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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현빈

왕으로 돌아온 현빈

여전히 그는 상대의 시선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간의 일상을 전하는 느릿느릿한 목소리에는 강약이 있었다.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영화 '역린'을 선택한 현빈을 만났다.

마치 오랜 기다림에 화답하듯 그는 자신을 향한 숱한 카메라에 부드러운 미소로 일일이 응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현빈(32)은 그렇게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대중에게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여드렸던 건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였어요.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촬영이 가장 늦게 끝난 건 '시크릿 가든'이었죠. 거의 3년 만이네요. 제대를 하고 나서 보니 어느 날 제가 '역린'의 촬영장에 가 있더라고요(웃음)."

그간 쌓아온 진중한 이미지에 책임감이 더해져 그의 인기는 복무 중에도 끊임없이 치솟았다. 제대 후 그가 어떤 작품으로 컴백할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멜로부터 액션까지 장르 선택의 폭까지 넓어진 상황에서 마침내 그가 선택한 작품은 영화 '역린'. 그는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감'이 왔다고 했다.

"제대 후 중화권 팬 미팅을 하고 있을 때 '역린' 시나리오를 보게 됐습니다. 한국도 아닌 타지에서 읽었지만 엄청난 매력이 느껴졌어요. 정조 역을 제의받은 상황이었는데도 정재영씨와 조정석씨의 역할이 탐이 났을 정도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역린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 즉 군주가 노여워하는 군주만의 약점이나 노여움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역적으로 몰려 뒤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아들로 왕위에 오른 정조가 겪었던 정치적 상황과 암살 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준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했으며, 드라마 '다모'를 비롯해 '베토벤 바이러스', '패션 70's' 등을 연출했던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연기가 무척 하고 싶었고, 또 촬영장을 무척이나 그리워했는데 실제로 제가 그 상황에 놓이니 기대와 긴장이 반반 공존하더라고요. 욕심나고 바랐던 일이라 그런지 촬영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많이 좋았어요. 반면에 '잘해야지, 잘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워낙 절실했기 때문에 그 감정을 누르고, 표출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걱정하기도 했죠."

그동안 숱한 배우들이 각기 다른 모습의 정조를 연기했다. 데뷔 후 처음 사극에 도전하는 만큼 부담도 만만치 않았을 터. 이 감독은 그의 연기를 두고 "정조가 겉으로 많이 드러내는, 확확 변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그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조 자체가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고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기 때문에 많은 작품으로 조명됐겠죠. 이번에는 가장 바쁜 하루를 보내는 정조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개봉에 앞서 공개된 티저 예고편에서 그는 일명 '화난 등 근육'으로 불리는 탄탄한 몸으로 또 한 번 '이슈 메이커'임을 입증했다.

"사실 왕들이 그런 등 근육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는데요(웃음). 시나리오에 이렇게 한 줄이 쓰여 있었어요. '팔굽혀펴기를 하는 정조. 세밀한 등 근육. 완벽하다.' 여기서 '세밀한'이라는 세 음절 때문에 고민하다가 석 달 전부터 운동을 시작했고, 촬영을 시작하고 한 달 반 정도는 식단 조절하면서 몸을 만들었습니다. 촬영하는 날에도 매일 운동했습니다. 힘들더라고요(웃음)."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가 새삼 반갑다. 이번에도 '최선'을 다한 그의 열정이 좋은 결과로 맺어지길 기대해본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박종민>

http://media.daum.net/zine/ladykh/newsview?newsid=20140428160008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