨는 "죽음이나 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사전검열을 하거나 지나치게 학습 분야 책만 사려는 부모들도 많다"며 "어른들한테는 뼈와 살이 될 것 같고, 재미를 줄 것 같지만 아이들 눈은 다르다"고 했다.

아이들도 성장 시기와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흥미를 갖고 보는 책이 따로 있다. 황씨는 "자녀를 기르면서 <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 < 달님 안녕 > 등을 좋아하는 시기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남들이 좋다는 책을 무턱대고 사서 읽어주기보다는 아이의 특징과 시기별로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를 눈여겨봐뒀다가 아이의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해서 책을 사줘야 한다"고 했다.

이동선씨는 책을 고르는 일을 '연애'에 비유했다. "아이들이 책하고 연애를 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처음부터 책하고 결혼하라고 강요하면 안 되죠. 연애는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스스로 좋아서 자연스럽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책과 연애하게 해야 합니다. 억지로 하는 독서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읽으면서 책의 일부를 손으로 짚어 강조하거나 질문하는 것은 되도록 하지 않는다

흔히 어린이책을 읽어줄 때 부모들은 글자에 집착한다. 어린아이가 책을 통해 한글을 빨리 깨치고, 문맥을 이해하길 바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아빠 회원들은 "책은 자연스럽게 읽어주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한다.

이동선씨는 "부모님들이 한글을 빨리 깨치고, 어휘력도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자를 하나하나 짚으며 설명식으로 읽어주는데 사실 그림책의 경우는 글보다 그림이 상징하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 "그림이 상징하는 것을 충분히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을 읽어줄 때 조심해야 할 또 한가지는 독후활동에 대한 강요다. 아이들이 독서를 싫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 책을 읽고 과한 독후활동이 이어질 거라는 강박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줄 때는 빠른 시간 안에 어떤 효과가 나야 한다는 강박은 버리는 게 좋다. 이동선씨는 "아이가 책을 읽고, 뇌 속에 좋은 정보와 생각들을 잘 저장하고 나중에 우려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며 "'함께 읽은 건데 왜 기억을 못하냐' 소리부터 내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준다"고 했다.

같은 책도 여러번 읽어준다

정규재씨는 "읽어주는 책의 양에 집착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정씨가 평소 여러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책도 날씨, 기분, 상황, 장소, 분위기 등에 따라 다 다르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책을 읽어도 날씨 좋을 때, 비가 올 때, 숲에서 읽었을 때, 실내에서 읽었을 때 등 다 다르더라구요. 요즘 아이들한테 감성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책의 양보다는 한 권을 읽어줘도 제대로, 여러번, 다양한 분위기에서 읽어볼 수 있게 해주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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