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처럼 뜨겁고, '첫사랑' 처럼 달콤한 남자 엄태웅
최근 영화, 드라마, 예능을 휩쓸고 있는 엄태웅은 소위 꽃미남도, 요즘 어필하는 나쁜 남자 스타일도 아니다. '씨익' 하고 웃는 모습은 어딘가 허술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적이다. 그런 그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완벽한 배우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에게 전율을 준다. 그 완벽 뒤에는 끊임없는 연구와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이 있었다. 그의 생일날 미역국 대신 매운탕을 먹으며 나눈, 진솔하고 인간적인 이야기.
파주에 있는 KBS 드라마 < 적도의 남자 > 세트장 인근 음식점. 간단한 현장공개 행사가 끝나고 식사 겸 인터뷰가 진행됐다. 엄태웅은 자리에 앉더니 살짝 눈치를 보며 말을 꺼낸다.
"여기자들 사이에서 저를 싫어하는 부류가 있다고 들었어요."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었던 걸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온몸으로 '나는 아니다'라는 제스처를 하고 나서야 그는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영화가 개봉되면 한 번에 여러 매체와 잇달아 인터뷰를 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피곤해져서 본의 아니게 성의가 없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원래 미리 준비하고 생각해서 말하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요."
사실 엄태웅만큼 배우로서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른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그의 상반된 모습은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느껴진다. 적당히 가식적인 이중인격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어쩌면 그 반대다.
먼저, 연기자 엄태웅은 단단하고 치밀하다. 그의 연기는 눈빛이나 발음 같은 디테일까지 완벽하다. 세밀하게 연구하고 노력한다. KBS 드라마 < 적도의 남자 > 에서 보인 청각장애인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 '엄태웅 동공 연기'가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다. 꽃미남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나쁜 남자 스타일도 아닌 그에게 유달리 마니아 팬들이 많은 이유다.
인간 엄태웅은 이와 반대다. 단단하고 치밀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 1박 2일 > 에서 보이는 것처럼 인간적이고 다소 허술하기까지 하다. 연예인이라는 남들에게 보이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잘보이려고 자신을 포장하는 일도 못한다. "여기자들이 싫어한다"는 소문은 이 때문이다. 인터뷰에 앞서 해야 할 말을 준비하거나 예의상 '가면 미소'를 띠는 법도 없다. < 적도의 남자 > 에서 함께 연기하는 이준혁은 "엄태웅 선배는 뻥을 치는데 진짜 믿게끔 한다"며 "남을 깜빡 속이는 일을 잘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연기란 진짜 믿게끔 하는 일종의 '뻥'인 것일까?
"한번은 어느 인터넷 매체와 '트위터 인터뷰'를 했어요. 저는 트위터로 장난만 쳐왔어요. 그래서 하던 대로 장난을 쳤죠. 트위터로 어떤 질문을 받았는데, 제가 '기사 참조하삼.' 이랬거든요. 장난 같은 제 마음과 달리, 상대방은 마음이 상했던 것 같아요."
장애인 친구에게 배운 '동공 연기'의 비법
엄태웅의 연기 덕에 < 적도의 남자 > 는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승기, 하지원을 내세운 < 더킹 투하츠 > , 박유천을 내세운 < 옥탑방 왕세자 > 와 나란히 출발한 < 적도의 남자 > 가 수목 드라마의 왕좌를 차지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제작진만은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 < 태양의 여자 > 를 집필한 김인영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와 주인공 엄태웅의 연기를 믿었기 때문이다.
"타사 경쟁작이 무척 화려해서 걱정이 안 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의 힘을 믿었어요. 부담 같은 건 없었어요. 오히려 주변에서 제가 너무 부담을 갖지 않는다고 불안해하더군요."
엄태웅에게 드라마 촬영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영화 < 건축학 개론 > 개봉 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본을 본 순간 여행 계획을 미루고,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대본의 힘을 높이 사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김용수 감독의 연출 방식을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감독님이 미술학도 출신이라 예술가 마인드가 있어요.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은 다른 앵글과 컷을 찍는 것, 분위기 만들어가는 것, 편집 등이 기존 작품들처럼 고전적인 것 같으면서도 새롭죠. 찍을 때는 '이게 뭔가?' 싶어도 '알아서 할게.' 하고 나중에 보여주시는데, 그게 정말 기발해요."
김용수 감독은 이번 드라마가 첫 미니시리즈 연출작이다. 첫 작품이라 그런지 구태의연한 연출 기법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평이다. 드라마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그의 독특한 연출 방식이 이미 화제다. 신인 감독이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인 감독이라고 해서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신인이든 아니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함께 작업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않나요? 제가 1997년 < 기막힌 사내들 > 로 데뷔하기까지 오디션을 수없이 보러 다녔는데, 그때마다 검증되지 않은 배우라는 점 때문에 좌절을 겪곤 했어요. 누구나 처음은 있잖아요."
화제가 된 '동공 연기'에 대해서는 "(영화 < 여인의 향기 > 에서 인상적인 시각장애인 연기를 펼쳤던) 알파치노도 나처럼은 안 했다"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연기를 하고 나면 눈이 많이 아팠어요. 대본에는 원래 중간중간 선글라스를 끼는 걸로 돼 있었는데, 눈빛을 보이면서 심리가 드러나야 해서 안 끼고 그냥 가는 걸로 했죠. 드라마 촬영 시작하기 전에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많이 배우고 왔어요. 그때 만난 친구가 있는데, 표정도 재미있고 좋은 친구죠. 그 친구의 표정이나 느낌을 많이 참고했네요."
그의 눈동자 연기는 사팔뜨기를 넘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연습하면 가능한가라는 물음에는 따로 비법이 있는지 "연습해도 안 될 것"이라며 씩 웃는다.
극 중 연인으로 나오는 이보영과는 장애와 시간을 뛰어넘는 절절한 사랑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처음 이보영 씨를 봤을 때 새침한 줄 알았어요. 그래서 선뜻 다가가지 못했는데 태국 로케이션 촬영을 갔다가 촬영 끝나고 술자리에서 친해졌어요. 보기와는 다르게 털털하고 성격이 좋은 편이더라고요. 저처럼 장난기도 있고요. 많이 친해졌어요."
드라마, 영화, 예능… 세 마리 토끼를 다 잡다
엄태웅은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쾌거를 이루었다. 영화 < 건축학 개론 > 은 3백만 관객을 넘어서고도 계속 승승장구 중이다. 어찌 보면 흔하디흔한 첫사랑에 관한 영화지만 건축과 첫사랑, 두 가지가 오묘하게 어울려 감동과 재미를 준다. < 시라노; 연애조작단 > (누적 관객수 약 280만 명)에 이은 흥행이다. 이 정도면 흥행 보증수표가 아닐까? 그런데 정작 그는 기뻐하는 듯하면서도 이런 기록에는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가 정말 좋고, 배우들이 모두 연기를 잘해서 개봉 전부터 '잘되겠다'는 마음은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죠. 편집된 부분이 있는데, 감독님이 피를 말리며 편집한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감독님은 누구보다 영화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잖아요."
영화와 드라마에서 동시에 이슈를 몰고 있는 그는 두 매체의 반응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있다.
"영화는 완성품을 내놓는 거잖아요. 어쨌든 찍고 나서 잘나오면 반응을 예상하게 되죠. 그런데 드라마는 계속 반응을 보면서 가는 거니까 즉각 반응이 오는 게 재미있기도 하지만,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많이 힘들어요."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 KBS < 해피선데이-1박2일 > 에서 가장 늦게 합류한 1기 멤버로서 2기 멤버들과 함께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마음고생도 했다. 그동안 별다른 스캔들 없이, 연기 논란 없이 배우생활을 해온 터라 악플이나 안티 팬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다. 그런데 < 1박2일 > 이 워낙 고정 시청자들이 많은 국민 프로그램이어서일까? 그의 행동이나 역할에 사사건건 태클이 걸렸다. 관련 기사에는 그를 비하하는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예능을 하면서 안티 팬과 악플에 시달리다 보니, '내가 왜 이런 걸 해서 욕을 먹나.' 하는 후회가 들었어요. 아무리 인터넷 공간이지만, 악플을 받은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려요. 모르는 누군가가 내 귀에 욕을 하고 가는 기분이더라고요."
결혼? 애완견 열네 마리의 아버지로 살기도 분주해
엄태웅은 남다른 애완견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현재 열네 마리의 애완견과 함께 살고 있다. 춘희, 금돌, 깜돌, 깜순, 루, 황룡, 선덕 등 모두 친근감 넘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중 춘희는 유기견을 데려다 키운 강아지로 화제가 됐으며, 백통은 < 1박2일 > 에도 등장해 화제가 됐지만, 안타깝게도 잃어버렸다. 그의 강아지 사랑은 촬영장에서도 계속된다. 촬영장에 강아지를 데리고 다닐 정도다. 강아지 이야기를 꺼내자 어떤 말에도 담담히 대답하던 그의 얼굴에 '급' 화색이 돌았다.
"강아지요? 지금 차에 있죠. 열네 마리 중 외출용 강아지가 따로 있어요. 강아지가 차에 갇혀 있으면 답답한 게 좀 문제지, 데리고 다니는 건 어렵지 않아요. 밥도 가지고 다니는데 워낙 많이 안 먹어서 크게 부담되지 않고요. 차에만 있는 게 안타까워서 어제는 밖에 풀어놓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촬영장 주변 동네에 깡패 같은 개가 작은 개랑 단합해서 우리 개한테 달려드는 거예요. 어휴. 우리 개는 선비 같아서 싸움을 싫어하는데…."
열네 마리나 키우다 보니 그는 개에 대해서 전문가가 다됐다.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주인을 잃고 돌아다니는 개들은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전문가적 식견을 펼쳤다.
그와 만난 날은 마침 그의 생일이었다. 출연자, 스태프 그리고 DC갤러리 팬들이 모여 촬영장에서 조촐하게 생일 파티를 치렀다. 엄태웅의 팬들은 촬영장을 방문한 기자들에게까지 케이크와 커피를 돌리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생일 미역국요? 못 먹었어요. 대신 어제 회덮밥을 먹었는데 미역국이 따라 나오더군요. 그거 먹었네요. 그리고 이보영 씨에게 신발을 선물받았고요. 생일 챙겨주는 팬들에게는 늘 감사하죠."
30대의 마지막 생일이었다. 엄태웅은 20대 후반에 데뷔해 30대에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쉼 없이 달려왔다. 오디션마다 떨어졌던 시절에도 "난 잘될 거야!" 하는 믿음 하나로 버텨왔다는 그는, 다가오는 40대에 대해서도 덤덤하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연말이 아니라서 그런가? 40대에 특별히 이루고 싶다거나 하고 싶은 일은… 없어요.(웃음)"
대신 드라마가 끝나면 여행을 떠날 예정이란다. 영화 < 건축학 개론 > 을 끝내고 가려던 여행이다.
"영화가 잘되면 어딜 가야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바로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서 기회를 놓쳤네요. 드라마가 끝나면 어디로 갈까요? 적도? 하하하. 뉴질랜드에 가보고 싶어요."
최근 영화, 드라마, 예능을 휩쓸고 있는 엄태웅은 소위 꽃미남도, 요즘 어필하는 나쁜 남자 스타일도 아니다. '씨익' 하고 웃는 모습은 어딘가 허술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인간적이다. 그런 그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완벽한 배우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에게 전율을 준다. 그 완벽 뒤에는 끊임없는 연구와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이 있었다. 그의 생일날 미역국 대신 매운탕을 먹으며 나눈, 진솔하고 인간적인 이야기.
파주에 있는 KBS 드라마 < 적도의 남자 > 세트장 인근 음식점. 간단한 현장공개 행사가 끝나고 식사 겸 인터뷰가 진행됐다. 엄태웅은 자리에 앉더니 살짝 눈치를 보며 말을 꺼낸다.
"여기자들 사이에서 저를 싫어하는 부류가 있다고 들었어요."
자신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었던 걸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온몸으로 '나는 아니다'라는 제스처를 하고 나서야 그는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
"영화가 개봉되면 한 번에 여러 매체와 잇달아 인터뷰를 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피곤해져서 본의 아니게 성의가 없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원래 미리 준비하고 생각해서 말하는 편이 아니기도 하고요."
사실 엄태웅만큼 배우로서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른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그의 상반된 모습은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느껴진다. 적당히 가식적인 이중인격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어쩌면 그 반대다.
먼저, 연기자 엄태웅은 단단하고 치밀하다. 그의 연기는 눈빛이나 발음 같은 디테일까지 완벽하다. 세밀하게 연구하고 노력한다. KBS 드라마 < 적도의 남자 > 에서 보인 청각장애인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해 '엄태웅 동공 연기'가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다. 꽃미남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나쁜 남자 스타일도 아닌 그에게 유달리 마니아 팬들이 많은 이유다.
인간 엄태웅은 이와 반대다. 단단하고 치밀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 1박 2일 > 에서 보이는 것처럼 인간적이고 다소 허술하기까지 하다. 연예인이라는 남들에게 보이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잘보이려고 자신을 포장하는 일도 못한다. "여기자들이 싫어한다"는 소문은 이 때문이다. 인터뷰에 앞서 해야 할 말을 준비하거나 예의상 '가면 미소'를 띠는 법도 없다. < 적도의 남자 > 에서 함께 연기하는 이준혁은 "엄태웅 선배는 뻥을 치는데 진짜 믿게끔 한다"며 "남을 깜빡 속이는 일을 잘한다"고 말했다. 그에게 연기란 진짜 믿게끔 하는 일종의 '뻥'인 것일까?
"한번은 어느 인터넷 매체와 '트위터 인터뷰'를 했어요. 저는 트위터로 장난만 쳐왔어요. 그래서 하던 대로 장난을 쳤죠. 트위터로 어떤 질문을 받았는데, 제가 '기사 참조하삼.' 이랬거든요. 장난 같은 제 마음과 달리, 상대방은 마음이 상했던 것 같아요."
장애인 친구에게 배운 '동공 연기'의 비법
엄태웅의 연기 덕에 < 적도의 남자 > 는 쟁쟁한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승기, 하지원을 내세운 < 더킹 투하츠 > , 박유천을 내세운 < 옥탑방 왕세자 > 와 나란히 출발한 < 적도의 남자 > 가 수목 드라마의 왕좌를 차지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제작진만은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 < 태양의 여자 > 를 집필한 김인영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와 주인공 엄태웅의 연기를 믿었기 때문이다.
"타사 경쟁작이 무척 화려해서 걱정이 안 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의 힘을 믿었어요. 부담 같은 건 없었어요. 오히려 주변에서 제가 너무 부담을 갖지 않는다고 불안해하더군요."
엄태웅에게 드라마 촬영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영화 < 건축학 개론 > 개봉 후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본을 본 순간 여행 계획을 미루고,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대본의 힘을 높이 사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김용수 감독의 연출 방식을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감독님이 미술학도 출신이라 예술가 마인드가 있어요. 그래서 남들이 하지 않은 다른 앵글과 컷을 찍는 것, 분위기 만들어가는 것, 편집 등이 기존 작품들처럼 고전적인 것 같으면서도 새롭죠. 찍을 때는 '이게 뭔가?' 싶어도 '알아서 할게.' 하고 나중에 보여주시는데, 그게 정말 기발해요."
김용수 감독은 이번 드라마가 첫 미니시리즈 연출작이다. 첫 작품이라 그런지 구태의연한 연출 기법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평이다. 드라마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그의 독특한 연출 방식이 이미 화제다. 신인 감독이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인 감독이라고 해서 걱정하지는 않았어요. 신인이든 아니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함께 작업해보지 않으면 모르지 않나요? 제가 1997년 < 기막힌 사내들 > 로 데뷔하기까지 오디션을 수없이 보러 다녔는데, 그때마다 검증되지 않은 배우라는 점 때문에 좌절을 겪곤 했어요. 누구나 처음은 있잖아요."
화제가 된 '동공 연기'에 대해서는 "(영화 < 여인의 향기 > 에서 인상적인 시각장애인 연기를 펼쳤던) 알파치노도 나처럼은 안 했다"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연기를 하고 나면 눈이 많이 아팠어요. 대본에는 원래 중간중간 선글라스를 끼는 걸로 돼 있었는데, 눈빛을 보이면서 심리가 드러나야 해서 안 끼고 그냥 가는 걸로 했죠. 드라마 촬영 시작하기 전에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많이 배우고 왔어요. 그때 만난 친구가 있는데, 표정도 재미있고 좋은 친구죠. 그 친구의 표정이나 느낌을 많이 참고했네요."
그의 눈동자 연기는 사팔뜨기를 넘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연습하면 가능한가라는 물음에는 따로 비법이 있는지 "연습해도 안 될 것"이라며 씩 웃는다.
극 중 연인으로 나오는 이보영과는 장애와 시간을 뛰어넘는 절절한 사랑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다.
"처음 이보영 씨를 봤을 때 새침한 줄 알았어요. 그래서 선뜻 다가가지 못했는데 태국 로케이션 촬영을 갔다가 촬영 끝나고 술자리에서 친해졌어요. 보기와는 다르게 털털하고 성격이 좋은 편이더라고요. 저처럼 장난기도 있고요. 많이 친해졌어요."
엄태웅은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쾌거를 이루었다. 영화 < 건축학 개론 > 은 3백만 관객을 넘어서고도 계속 승승장구 중이다. 어찌 보면 흔하디흔한 첫사랑에 관한 영화지만 건축과 첫사랑, 두 가지가 오묘하게 어울려 감동과 재미를 준다. < 시라노; 연애조작단 > (누적 관객수 약 280만 명)에 이은 흥행이다. 이 정도면 흥행 보증수표가 아닐까? 그런데 정작 그는 기뻐하는 듯하면서도 이런 기록에는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영화가 정말 좋고, 배우들이 모두 연기를 잘해서 개봉 전부터 '잘되겠다'는 마음은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죠. 편집된 부분이 있는데, 감독님이 피를 말리며 편집한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감독님은 누구보다 영화가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이잖아요."
영화와 드라마에서 동시에 이슈를 몰고 있는 그는 두 매체의 반응을 각각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있다.
"영화는 완성품을 내놓는 거잖아요. 어쨌든 찍고 나서 잘나오면 반응을 예상하게 되죠. 그런데 드라마는 계속 반응을 보면서 가는 거니까 즉각 반응이 오는 게 재미있기도 하지만, 체력적인 부분에서는 많이 힘들어요."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주목을 받고 있다. KBS < 해피선데이-1박2일 > 에서 가장 늦게 합류한 1기 멤버로서 2기 멤버들과 함께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마음고생도 했다. 그동안 별다른 스캔들 없이, 연기 논란 없이 배우생활을 해온 터라 악플이나 안티 팬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다. 그런데 < 1박2일 > 이 워낙 고정 시청자들이 많은 국민 프로그램이어서일까? 그의 행동이나 역할에 사사건건 태클이 걸렸다. 관련 기사에는 그를 비하하는 악플이 달리기도 했다.
"예능을 하면서 안티 팬과 악플에 시달리다 보니, '내가 왜 이런 걸 해서 욕을 먹나.' 하는 후회가 들었어요. 아무리 인터넷 공간이지만, 악플을 받은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려요. 모르는 누군가가 내 귀에 욕을 하고 가는 기분이더라고요."
엄태웅은 남다른 애완견 사랑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현재 열네 마리의 애완견과 함께 살고 있다. 춘희, 금돌, 깜돌, 깜순, 루, 황룡, 선덕 등 모두 친근감 넘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 중 춘희는 유기견을 데려다 키운 강아지로 화제가 됐으며, 백통은 < 1박2일 > 에도 등장해 화제가 됐지만, 안타깝게도 잃어버렸다. 그의 강아지 사랑은 촬영장에서도 계속된다. 촬영장에 강아지를 데리고 다닐 정도다. 강아지 이야기를 꺼내자 어떤 말에도 담담히 대답하던 그의 얼굴에 '급' 화색이 돌았다.
"강아지요? 지금 차에 있죠. 열네 마리 중 외출용 강아지가 따로 있어요. 강아지가 차에 갇혀 있으면 답답한 게 좀 문제지, 데리고 다니는 건 어렵지 않아요. 밥도 가지고 다니는데 워낙 많이 안 먹어서 크게 부담되지 않고요. 차에만 있는 게 안타까워서 어제는 밖에 풀어놓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촬영장 주변 동네에 깡패 같은 개가 작은 개랑 단합해서 우리 개한테 달려드는 거예요. 어휴. 우리 개는 선비 같아서 싸움을 싫어하는데…."
열네 마리나 키우다 보니 그는 개에 대해서 전문가가 다됐다.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주인을 잃고 돌아다니는 개들은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면서 전문가적 식견을 펼쳤다.
그와 만난 날은 마침 그의 생일이었다. 출연자, 스태프 그리고 DC갤러리 팬들이 모여 촬영장에서 조촐하게 생일 파티를 치렀다. 엄태웅의 팬들은 촬영장을 방문한 기자들에게까지 케이크와 커피를 돌리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생일 미역국요? 못 먹었어요. 대신 어제 회덮밥을 먹었는데 미역국이 따라 나오더군요. 그거 먹었네요. 그리고 이보영 씨에게 신발을 선물받았고요. 생일 챙겨주는 팬들에게는 늘 감사하죠."
30대의 마지막 생일이었다. 엄태웅은 20대 후반에 데뷔해 30대에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쉼 없이 달려왔다. 오디션마다 떨어졌던 시절에도 "난 잘될 거야!" 하는 믿음 하나로 버텨왔다는 그는, 다가오는 40대에 대해서도 덤덤하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연말이 아니라서 그런가? 40대에 특별히 이루고 싶다거나 하고 싶은 일은… 없어요.(웃음)"
대신 드라마가 끝나면 여행을 떠날 예정이란다. 영화 < 건축학 개론 > 을 끝내고 가려던 여행이다.
"영화가 잘되면 어딜 가야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바로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서 기회를 놓쳤네요. 드라마가 끝나면 어디로 갈까요? 적도? 하하하. 뉴질랜드에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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