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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살아가는 이야기

사고 소식 반복적으로 듣기, 절대금기 사항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구조된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과 교사가 16일 오후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하고 있다. 진도/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건강]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대처법

여객선 침몰과 같은 큰 사고를 겪은 뒤 정신적으로 해당 사건을 재경험하는 등 심한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거나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사람들이 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구조된 고등학생들을 진료한 의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체의 약 40%가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증상이 사고를 겪은 이들 모두한테 나타나는 건 아니고 일부가 일시적으로 겪기도 한다. 하지만 한달 넘게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부른다. 관련 학회나 전문의들은 사건을 겪은 이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정서적인 지지를 우선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나타날 수 있음도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사건이라도 나이 어리거나 노인층에서 더 심해 여객선 침몰은 물론 홍수나 태풍 등 자연재해나 교통사고, 화재, 전쟁, 고문 등과 같은 사건을 겪으면 누구나 특징적인 불안 및 우울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 외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피하거나 비슷한 장소에 가는 것마저 피하게 된다. 또 불안해하며 잠에 들지 못하거나 잠을 자다가도 가위에 눌리는 등 깊은 잠을 자지 못할 수도 있다. 자주 깜짝깜짝 놀라거나, 우울 증상이 나타나거나, 집중력이 떨어져서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증상은 같은 사건을 겪은 사람 모두가 꼭 경험하는 것은 아니며, 잘 나타나는 경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중장년층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노인들에게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취약하다. 또 가족 및 동료 등 주변 사람들의 정서적인 지지가 부족할 때나 아동기에 심리적인 외상이 있을 때 더 잘 나타난다는 보고도 있다. 아울러 이번 사고처럼 사망한 학생의 상황과 자신의 상황을 같게 생각하거나, 가까운 친구나 이성 친구가 숨진 학생이 더 취약하다.

어린이나 노인, 여성이 더 취약
10명 가운데 1명은 악화되기도
장애 증상 나타날 가능성 알리고
슬픈 감정 얘기하도록 도와줘야

증상은 짧게는 일주일 뒤, 길게는 30년 뒤에 나타나기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은 시간에 따라 양상이 변하고, 스트레스 강도가 클 때 강하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보통 짧게는 사건을 겪은 뒤 일주일 만에 나타나지만, 길게는 30년 뒤에 이 증상을 겪는다는 보고도 있다. 대체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며 나아지는 경우도 꽤 있는데 10명 가운데 3명 정도가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10명 가운데 6명은 증상이 가볍거나 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해당 증상을 지속적으로 겪을 수 있고, 1명 정도는 증상이 좋아지지 않고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나타날 수 있음을 충분히 알려야 정서적으로 예민한 고등학생들은 이번 사건에 더 충격을 받을 수 있으므로 부모를 비롯해 주변에서 주의할 점이 많다. 우선 사망자 애도는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애도 반응을 숨기거나 억제시킬 필요가 없다. 대신 슬픈 감정을 얘기하도록 돕는 것이 좋다. 아울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미리 설명해 증상에 따른 불안을 겪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절대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고 소식을 반복적으로 듣게 방치하는 것이다. 병원에 입원한 경우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문 등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고, 방송 인터뷰 등으로 언론에 노출되는 일을 삼가야 한다. 이런 정서적 지지와 함께 강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이완 요법, 예를 들면 숨을 크게 쉬는 등과 같은 요령도 가르치는 것이 좋다. 이런 방법과 함께 약물치료도 고려할 수 있는데, 주로 우울증을 치료하는 약을 쓴다. 자해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칠 우려가 있을 정도로 증상이 심하면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한편 이런 사건을 직접 겪지 않고도 해당 소식을 전해 들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나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한테는 우선 해당 소식을 반복적으로 듣지 않도록 권고해야 하며, 증상이 심하면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634079.html

 

차라리 눈이 안보이면 편할까..

귀가 멀었으면 편할까...

희망없는 대한민국이 보여 아프다.

절망하는 대한민국이 들려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