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마전에 또다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14살 어린 소녀가 무참히 짓밟히고 살해당한 끔찍한 사건....
나도 같은 또래의 딸을 키우는 엄마로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고,뻔뻔한 범인의 얼굴을 본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왠지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슬며시 얼마전에 보았던 영화<러블리본즈>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호평을 받으며 자그만치 65주간이나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있던 앨리스 세볼드의 소설을 영화한 작품이다.
1973년,14살 수지새먼은 생일을 맞아 카메라를 선물로 받고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주변을 카메라에 담는다.
꿈많은 사춘기 소녀 수지는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그러하듯이 짝사랑하는 남자친구와의 달콤한 첫키스의 상상을 즐긴다.
그러던 어느날,드디어 꿈에 그리던 일이 현실이 된다.자신이 좋아하던 남자아이가 데이트 신청을 한 것이다.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던 수지...그러나 그날,수지는 옆집 남자에게 무참히 살해를 당한다.
수지를 기다리던 가족들은 수지가 늦게까지 들어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흙묻은 수지의 털모자만 찾아냈을 뿐이다.
점점 수지의 사건은 미궁에 빠져가고 아빠는 모든 일을 포기한 채 직접 범인 찾기에 나서고,엄마는 아픈 상처에 집을 나가버린다.
가족 해체의 위기에 까지 직면 한 수지의 가족들....그러나 막상 범인은 태연하게도 자신의 일상을 즐기고 있다.
맑은 영혼이 되어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수지....수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범인에 대한 증오로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지 못하고,지상과 천상의 경계가 되는 중간계에 머물며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범인을 지켜보고 있다.
이 영화는 죽은 소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러블리본즈라는 뜻은 사랑으로 더 단단해지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즉 아픈 상처를 치유해가며 사랑으로 더 단단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영화는 고통속에서도 사랑의 힘으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가족애를 힘있게 다루고 있고, 또 죽음을 맞이하여 아이러니하게도 더 성숙해지는 수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러블리본즈>는 하나의 장르로 이루어진 영화가 아닌 서스펜스,드라마,판타지의 요소를 갖춘 복합적인 장르의 영화이다.특히 영화의 볼거리는 중간계의 모습을 소녀적 감성으로 굉장히 판타지 세상으로 묘사해 놓은 부분이다.그래서 영화는 죽음을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전달해주고 있다.
마지막에 범인도 결국은 죄값을 치룬다.조금은 황당하고 어이없긴 했지만 그래도 속은 후련했다.간혹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지은 죄가 얼마나 큰거인지 잊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한사람의 생명만을 빼앗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그러나 그가 빼앗은건 단순히 한 사람의 생명만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