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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밥상

조선시대 친정엄마표 요리 재현 레시피

레몬트리]

그 옛날, 모든 레시피의 창구는 '친정엄마'였다. 난생처음 내가 차린 밥상에 누군가를 초대하던 날. 잡채에 양조간장을 써야 할지, 조선간장을 써야 할지, '적당히 넣는다'의 적당히는 도대체 얼마를 뜻하는지 알 수 없을 때, 친정엄마는 24시간 열려 있는 콜센터였다. 그렇게 엄마의 비장의 레시피는 입에서 입으로, 딸에게서 또 그 딸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되었다. 아내 될 사람의 요리 솜씨는 장모의 음식을 먹어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어찌 그냥 나온 말이겠는가. 최초의 근대식 요리책으로 알려진 『조선요리제법』. 제목은 고대 율법서의 그것만큼이나 비장하지만, 이 책 또한 저자 방신영 씨가 모친의 레시피를 그대로 받아 적어 만든 가정 요리책이다. 쉽게 말해 '조선시대 친정엄마표 레시피'인 셈이다.

1 외찜(오이찜)


강정, 나물, 조림, 장아찌 등 조선시대에 오이는 볶거나 찌거나 끓이는 등 오늘날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에 활용되었다. 한겨울에 오이 보관하는 방법이 『고조리서』에 등장할 정도니 오이는 매우 친숙한 식재료였음이 틀림없다. 외찜처럼 녹말물이나 밀가루를 사용해 국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중국 요리라고 많이 알고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에도 그런 레시피가 많았다. 국물에 녹말가루나 밀가루를 풀면 목 넘김이 부드러우며 요리가 오래도록 식지 않고 따뜻하게 유지된다.

재료

오이 4개, 소(쇠고기 100g, 간장 1/2큰술, 다진 파 1작은술), 육수(다진 쇠고기 100g, 진간장 1큰술, 물 3컵), 표고버섯 2개, 석이버섯·달걀 1개씩, 밀가루 50g

만들기 ①

오이는 3cm 길이로 자르고 속을 꼬챙이로 파낸다.분량의 재료로 소를 만들어 ①의 오이에 가득 넣는다.오이의 잘라진 부분에 밀가루를 묻혀 달걀을 씌운 뒤 번철에 지져 놓는다.육수를 만들어 밀가루를 풀고 걸쭉하게 끓인 후 ③을 넣고 표고버섯, 석이버섯을 깨끗하게 씻어 골패 쪽처럼 썰어 넣는다.합이나 대접에 나눠 담고 알고명을 색스럽게 뿌려놓는다.

2 로서아 숩(러시아 수프)

고종이 커피 마니아였다는 글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당시 궁중에는 사신들이 진상하는 각국의 특산품들로 인해 여러 나라 조리법이 혼재했다. 이후 이 조리법은 반가로 전해졌으며, 일제강점기 이후에는 서양 문물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재력 있는 일반인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상류 계층의 외국 음식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조선요리제법』에는 다양한 수프 만드는 법이 소개되고 있다.

재료

쇠고기 300g, 물 10컵, 양파 1/2개, 감자 1개, 당근 1/6개, 양배추 30g,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①

쇠고기는 핏물을 빼고 두 시간쯤 끓인 다음 건진다.양파와 당근, 감자, 양배추는 잘게 썬 다음 잘 무르도록 약한 불에 은근하게 끓인다.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 후 상에 올린다.

3 김치밥

특히 밥이나 떡 등 쌀로 만든 음식의 조리법이 자주 등장하는데, 조사 자료에 따르면 곡물 위주의 주식 음식이 무려 350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쌀을 중심으로 한 곡물 문화가 우리 음식에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재료

쌀 2컵, 물 2½컵, 김치 채 썬 것 300g, 쇠고기 100g, 양념(깨소금 1작은술, 간장 1큰술, 다진 파 1/2큰술, 후춧가루 1/4큰술)

만들기 ①

김치는 국물을 꼭 짜서 채 썰어 솥에 넣는다.쇠고기는 채 썰어 양념을 한 다음 ①의 김치 위에 놓는다.쌀을 씻어서 ②의 위에 얹어 평평하게 한 뒤 물을 붓고 밥을 짓는다.

4 낙지전유어

레시피를 보면 낙지를 한 치 길이, 즉 3cm로 매우 작게 썰도록 하는데 옛날 음식에는(특히 서울·경기 지방) 이처럼 한 치 혹은 한 입 크기의 음식이 많았다. 고운체 요리나 재료를 다져 완자를 만들어 조리한 음식을 보면 먹는 사람이 입에 넣고 씹을 때 불편함이 없게 하려는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음식이 덩어리째 서빙된 것은 오히려 1970년대 이후다.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푸짐하게 잘 먹는 것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재료

낙지 200g, 밀가루 1/2컵, 소금 약간, 달걀 2개, 식용유 3큰술

만들기 ①

낙지를 깨끗이 씻어 3cm 길이로 썬 다음 소금을 약간 뿌린다.밀가루옷를 입힌 뒤 달걀을 묻혀 기름을 바른 팬에 부친다.

5 토란장아찌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는 간장에 오래 조리거나 달여 저장성을 높인 요리가 많았다. 토란장아찌도 그런 요리 중 하나다. 원본에 '숭겁고 진한 간장'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진간장을 말한다. 집간장을 담근 뒤 장독을 바꾸어가며 해를 묵히면 빛깔이 진한 간장이 나오는데 이를 일컫는 말이다. 짜지 않고 감칠맛이 있어 귀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재료

토란 1kg, 진간장 1/2컵, 쇠고기 150g, 설탕 2큰술, 파 4뿌리, 물 2컵, 깨소금 1큰술, 고추 1개

만들기 ①

토란은 껍질을 벗기고 큰 것은 4등분하고 작은 것은 2등분해 삶는다.삶은 물은 따라버리고 쇠고기를 잘게 썰어 넣은 뒤 진간장을 붓는다. 이어 설탕과 채 친 파를 넣고 물을 부어 약한 불에 오래 조린다.빛이 검고 국물이 알맞게 졸아들면 그릇에 담아 상에 놓는다.

http://zine.media.daum.net/lemontree/view.html?cateid=100000&cpid=171&newsid=20111031170023256&p=lemon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