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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우리나라 드라마소식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 잡은 행복한 남자 정성화

ㆍ"동성애자 역할을 하며 여자들의 심리를 알게 됐어요.
결혼을 앞둔 저로서는 고마운 작품입니다"

배우 정성화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를 통해 동성애자 연기에 도전한다. 뮤지컬과 연극, TV를 종횡무진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파격적인 캐릭터를 선보이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다음달 오랜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는 올봄, 가장 행복한 남자가 아닌가 싶다.

개그맨 출신 핸디캡 벗고 연기 전성기



'물이 올랐다'라는 표현이 딱이다. 요즘 정성화를 보면 그렇다. '맨 오브 라만차', '올슉업', '스팸어랏' 등 굵직굵직한 뮤지컬 무대에서 꽉 찬 연기를 선보이더니 지난해에는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영웅'으로 '제4회 더 뮤지컬 어워드' 남우주연상과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관객들로부터 '누가 안중근이고, 누가 정성화인가'라는 평을 이끌어낼 정도로 완벽한 가창력과 연기를 선보인 그는 개그맨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멋있게 벗어던지고 배우로서 전성기를 맞이한 듯하다. 올 봄 그가 선택한 작품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다. 그는 이 작품에서 낭만적인 동성애자 '몰리나' 역을 맡았다.

"제가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살짝 게이 연기를 했잖아요. 그게 성에 차지 않았나 봐요(웃음). 뭔가 보여주다가 만 것 같고…. 드라마에서 못다 한 게이 연기를 확실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 진지하면서도 깊은 사랑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마누엘 푸익이 1976년 발표한 장편소설을 각색한 2인극이다. 같은 감방을 쓰게 된 정치범 발렌틴과 게이 몰리나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1980년대 국내에 소개되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문제작.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는 것도 파격적이었지만 독창적이면서도 매혹적인 구성과 인물로 여러 차례 스크린과 무대 위에 올려져왔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과연 여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어요. 사실 좀 마초적인 면이 있는데 그런 제 자신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탈바꿈시킬 것인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죠. 그럼에도 게이 역할은 꼭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제 외모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이와는 차이가 있잖아요. 그런 불리함을 이겨내고 연기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배우로서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주위의 게이 친구들이 도움이 됐다. 연기를 위해 그들의 몸짓이나 말투 등에 몰두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여성스러운 모습이 튀어나와 당혹스러웠던 적도 많다.

"뮤지컬 '영웅'을 하면서 동시에 이 작품을 연습했거든요. 두 인물이 워낙 다른 캐릭터라 동시에 소화하자니 정말 헷갈리더라고요. 무대 위에서 저도 모르게 여성스러운 동작이 튀어나와 깜짝 놀라기도 하고 대사를 바꿔서 한 적도 있어요. 실수를 하는 순간 제 몸에서 안중근이 확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어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죠."

그나마 평소엔 괜찮은데 술자리에만 가면 자꾸 말투와 손짓이 여성스럽게 바뀐다니 정말 '몰리나' 역에 푹 빠진 모양이다. 사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는 돈키호테를, '영웅'에선 안중근 역을 맡아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그가 여성스럽고 농익은 몰리나 역을 어떻게 소화해낼지 관객 입장에서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헤드윅'이라는 작품 섭외가 들어온 적이 있어요. 그 작품에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뱃살이 없는데 제가 잭 블랙 버전의 헤드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죠(웃음). 게이는 모두 날씬하고 여성스러울 거라는 인식과 다르게 저같이 후덕한 사람이 이런 역할을 하면 사랑에 대한 진지함을 더욱 깊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차별화를 위해 요즘 밤마다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웃음)."

전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한다는 것 외에도 이번 작품이 배우 정성화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며 그동안 자신이 무대 위에서 관객들에게 외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관객들이 자신의 몰리나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너그러움 또한 느꼈다. 배우로서 겸손한 마음으로 외적인 면보다는 내적으로 더욱 집중하고 다져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한 고마운 작품이다.



"이 작품이 하고 싶은 말은 '사랑'이에요. 배우보다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집중하셔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봐주셨으면 해요. 관객들을 충분히 끌어갈 자신이 있고 앞으로 더 좋은 공연을 보여드릴 자신도 있습니다."

6세 연하 연인과 올 4월 결혼


올해 서른여섯인 정성화는 올 봄 새신랑이 된다. 이번 작품이 끝나기 전 8년 동안 교제한 오랜 연인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그의 결혼 소식은 '거미여인의 키스' 제작발표회를 통해 알려지며 많은 팬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여섯 살 연하의 예비신부는 금융계에 종사하고 있는 미모의 재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자들이 왜 토라지는지,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지 등 몰리나를 연기하며 많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결혼을 앞둔 저로서는 무척 고무적인 작품이죠(웃음)."

그는 지난 2009년 한 방송에 출연해 여자친구의 존재를 밝히면서 프러포즈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그동안 널 힘들게도 했지만 이제 평생 동안 행복하게 해줄게. 결혼하자"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배우로서 안정된 생활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차근차근 결혼 준비를 해왔어요. 그동안 쉴 새 없이 달려왔는데 결혼이 저에게 휴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대되고 설렙니다."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을 앞둔 그의 모습이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그 행복한 에너지가 무대로도 이어지길 바라본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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