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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시간

위저드 베이커리

 

<위저드 베이커리>는 미스터리,호러,판타지 요소를 두루 갖춘 청소년 소설로 제2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처음 내가 이 책을 접하게 된 건 요즘 한창 외국의 판타지물에 빠져사는 딸아이때문이었다.외국의 판타지물을 두루 섭렵한 아이에게 우리나라작가가 쓴 우리 정서에 맞는 판타지물도 읽혀주고 싶어서 고른 책이<위저드 베이커리>이었다.약간은 음침하면서도 묘한 분위기의 책표지도 마음에 들었고,무엇보다 책 제목 그대로 마법사가 운영하는 빵집이란 점이 시선을 끌어 당겼다.

그러나 읽어보니 외국의 판타지물처럼 비현실적인 판타지세계만이 난무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지독하게도 현실 세계를 그려놓은 책이었다.

이 책은 크게 세가지 관점에서 들여다 볼 수 있다.

첫째는 주인공인 청소년 '나'의 성장소설로 보는 것이다.주인공'나'는 고등학생으로 어린 시절 겪은 내면적인 고통과 충격으로 말을 더듬는 습관이 있다.'나'는 어린시절 우울증을 심하게 앓는 엄마에게 청량리 역에 버려진 기억을 갖고 있다.일주일 뒤 집에 돌아오지만 이번에는 엄마가 사라져 버린다.어린 '나'는 엄마가 어디로 사라져 버린지 알지못한다.다만 이상한 아저씨들이 집안을 휘젖고 다니고 천장에 아빠의 가죽 허리띠가 동그랗게 매달려 있는 것을 본게 전부이다.어린'나'는 아빠의 가죽허리띠가 왜 그 곳에 매달려있는 지 그게 이상할 뿐이다.여기서 독자들은 알수 있다....'나'의 엄마의 자살을... 

'나'의 아빠는 세월이 흘러 재혼을 하게 된다.'나'의 표현대로 배선생이란 초등학교교사와 말이다.'나'의 나름 평화롭던 생활은 아빠의 재혼으로 꼬여만 간다.집에서 저녁 먹는 것도 눈치가 보였던 '나'앞에 그렇게 보였던 것이 위저드 베이커리이다.'나'는 위저드베이커리에서 엄마와의 기억때문에 그토록 싫어하던 빵을 사먹기 시작한다.그러던 어느 날,배선생이 데려온 딸이 성추행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처음엔 영어강사를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그가 범인이 아님이 밝혀지자  엉뚱하게도 '나'가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그렇게 나는 집을 가출하여 위저드베이커리로 몸을 피신시키고 그 곳에서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만드는 마법의 빵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을 돌아보게된다.

이 책에서 주인공'나'에게 위저드베이커리는 희망적인 미래가 있는 공간으로 그려진다.위저드 베이커리의 점장인 마법사 또한 아픈 상처가 있는 '나'의 아픔을 보듬어 주며 '나'가 조금은 희망적인 길로 가고자 배려해주는 인물로 그려진다.

두번째는 사회문제를 다룬 소설이라는 점이다.이 책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만드는 온갖 베이커리를 원하는 사람들의 그릇된 욕망들이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교실에서 경쟁 상대를 없애고 싶어 '악마의 시나몬쿠키'(반드시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에게 먹이세요.평균 2시간동안 뇌신경세포를 교란시켜 그가 무슨 일을 해도 실수를 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중요한 발표나 발언을 할때도 주어 서술어가 하나도 맞지 않고 주제에도 벗어나 누가 보아도 맛이 간 사람처럼 보일 것이며......)를 산 여학생.짝사랑하는 남자를 애인으로 삼고 싶어 '체인 월넛 프레첼(짝사랑하는 상대에게 먹이세요.체질에 따라 유효 시간이 다르지만 평균48시간 동안 당신에게서 눈을 뗄 수 없고 마음이 끌리게 될 것 입니다.자신에게 지극히 호감을 갖게 된 상대를 어떻게 요리해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는 당신의 몫......)을 산 여자,그리고 자신의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 어느 중요한 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타임 리와인더(5분 전의 그 이상의 범위 까지 과거로 돌아 갈 수 있는 마법의 과자,단 과거로 돌아간 순간 현재에 있던 기억들은 지워진다),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화이트 코코아 파우더까지...사람들은 자신들의 크고 작은 욕망때문에 늘 http://wizardbakery.com(사실 이 홈피 주소는 구병모작가의 블로그 주소이다) 위저드 베이커리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주문을 한다.

셋째는 이 책이 주는 메세지이다.위저드 베이커리 홈페이지 대문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고 한다.'마법을 주문할 때는 신중하게...당신의 선택이 부메랑이 되어 당신에게 돌아옵니다.'우리는 늘 무엇인가 선택하면서 살게된다.그런데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인지 한번 쯤 생각해보고 되돌아보는 여유가 우리에겐 부족하다. 선택을 해 놓고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지지않으려는 모습도 가끔 볼 수 있다.작가는 바로 이런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인생에서 선택을 하되.책임도 질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앞에서 말한 악마의 시나몬 쿠키를 샀던 여학생은 그 쿠키를 먹은 같은 반 친구의 자살로 충격을 받고, 한 남자를 짝사랑하여 체인 월넛 프레첼을 샀던 여자는 그 남자 때문에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자신의 잘못된 선택이 부메랑이되어 자신에게 돌아온 경우이다.이 책의 한 구절에 "언제나.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당신은 인생에서 한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거야...'정말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이다.선택의 문제...그리고 책임 질 줄 아는 자세...이것을  이 책을 읽는 청소년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 책은 결말이 특히 마음에 든다.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나'에게 마법사 점장은 타임 리와인더를 선물로 준다.'나'는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면 자신의 미래가 (지금의 현실이겠지만..)행복하게 마무리 될지를 고민하며 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집안에서 마주한 진실에 경악하고.....결말은 두개로 나뉜다.'나'가 타임리와인더를 사용했을 경우와 사용하지 못했을 두 가지 모두를 친절하게도 결말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두가지 모두가 '나'에게 있어서는 희망적인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나에게 만일 타임 리와인더가 있다면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은지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과거로 돌아가기위해서는 현재의 기억을 잃어야한다.과거의 어느 중요한 순간을 위해 현재에 있던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린다면 차라리 난 그냥 지금에 만족하며 살 것이다.내가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해도 또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누가하겠는가?

<위저드 베이커리>는 단순한 판타지 소설을 뛰어 넘은 참으로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