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이 사양은 안하는 걸로” (신사의 품격)
“나 너 좋아하냐?” (상속자들)
그
렇
게
김은숙 작가는 유행어 제조기다. 드라마 속의 대사 하나로 전 국민의 입을 단결시켰다.
하지만 이번 ‘태양의 후예’에서, 유행어는 그야말로 ‘덤’이다. “~하지 말입니다”에 중독돼 이 드라마에 빠지는 게 아니다.
“잠깐 부딪혔나 봅니다.” (태양의 후예)
태양의 후예’는 김은숙의 기존 패턴과 다르다.
우선 이런 밀당은 역대 구사된 적이 없다. 감정이 쌓이자 마자, 해제. 진정되자 마자, 돌발. 단 2회만에 감정을 들었다 놨다, 다시 올렸다.
여자 주인공의 성격도 다르다. 남자에게 끌려다니지도 않는다. 강모연은 능동적이다. 선택을 한다. 그리고 이를, 한 에피소드로 끝낸다. 부연이 없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는 2회만에 시즌1을 종료했다. 그리고 3회 시즌 2를 예고했다. 김은숙의 필력에 김원석 작가의 구성이 더해지니 드라마는 완전 새롭다.
유시진(송중기 분)의 복근에, 강모연(송혜교 분)의 미모에 홀렸다면, 이는 그야말로 1차원적 ‘빠짐’이다. ‘태후’의 진짜 매력은 이 3장면으로 증명됐다.
Dispatch=김지호기자
① “이런 밀당, 고급지지 말입니다”
김은숙 작가의 주특기는 밀당이다. 적어도 사랑에 관한 한, 밀고 당기기의 어머니다. 남녀의 감정을 하늘로 올렸다가 절벽으로 떨어뜨린다.
‘태양의 후예’는 조금 다른 노선이다. 지금껏 구사한 적 없는 ‘뒷통수’다. 만남, 오해, 이해, 호감, 그리고 썸씽과 단념의 과정이 일사천리다.
특히 2회 엔딩은 新밀당의 진수였다. ‘우르크’에서 다시 재회한 둘. 유시진은 강모연을 지나쳤다. 그냥, 지나쳤다.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레이션. “지나가는 중에, 잠깐 부딪혔나 봅니다.” 김은숙 작가는 밀당의 공식을 단 2회만에 쏟아내더니, 3회 새로운 전개를 예고했다.
② “여주 캐릭터, 처음이지 말입니다”
‘상속자들’의 은상이는 끌려다녔다. 두 사랑꾼을 시청하는 구경꾼은 속이 탔다. 그러나 ‘태후’의 강모연은 다르다. 김은숙이 구사한 캐릭터와 반대지점에 있다.
김은숙·김원석 이 두 작가는, 단 2장면으로 강모연의 성격을 설명했다. 첫 번째는 카페 데이트 신. 강모연이 먼저 관계에 선을 그었다. 님에 점 하나 안찍는 걸로.
사랑에 관한 한, 남자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주체적인 여성임을 보여줬다. 일에서도 마찬가지. ‘우르크’에서 이사장의 전화를 받으며 모든 것을 폭로했다.
강모연은 당당했고, 거침없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사랑이 더욱 궁금할 수 밖에 없다. 그녀는 어떻게 그에게 다시 빠져들까. 벌써부터 설레지 말입니다.
③ “시즌 2, 벌써 시작이지 말입니다”
솔직히, 이 드라마 너무 빠르다. 그 속도감이 가히 본적 없는 수준이다. 서로를 오해하며 질질 끌지 않았다. 서로을 이해하며 단번에 끝냈다.
김은숙과 김원석 작가는 주말극 4주 분량을 단 2번의 방송으로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2회 마지막, 다시 밀당을 예고했다. 무심하게 지나치며….
이 미친 속도감은 두 작가의 자신감을 반증한다. 에피는 무궁하며, 감정은 무진하다는 것. 그렇게 3회부터 시즌2가 시작된다.
김은숙 작가는 캐릭터에 탁월하다. 김원석 작가는 이야기에 강하다. 이 둘의 시너지가 ‘태후’를 본 적없는 로맨스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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