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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우리나라 드라마소식

별에서 온 그대 "외계인과 여배우, 외로운 그들을 위해"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해하고 충분히 이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외롭다.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누구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하고 있으므로.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자신만이 홀로 동떨어져 외로이 겉돌고 있다.

하필 외계인인 이유다. 400년을 살았다. 한양이 서울이 되었다. 조선은 대한민국이 되었다. 왕만 12명에, 대통령도 11명이나 바뀌었다. 몇 차례의 큰 전쟁이 있었고, 나라가 한 번 망했다가 다시 해방되어 세워지기도 했었다. 아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았을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인연을 만났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타인이다. 외계인인 때문이다. 침도 피도 섞여서는 안되는 철저한 이방인인 때문이다.

배우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직업이다. 연예인이란 대중의 요구에 맞게 미디어를 통해 가공된 존재일 것이다. 어디에도 자기란 없다. 심지어 가족조차 자신을 단지 수단으로서만 여긴다. 이사한 날 엄마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오히려 외롭고 시리기만 하다. 그래도 자기 말을 들어주기도 하고 대꾸도 해주는 SNS에 집착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공허하다. 천송이(전지현 분)가 무식한 것은 그같은 인간세상과의 유리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세상의 상식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혼자 발악하듯 외로움을 달랜다.

그래서 그들은 만난다. 400년 전 남편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15살 어린 소녀와 같이. 아득하기만 한 절망 끝에서 한 줄기 빛처럼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자기 별로 돌아간다는 것은 체념이다. 포기다. 도민준(김수현 분)이 외계인이 아니었다면 그 말은 전혀 다른 의미로 들리고 있었을 것이다. 400년전 그를 이 땅에 남게 했던 한 소녀처럼 그 만남이 자기 별로 돌아가려는 그에게 마지막 희망이 되어 준다. 운명처럼. 그들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 간절하게 찾던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소재는 사실 식상하다. 아니 한국드라마로만 범위를 좁힌다면 매우 새롭고 신선하다.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과 시대를 뛰어넘어 수백년을 살아온 불멸의 존재, 그리고 운명의 사랑. 아마 환생일 것이다. 역시 흔하다. 예상된 패턴으로 드라마는 진행된다. 그래도 흥미로운 것은 시릴 정도로 절절한 주인공들의 고독이 사무치도록 느껴진다는 사실일 것이다. 흑백보다도 더 차가운 무채색의 영상이 이어진다. 천송이의 과장된 연기는 말 그대로 연기다. 이것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그런 것에 비하면 디테일은 허술하다. 듬성한 디테일과 꾹꾹 눌러담은 분위기가 묘한 부조화를 느끼게 한다.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다. 망작이 되거나 혹은 걸작이 되거나.

어느새 김수현에게도 배우로서의 관록이 붙기 시작했다. 아직 젊은 나이이건만 표정에서 40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다. 왕의 위엄과는 다른 세상밖존재에 어울리는 신비로움일 것이다. 잘생기기만 한 것이 아니다. 표정도 몇 가지 없는데 그 존재만으로 모든 것이 이해된다. 전지현은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통통튀는 연기보다 사이사이 표정과 눈빛들이 인상에 남는다. 벌써 전지현도 30대의 중견이다. 연기력보다 어쩌면 더 중요할 존재감에서 배우들은 합격점 이상이다. 눈길을 잡아끈다.

결국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갈 것인가를 보고 판단해야 할 듯하다. 로맨스는 익숙하다. 판타지와 SF는 생소하다. 한국드라마에서만 생소하다. 배우의 존재감과 매력은 충분하다. 나머지는 내용을 어떻게 채워넣는가 하는 것이다. 시작은 일단 흥미롭다. 지켜본다.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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