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미 글,오승민 그림,사계절
<길고양이 방석>은 박효미작가가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만난 아이를 모델로 만든 책이라고 한다.
책에는 <길고양이 방석>의 주인인 두아이가 나온다.누나 서지은은 12살,초등학교 5학년생으로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학습지벌레,공부벌레로 통한다.그도 그럴것이 지은이는 매일같이 영어50단어를 암기하고 밤9시까지 주말에도 공부하는 특목고 대비반 학원에 다니는 다른 엄마들 시선에서는 부러운 공부잘하는 모범생이다.
그리고 동생 서지명은 들어린이집에 다니는 7살,한창 말썽쟁이 꼬마이다.그런데 지명이는 또래 아이들과 다른 점이 한가지 있다.그건 구루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혼자 걸어 다니지도 못하고 조금만 놀아도 심하게 아픈 것이다.<길고양이방석>은 두아이의 일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지은이의 길고양이방석은 항상 책상의자에 묶여 있어 깨끗하기만 하고,지명이의 길고양이 방석은 서서 걸을 수 없는 지명이가 무릎으로 끌고 다녀 낡을 때로 낡아 나달나달 하다.
엄마가 원하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현재가 피곤한 ...그런대도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다하면서 현재의 시간에 대책없이 행복하게만 보이는 동생 지명이에 비해 엄마에겐 아무런 내색도 못하며 그렇게 바쁘게 살던 지은이 앞에 어느날,민유리라는 친구가 전학을 와 같은 아파트 아랫집에 살게된다.이때부터 늘 따분하기만 하던 지은이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찾아오는 데....
이 책은 지은이이야기를 통해서 본 교육현실과 지명이 이야기를 통해서 본 장애우 가족의 고민과 갈등,지은이와 같은 반 아이 민기를 통해서 본 한부모 아이의 문제를 잔잔히 다루었다.
박효미작가는 <일기도서관>과<말풍선 거울>이라는 저학년 동화로 알게된 작가이다.전 두 작품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 책도 참 재미있게,또는 눈물나게 읽었다.(사실 이책을 읽으면서 너무 많이 울어 버렸다.)또 지은이 엄마를 바라보며 내자신도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사실 제일 불쌍했던 사람이 공부에 치어버린 지은이도 아픈 지명이도 아니었고 지은이와 지명이 엄마였다.요즘 말하는 알프맘 의 전형인것 같은 지은,지명엄마는 아픈 데 없는 건강한 딸 지은이에게는 든든한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열정을 다하며 아픈 아들 지명이에게도 항상 밝게 웃어 주는 엄마이다.두 아이의 인생을 위해 하루 24시간도 모자라는 지은엄마,자신의 인생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은 엄마는 늘 지은이에게 말한다.나중에 뭐든지 네가 원하는 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미래에 하고 싶은 걸 위해 현재에 하고 싶은 일 따위는 관심에도 없는 엄마랑은 대화도 안된다고 생각하는지은이.친구 유리의 자유로운 일상을 바라보며 현재의 시간에 고민하던 지은이는 동생지명이의 죽음을 계기로 엄마를 조금씩 이해한다.
어찌보면 엄마는 미래가 없는 아들 지명이에겐 현재의 시간에 가장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나름 배려해 주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 지...지명이가 만일 지은이처럼 건강한 아이였다면 지은이와같은 길을 걷고 있지는 않았을런지...엄마의 아픈 과거 때문에 미래가 있는 딸에게만 더 공부쪽으로 매달린건 아니었을지...여러가지로 생각해보며 지은이 엄마가 되보며 가슴이 아팠다.
인생아,넌 오늘 행복하니?라는 작은 물음이 큰 울림이 되었다.
과연 오늘도 우리 아이들의 인생은 안녕하고,행복한지 스스로 반성해 본다.
또하나....이 책에 나오는 작은 에피소드 인데 알 수없는 누군가가 책<라스무스와 방랑자>를 공중전화박스에 놓고 간다.그 책을 지은이가 발견하게 되는 데 책에는 이런 쪽지가 있었다'책에 날개를 달아 주세요' 이책은 여행을 하는 중이란다. 지금까지 책을 발견한 사람들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적어둔 것도 끝표지 앞쪽에 있었다.그래서 지은이도 <방랑자는 자유를 선택했고 라스무스를 선택했다.방랑자는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라는 글귀를 남기고 병원 공중전화박스에 책을 남겨 놓는다.
마지막에 지명이는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갔지만 지은이의 하루는 늘 똑같았다.영어테이프를 듣고...학습지를 풀고...다만 작은 변화가 있다면 특목고반을 버리고 현재의 시간을 찾았다는 것이다.
분홍빛 미래를 위해 현재의 시간을 약간 희생하며 살지,아니면 알 수없는 미래를 위하기 보다는 현재의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지도 어찌보면 아이들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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