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유민 기자] 배우 이민호(27)가 ‘꽃보다 남자’ 구준표에 이어 ‘상속자들’ 김탄이 된다 했을 때 ‘또’라는 부정적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20대 후반에 ‘또’ 입게 된 고등학생 교복이었고, ‘또’ 재벌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민호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김은숙 작가의 흡입력 있는 대본, 그리고 그 안에서 4년간 성장한 자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었다. 방송초반 시청률이 KBS2 ‘비밀’에 밀려 주춤했을 때도 불안해하거나 힘들어하지 않았던 이유다.
결과적으로 이민호의 선택은 옳았다. SBS ‘상속자들’(극본 김은숙 연출 강신효)은 25.6%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고, 패션부터 대사까지 등장인물 면면이 화제가 되며 그야말로 신드롬을 낳았다.
이민호는 “작품 전에 피부과도 자주 다니고, 운동도 하고 외적으로 준비를 많이 했어요.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데 아무래도 18살로 보여야 하니까”라며 고등학생 연기를 위해 했던 노력을 전하며 밝게 웃었다.
“아마 교복연기는 마지막일 거 같아요. 현장에서 저보다 어린 동생들과 연기하면서 예전 생각이 나서 애틋함을 느꼈어요. 작가님이 특별하게 주문하신 건 없었어요. 연기하면서 참 행복했어요. 한 번도 의문을 가지거나 이해가 안간 부분이 없었어요.”
유난히 어록이 참 많았던 드라마였다. 이민호가 연기한 김탄의 오글거리는 말투(‘나 너 좋아하냐’ 등)는 묘한 중독성으로 화제가 됐다. 대사로 인한 에피소드는 없었을까. 이민호는 미국 로케이션 촬영 당시 없어졌던 대사를 언급했다.
“아몬드 농장신에서 스프링클러가 터지고 ‘원래부터 이렇게 비 맞은 강아지처럼 귀엽단 말이야?’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자꾸 웃음이 터지더라고요. 감독님과 상의 끝에 그 대사는 뺐어요. 그 외에는 평소 말장난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하면서도 재밌었어요. 그래도 ‘지금부터 나 좋아해. 가능하면 진심으로’는 좀 힘겨웠지만요.(웃음)”
실제로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는 이민호. 그는 김탄을 연기하며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멋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이가 들수록 원초적인 감정에 대해 생각해볼 겨를이 줄어드는 거 같은데, 이번에 원 없이 감정연기를 하면서, 일종의 색안경을 꼈단 것을 알았어요. 18살 사랑과 이별의 감정연기가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지나고 나니 그건 27살 먹은 나의 색안경이더라고요.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감정에 집중했어요. 이렇게 많이 울어본 것도 처음이에요.”
‘꽃보다 남자’ 그 후 세 작품을 하며 달려왔지만 구준표 이미지는 늘 이민호를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이민호는 “구준표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잃을게 없었던 소중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상속자들’ 김탄을 하며 비로소 구준표를 가장 많이 벗었다고 했다.
“‘상속자들’을 하면서 구준표 이미지가 남아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하지만 스스로 굳이 이미지를 벗으려 하는 배우는 아니에요. 그랬다면 ‘꽃보다 남자’에 이어 ‘상속자들’을 선택하지는 않았겠죠. 소년과 남자 사이를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다고 생각했고, 지금의 외모와 분위기를 남겨두고 싶었어요.”
일찌감치 김수로는 이민호를 국가대표 배우가 될 거라고 말했다. 한류는 물론이고, 서른이나 마흔이면 할리우드에 갈 거라고 했다. 이민호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던 내게, 그 한마디가 굉장히 큰 힘이 됐다. 이번에도 촬영장에 오셔서 격려해주셨다”며 무명시절 그를 알아본 김수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차기작은 일찌감치 유하 감독의 영화 ‘강남블루스’로 결정됐다.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탓에, 이후 해외작품의 출연도 고려중이다. 20대 후반에 접어든 이민호의 목표가 궁금해졌다. 그는 “없다”라는 다소 심심한 답에 심심하지 않은 이유를 덧붙였다.
“어려서부터 축구할 때 빼고 꿈, 목표가 없었어요. 목표를 정해놓으면 거기까지밖에 안 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그 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못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현재 상황에 맞춰 열심히 하는 게 베스트 아닐까요? 10년 뒤, 20년 뒤 배우를 계속 할지 다른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배우를 시작했으니 인정받고 싶고, 후배들에 존경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부지런하게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가려 해요.”
책임감, 부담감이 없지 않지만 무엇이든 그 무게를 견딜 각오가 됐다는 이민호. 그에게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해 물었다. 이민호는 “마지막 연애는 오픈 됐었던 ‘그 연애’”라며 김탄처럼 은상이 같은 존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사귀지 않아도 되니까 첫눈에 반해서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존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단, 공개연애는 ‘절대’ 안한다고 했다.
“‘상속자들’ 전에도 사랑할 때는 진심으로 여자친구를 사랑했지만, 탄이처럼은 못했어요. 나와 여자친구의 관계, 주변 상황들에 대해 고민했던 거 같아요. 이제는 탄이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요. 이상형이요?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배려할 줄 알고, 볼수록 매력적인 이성이요. 그런 이상형이 나타나면 용기를 내보고 싶어요. 그런 면에서 ‘상속자들’ 결말은 최고였던 거 같아요. 김탄과 차은상, 두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제 환상이 깨지지 않게(웃음).”
[티브이데일리 김유민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제공=스타우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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