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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공간

2013 4/22 북촌 한옥 마을을 걷다

첫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싱그로운 봄 햇살이 나를 반긴다. 정다운 벗들과 나는 북촌에 갔다.

 

 

풍문여고 앞에서 만난 우리는 삼청동 길을 따라서 올라갔다.

벚꽃이 한창인 정독도서관 옆길로 올라가다보니 눈에 띄는 이색 간판이 눈에 들어 왔다.

커피방앗간...

간혹 떡집 이름이 참새방앗간인것은 보았으나 커피방앗간이라니.. 이름이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재미있고 독특한 이름값만큼이나 커피도 수준급으로 맛있었다.

아직까지 그 진한 향기가 내 코를 간지럽히는 거 같다.

커피 맛에 반해 가격도 부담 없고 (테이크아웃일경우)초상화도 단돈 5천원에 멋드러지게 그려준다고한다.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며 커피 방앗간 실내에 들어가 보았다.

옛물건들로 가득찬 공간...

가장 눈에 띈 물건은 지금은 고물상 가도 구경하기 힘들거 같은 텔레비젼이었다.

어린시절 외갓집에 가면 이런 텔레비젼이 있었다. 서울에 우리집은 칼라 텔레비젼이었는데 외갓집은 양쪽문까지 달린 흑백 텔레비젼이었다.

 텔레비젼이 신기해 요리조리 막 돌리면 텔레비젼 망가진다고 꾸중하시던 할머니 얼굴도 떠오르고, 그 신기한 흑백세상에 취해 똘망똘망한 눈으로 마냥 바라보던 내 모습도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어디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마음가는 대로 걷는 여유는 오랜만이다. 커피 한잔을 들고 향그로운 봄기운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북촌 전망대에 다달았다.

북촌 전망대까지는 올라가 보지 않고, 그 입구에서 그냥 먼데를 바라보았다. 봄기운을 품은 북악산 자락이 나에게 그리오라 손짓하는 듯 하다.

 

본격적으로 한옥마을 골목골목을 정처없이 거닐었다. 수다도 떨며 커피도 마시며..

이곳은 집에서 멀지않아 일상의 복잡한 것을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 가끔 들려보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 오면 그때마다 느끼는 건 뭔가 알수 없는 공허함이다.

어디선가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공기놀이며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을 거 같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시원한 대청마루에 모여 앉아 수다떠는 이야기가 들릴 것 같은 그런 동네지만

그런 정감있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그저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이곳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며 신기해 하는 이방인만이 있을 뿐이다.

나 자신조차도 그런 이방인 중 한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북촌 한옥마을에도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지고한 세월을 버텨 올해도 봄을 맞이한  북촌 한옥마을..

저 벚꽃나무는 몇년째 이 곳에 서 있던 것일까..

 

발길닿는대로 걷다보니 눈에 들어 온 것이 북촌동양문화박물관이었다.

원래 예전엔 고려말 최영장군의 손녀사위이자 조선초 세종의 충신이기도 했던 고불 맹사성의 자택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지금은 북촌 동양문화박물관이 자리 했다. 아쉽게도 월요일은 휴관이라 내부는 구경하지 못하고 겉모습만 보았다.

북촌동양문화박물관 2층에 올라가니 테라스 카페가 있었다. 2층에 올라가니 북촌 한옥마을과 함께 멀리 인왕산 자락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에 다시 들러 테라스에서 인왕산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  

옹기종기모인 한옥들을 구경하고 또 예쁜 현대식 집들도 구경하다가 눈에 들어온 꼭두랑 한옥을 발견하였다.

꼭두인형 한옥박물관이라고 한다. 문이 열려 있길래 입장료 3천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꼭두인형들은 처음엔 주술적의미로 사용되었다고한다.

그래서 장례식 상여에 장식품으로 사용하였나보다.

여기 전시된 꼭두들은 모두 장례식 상여에 사용되었던 것이다.

죽은 자를 외롭게 떠나보내기 싫은 산자들의 배려라고 해야할까..

우리 조상들의 정을 느껴보았다.

 

이 곳은 한옥을 개조한 작은 박물관이지만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2층에 가면 꼭두박물관이라고 제법 넓직한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다음에 한번 기회가 되면 가봐야겠다.

동승아트센터 꼭두박물관 주소-http://www.kokdumuseum.com/index_start.asp(링크 걸어둔다)

 

 

 

또 꼭두인형을 소재로 한 그림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림이 참 독특하고 예쁜 책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박물관 나들이를 하면 좋을 거 같다. 

집으로 가기위해 내려오는 길에 잠깐 길건너 인사동에 들렀다.

역시 월요일인데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었다.

운치있는 찻집에서 노곤한 다리도 풀어줄겸 차한잔을 마셨다.

구수한 대추차와 상큼하고 향기로운 시원한 오미자차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마음 맞는 벗들과 함께 있어서 더 그랬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