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바야흐로 사극(史劇) 전성시대다. 최근 KBS '공주의 남자' SBS '뿌리 깊은 나무' MBC '해를 품은 달' 등 사극이 차례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처럼 각 방송사가 앞 다퉈 사극을 방영하면서 사극 마니아들은 그야말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한 이른바 이들 '팩션(Faction)'에 열광하지 않는 이를 찾기 힘들 정도다.
하지만 사극에 한창 몰입할 때마다 시청자들을 괴롭히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수십번을 들어도 무슨 뜻인지 아리송한 궁중용어들.
그래서 인기리 방영중인 '해를 품은 달' 속 대사를 통해 사극 마니아들이 반드시 익혀야할 필수 궁중용어를 소개한다.
해를 품은 달 2부 가운데 영의정 윤대형은 세자 이훤의 스승을 고르는 과정에서 성조(이훤의 아버지이자 임금)에게 "신을 비롯한 시강원의 사부와 빈객이 합석해 권점을 친 것으로, 권점이 가장 많은 후보자들이옵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시강원(侍講院)이란 조선시대 왕세자의 교육을 맡아보던 관아, 사부(師傅)는 시강원에서 교육을 맡던 으뜸 벼슬, 빈객(賓客)은 경서·사기와 도의를 가르치던 정2품 벼슬, 권점(圈點)은 벼슬아치를 뽑을 때 뽑는 이가 뽑고자 하는 후보자의 이름 아래에 찍는 둥근 점을 뜻한다.
이밖에 시강원과 관련된 관직으로는 보덕(輔德, 시강원에 속해 경서·사기와 도의를 가르치던 종3품 벼슬), 문학(文學, 세자에게 글을 가르치던 정5품 벼슬) 등도 있다.
또 임금의 외척 견제에 우려를 표명하던 윤수찬은 "(허영재)그 자가 대제학 자리에 앉은 뒤로 삼사가 단합되고, 언관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훈척신을 탄핵하는 상소가 하루가 멀다 하고 편전에 올라오니 성심이 기우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라고 말한다.
여기서 대제학(大提學)이란 홍문관과 예문관의 으뜸 벼슬, 삼사(三事)는 의정부에서 국가 주요 정책을 결정하던 삼정승, 언관(言官)이란 사간원과 사헌부에 속해 임금의 잘못을 지적하고 신료들의 비행을 규탄하던 벼슬이다.
또 훈척신(勳戚臣)은 나라나 군주를 위해 드러나게 공로를 세운 훈신과 성은 다르나 임금의 일가인 척신을 통틀어 가리키는 단어다. 편전(便殿)은 임금이 평상시에 거처하는 궁전, 성심(聖心)은 임금의 마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3부에서는 세자 이훤이 축국시합(가죽으로 만든 공을 차던 옛날놀이)을 제안하며 "익위사들은 들으라, 지금부터 익위사와 선전관으로 편을 갈라 축국시합을 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때 익위사(翊衛司)는 왕세자의 호위를 맡는 관리, 선전관(宣傳官)은 병조에 속해 군사교련·취타연주·전령·호위를 맡던 무관이다.
6부에선 국무(궁중에서 굿을 하던 무당) 녹영이 연우와 함께 나룻배에 오르기 전 소격서에서 일하는 혜각과 대화를 나눈다. 이들은 "소격서로 돌아가십니까?" "주상전하께 윤허 받은 휴식이 끝났으니 복귀해야겠지. 자네는 언제 성수청에 복귀할 생각인가?" 등 대사를 읊는다.
여기서 소격서(昭格署)란 하늘과 땅과 별에 지내는 도교의 제사를 맡아보던 관아를 가리킨다. 또 윤허(允許)란 임금이 신하의 청을 허락하는 것, 성수청(星宿廳)은 궁궐에 소속된 무당으로 하여금 왕가의 복을 비는 행사를 전담케 하던 관서를 각각 뜻한다.
이밖에도 영의정 윤대형이 대왕대비에게 "(주상의)성후가 강녕해지실 기미를 보이다가도 다시 미령해지시는 이유가 무엇이겠사옵니까. 바로 만기로 누적된 과로 때문이 아니겠사옵니까"라고 말한다.
이 때 성후(聖候)란 임금 신체의 안위, 미령(靡寧)이란 어른의 몸이 병 때문에 편치 못함, 만기(萬機)란 임금이 보는 여러 가지 정무를 각각 가리킨다.
7부에서는 임금이 된 이훤이 행궁으로 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한 호객꾼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의막체가 왔어요. 상감마마의 어가행렬을 편안한 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외친다.
여기서 의막체(依幕帖)란 왕의 행차가 있을 때 '길 가장자리에 있는 집을 관람용 임시천막으로 써도 좋다'는 내용의 허가증이다.
또 산속 자신의 집에서 이훤을 다시 만난 연우가 함께 술을 마시지 않는 별운검(임금을 호위하던 벼슬아치) 운에게 "참으로 불충한 분이십니다. 제가 어떤 자인지도 또한 그 술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면서 어찌 기미를 마다하십니까? 호위를 검으로만 하실 것입니까?"라고 말한다.
여기서 '기미(氣味)를 보다'란 임금에게 올리는 수라나 탕제를 먼저 먹어 독이 들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을 뜻한다.
이밖에도 보영루 공사 관련 문서를 조작하느라 바쁜 윤수찬이 "그리 꼼꼼히 을람하실지 누가 알았습니까"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여기서 나온 을람(乙覽)이란 임금이 밤에 독서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아울러 눈이 부은 데 대해 심통을 부리는 민화공주에게 민상궁은 "소인이 옥루를 거두시라 그리 말씀드렸는데도 듣지 않으신 건 공주 자가가 아니시옵니까"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옥루(玉淚)란 임금의 눈물이고 자가(慈駕)란 결혼한 공주·옹주 또는 국왕의 후궁 중 정1품의 빈에 대한 존칭이다.
8부에서는 나대길이 대왕대비에게 "(주상께서)아침 수라 역시 모든 찬품을 고루 젓수시어 그 어느 때보다 퇴선이 적었다 하옵니다"라고 말한다.
이 때 수라(水剌)는 궁중에서 임금에게 올리는 밥을 높여 이르는 말, 찬품(饌品)은 반찬거리, '젓수다'는 궁중에서 '잡수다'를 이르던 말, 퇴선(退膳)은 임금이 수라상에서 물려 낸 음식이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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