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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그밖의 스타

한예슬 꺼진 불도 다시 봐야 '연예스타로 살아간다는 것은'

[TV리포트 유진모의 테마토크] 난데 없이 정준호 이하정 부부 불화설이 나돌아 당사자들을 당혹하게 만들더니 한예슬이 며칠 사이에 서태지 연인설에 이어 교통사고 뺑소니설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녀는 사소한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결코 말이 나도는대로 사과도 안하고 매니저를 시켜 돈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피해자라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만약 한예슬의 경우처럼 공동주택 단지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옆에 있던 사람을 살짝 사이드미러로 쳤을 정도라면 동네 뉴스에도 못나올 얘기고 이렇게까지 크게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쪽의 주장이 워낙 달라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확실하지만 한예슬의 경우 '괘씸죄'가 크게 적용됐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사이드 미러로 쳤다면 시속 10Km나 됐을까? 그리고 앞범퍼로 친 것도 아니고 사이드미러로 쳤다. 친 부위도 엉덩이쪽이다.

물론 피해자의 주장대로 조수석 창문을 조금 내렸다가 사과도 안하고 그냥 주행해 주차했다면 도덕적으로든 법적으로든 잘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녀가 연예인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동네 주민이었다면 쫓아가서 욕설 한두마디 하고 끝났을 일이다. 가해자가 맞섰다면 주먹다짐이라도 했겠지만 이렇게 파문이 커질 일은 아니다. 즉 그녀가 연예인이기에 더욱 화났던 것이다.

한예슬은 아직 수양이 덜 됐다. 조수석 창문을 열 정도였다면 분명 그녀는 어떤 접촉의 느낌을 받았단 증거다. 자신의 주거지에서 자신의 승용차와 사람이 접촉했을 것으로 의심됐다면 그 즉시 정차하고 밖으로 나와 '혹시 제가 실수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어봤어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피해자는 한예슬의 세심함과 배려심 그리고 겸손함에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그는 '아니 괜찮습니다'라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고 집에 들어가 인터넷에 한예슬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을 것이다.

아마 한예슬은 순간적으로 당황하고 창피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은연중 특권의식 혹은 우월의 심리가 없었다고 변명하기 쉽지 않은 컨디션이다.

우리는 1년 내내 유명 스타의 거짓말과 비도덕과 비양심을 바라보며 살아간다. 이제는 '저 사람도 별 수 없군'이라며 유명 스타의 가려진 이면에 누누이 실망하며 숨쉰다. 스타이기 전에 인격을 완성하지 못한 연예인, 스타라는 지위를 도구삼아 나쁜 짓을 하고 자신의 이득이나 욕심 채우기에만 급급한 연예인이 많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오늘도 바쁘게 생활전선을 뛴다.

연예인으로 데뷔해 스타덤에 오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돈을 많이 벌게 된다. 게다가 연예스타의 위상이 높아진 덕에 상류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학식이건 사회적 공헌도건 상관 없이 어딜 가든 VVIP 대접을 받게 된다. 그렇다보니 예전보다 수입 대비 지출이 줄게 된다. 부는 점점 쌓여만 간다.

물론 무명생활 때 동료들보다 더 뼈를 깎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타고난 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오늘의 스타덤에 올려준 원동력과 진앙지 그리고 견인차는 바로 팬들의 사랑이다. 대중의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도 그들은 제작사나 기획사를 기웃거리며 밥벌이 거리를 찾을 것이다.

문제는 인격수양이다. 고생고생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대접받는 자리에 올라앉다보니 자아도취에 빠지게 된다. '다 내가 잘나서 잘 된 것 같다'는 착각의 의식이 팽배해지고 비뚤어진 우월감에 사로잡혀 일반인 보기를 하인 보듯 내리깔아 쳐다본다.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자신은 특별대우를 받아야한다는 어이 없는 특권의식이 머리꼭대기에 들어앉는다. 자기방위가 자기제어라는 상위개념을 짓누르고, 위세가 통제를 새장속에 가둬버리게 되는 것이다.

대단치도 않은 능력에 대한 자만의 단세포 분열이 급팽창함으로써 대중의 지지라는 공룡을 지배함에 따라 어느덧 자아의식은 착각의 급행엘리베이터를 타고 상승한다. 그 꼭대기에 파멸이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스타가 되는 길은 백방으로 뚫려있다. 하지만 그 길을 어떻게 잘 운전해서 달리느냐도 중요하다. 잠깐 한눈 팔면 옆길로 새고 이탈은 낭떠러지의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편, 이번 한예슬 사건은 피해자의 분노가 아주 과하게 민감하거나 스타에 대한 상대적인 반감이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예슬의 인격적 성숙도는 많이 낮았다. 사건의 본질을 따질 때가 아니라 자신의 미성숙에 대한 자책과 진심어린 사과의 자세가 절실하다.

유진모 편집국장ybacchus@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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