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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과의 하루>/엄태웅기사

원로배우 윤일봉, 예비사위 엄태웅을 말하다

배우 엄태웅이 KBS-2TV '해피 선데이-1박 2일'을 통해 꼭꼭 숨겨두었던 여자 친구, 발레리나 윤혜진씨를 깜짝 공개했다. 내년 1월 9일 화촉을 밝히는 두 사람은 이미 속도위반으로 '혼수'까지 준비한 상황. 두 사람의 따끈한 러브 스토리와 함께 든든한 사위를 얻은 예비신부의 아버지이자 원로 배우인 윤일봉씨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노총각 엄태웅(38)이 마침내 유부남 대열에 합류한다. 예비신부인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윤혜진씨(33)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실력파 발레리나.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지난 6월, 엄태웅의 친누나인 엄정화가 평소 가깝게 지내던 윤씨를 소개하면서 이뤄지게 됐는데, 엄태웅은 어딘가 모르게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는 그녀의 모습에 두 번째 데이트에서 이미 결혼을 결심했다고 했다.



2007년 1월호 레이디경향 윤일봉·혜진 부녀 인터뷰 中.

"저와 함께할 사람은 착하고 제 일을 많이 이해해주며, 개인적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옆에서 묵묵히 저를 믿어주고 사랑해준 사람입니다.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그 사람과 평생 함께하고 싶은 마음으로 결혼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끌림은 윤혜진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그녀는 엄태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으로 이적해 새로운 무대에 올라 또 다른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지난 봄, 10년간 지켜온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이적을 기정사실화했는데 부상으로 잠시 공백기를 가진 상황에서 엄태웅을 만났고, 일과 사랑이라는 선택의 기로에서 마치 한 편의 멜로 영화처럼 그를 택했다.

한편 적지 않은 나이에 속전속결로 결혼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은 이미 예비엄마, 아빠가 되는 기쁨도 누렸다. 한 측근은 내년 6월께 출산 예정인 윤씨가 현재 결혼 준비와 동시에 태교에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결혼을 승낙하게 된 결정적 계기라(웃음)…. 둘 다 20대 초반도, 어린 애들도 아니고, 단순한 호기심이나 즐거움으로만 만나진 않았을 것 아니오. 그동안 축적된 삶의 경험이나 깨달음들이 있을 텐데, 그걸 바탕으로 두 사람의 앞날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했으리라 믿었습니다. 서로 좋아하고, 각자의 직업을 이해해주고. 또 두 사람이 매사 신중하고 예의 바른 부부가 돼 다른 이들의 모범이 됐으면 하고, 자기 관리도 잘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몇 차례 축하 전화를 받았다며 조금은 담담하게 딸의 결혼 소식을 전하는 원로 배우 윤일봉(78). 그는 1948년 영화 '푸른 언덕'으로 데뷔해 '오발탄', '맨발의 청춘', '별들의 고향', '구원의 애정' 등 1990년대까지 50년간 약 1백 편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한국영화배우협회 명예회장과 제11대 영화진흥공사(현 영화진흥위원회) 사장을 지낸 한국 영화계의 산증인이다.



"영화계나 연극계, 전반적으로 연예계에 많은 후배들이 있는데 개중엔 아, 정말 괜찮구나, 좋구나, 하는 후배들도 있지요. 우리 사위도 그중 하나입니다. 특히 엄태웅이는, 제가 객관적으로 남자 대 남자로 떼어놓고 봐도 손색이 없어요. 수수하고 순수한 면이 좋았습니다. 하기야 내 마음에 든다고 둘이 연애를 시작했겠습니까. 인연이 될 만하니까 그런 거였겠지. 설령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반대할 이유가 뭐 있었겠습니까(웃음)."

전성기 시절인 1960, 70년대, 반듯하면서도 이국적인 외모로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멜로 영화를 찍어 많은 남성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던 그도 열여덟 살 연하의 여성과 결혼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터. 불안정한 생활 패턴과 불투명한 미래는 차치하고서라도 대중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 뼈저리게 경험했기에 동종업계 후배를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기쁨만큼 걱정이 앞선다.

"뭐, 방송이나 신문 통해 보도도 다 됐고, 들어봐야 같은 이야기라 특별할 것도 없을 텐데. 엄태웅이나 발레 하는 제 딸이나 둘 다 직업이 특이하니까 이렇게 관심 가져주시나 봅니다. 무척 감사한 일인데, 전 조용하고 검소하게 결혼식을 치르고 싶습니다. 지나치게 화제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얼마나 힘든 직업인지 잘 알고 있어 선배로서 걱정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윤혜진씨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저녁 9시 이후에 집에 들어오시는 것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어릴 땐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았다"라며 35년간 서로 존중하며 부부의 연을 이어온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마흔여섯에 낳은 딸을 향한 아버지의 내리사랑 역시 깊었는데, 끝으로 딸 자랑을 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그는 곰곰이 고민을 하더니 겸손하게 말을 이었다.

"자랑이랄 것이 있나요?(웃음) 딸은 어릴 적 발레를 시작해 예고에 다니다가 유학을 갔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10여 년 동안 발레에 심취했고, 능력도 인정받았죠. 수석이란 자리까지 가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최선을 다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딸아이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시간 동안의 노력과 열정을 인정하고 응원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지향하는 예술만큼 결혼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어떻게 결정을 내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를 낳은 뒤에도 계속 그 분야에서 일을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다만 배우란 직업이 평생 계속 할 수 있는 보장된 직업은 아니니 두 사람이 앞으로도 그 길을 걷고 싶다면 함께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을 뿐입니다."

"아는 선배가 '결혼은 인생의 고아를 면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고아를 면하게 해줘서 정말 고맙고, 당신도 이 길이 처음 가는 길이라 설렘, 두려움이 많을 줄 압니다. 내가 최선을 다해 좋은 남편, 좋은 사위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못난 나를 항상 멋있게 봐줘서 고마워요. 사랑합니다."From 엄태웅

"치료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기다렸지만 제 욕심만으로 그냥 달려가는 것이 더 큰 피해가 되진 않을지, 이 지점에서 저는 여러 가지 깊은 고민을 했습니다. 무용수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한 여자로서의 제 삶에도 기회를 주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나코 출국 몇 달 전에 만나 무척 자연스럽고 익숙하게 서로의 일부가 되어버린 소중한 사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선물까지 정말 많은 행복한 변화가 있는 요즘입니다."From 윤혜진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