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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시간

그림책작가이야기-바버러쿠니

 

<약력>증권업자인 아버지와 화가인 어머니사이에서 1917년에 쌍둥이로 태어난 바버러쿠니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 부터 그림을 그렸다.스미스대학에서 예술사를 공부하고,뉴욕의 아트스튜던츠리그에서 그림을 배웠다.

바버러쿠니가 그린 그림의 특징은 정확한 세부묘사와 최대한 자연색에 가까운 색을 쓰는 데 있다.그녀 스스로도 "나는 낭만적인 면도 있긴 하지만,상당히 현실적이다.나는 오직내가 알고 있는것만 그렸다.실은 난,다른 방법으로 그리지를 못한다.나는 사실을 만들어내거나 모호한 선으로 무언가를 암시하지는 못한다."라고 하기도 하였다.

<제프리초서의 챈트클리어와 여우>로 1959년 칼데콧상을받았고,뉴잉글랜드의 농부생활을 그린<달구지를 끌고>로 1980년에 또 칼데콧상을 받았다.

2000년 세상을 떠나기전까지 백권이 넘는 많은 책에 그림을 그렸고,생전에 55만 달러라는 거금을 보수가 필요한 한 공립도서관에 기부하기도 하였다.

<책이야기>

 

이 그림책은 영국의 대문호 제프리초서의 <캔터베리이야기>를바버러쿠니가 개작하고 그림을 그린 작품이다.바버러쿠니는 글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그림으로 칼데콧상을 받았다.

<캔터베리이야기>는 중세의 3대 저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내용은 봄을 맞아 토마스 베켓의 유골이 있는 캔터베리로 순례를 떠나는 30여명의 순례자들의 이야기 모음과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챈트클리어와 여우>는 순례자들 가운데에서 수녀원장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챈트클리어라는 수탉이 새벽에 꾼 꿈처럼 여우에 속아서 목숨을 잃을 뻔 하지만 그것을 지혜롭게 극복한다는 이야기이다.

상대방의 달콤한 말은 가끔은 몸에 해로울 수 있으니 경계해야한다는 교훈이 담겨있다 어떻게 보면 살짝 이솝우화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실존인물인 시인 에밀리디킨슨에 대한 이야기이다.

거의 20년 동안 이나 자기집을 떠난 적이 없어 '신비의여인'이라고 불리는 노란집에 사는 이웃집여자가 꼬마여자아이는 궁금하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를 미친 사람이라고도 하지만 꼬마여자아이에게 그녀는 그저 에밀리이다.

어느날,피아노를 치는 엄마앞에 편지가 한장온다.그 편지는 바로 신비의여인에게서 온 초대장이었다.그래서 엄마와 꼬마여자아이는 신비의여인이 사는 집으로 가게 되는 데...

이 책의 첫장을 보면 백합 알뿌리가 보인다.봄이  되면 꽃으로 피어날 백합알뿌리는 죽고난 뒤 많은 사람들에게 뛰어난 시인으로 사랑받게 되는 에밀리디킨스와 닮았다.그리고 책의 마지막장에는 꼬마여자아이가 에밀리에게 건넨 백합알뿌리가 꽃이 되어 있고,에밀리가 여자아이에게 건넨 시가 나란히 놓여있다.

여기에서 바버러쿠니의 그림은 아주 세밀하다.세심한 그림을 위해 그녀는 에밀리디킨슨이 살던 집과 길건너 집을 조사하고 스케치하기 위해 암허스트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하는 자는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 할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든 간에, 천사들이 우리 옆집을 빌리기때문이다.

-에밀리디킨슨

우리는 지상에서 얼마나 많은 천국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겉표지에 한 할머니가 호숫가에 핀 꽃을 만지고 있는 것으로 부터 출발한다.이 표지 속의 할머니가 '앨리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어린 시절에  부두가 있는 마을에 살며 저녁이면 늘 할아버지께 세상이야기를 듣는다.그리고 앨리스는 생각한다.어른이 되면 아주 먼곳에 가 볼 것이고,할머니가 되면 바닷가에 와서 살거라고...할아버지는 그 때 한가지를 덧붙여 이야기한다."그런데 네가 해야할 일이 한가지 더 있구나.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지."

앨리스는 어른이 되고,할아버지와 약속한 세가지일을 하기위해 집을 떠난다.다른 도시로 간 앨리스는 도서관에서 일하며 그곳 사람들에게 '미스럼피우스'불린다.어느 날,미스럼피우스는 식물원에 들렀다가 더 많은 세상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세상 이곳 저곳을 누비며 많은 사람들을 사귄다.마침내 첫번재 일을 성공적으로 마친 미스럼피우스는 할머니가  되어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사는 두번째 일을 하기위해 바닷가 마을로 돌아온다.할머니가 된 미스럼피우스는 마지막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거창한 과제를 하기가 쉽지않다.그러던 어느날,우연히 루핀꽃이 핀 것을 보게되고,그 때부터 정신나간 늙은이 소리까지 들어가며 마을 곳곳에 꽃씨뿌리기에 열중한다.그 후 봄에 마을이 아름답게 변한 것을 본 사람들은 미스럼피우스를 '루핀부인'이라 부른다.그리고 이제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또다른 앨리스에게 이어지는 데...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 그다지 거창한 일이 아니라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에서도 벌어지는 일 일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따뜻한 책이다.나 같은 아줌마가 세상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아이들 열심히 잘키우는 거....평범한 사람들에게 세상을 가꿀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그림책은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한 엠마스턴이라는 화가이야기이다.

여기에서 보여주는  바버러쿠니의 아름답고 섬세한 그림들 역시 엠마스턴의 그림을 바탕으로 하였다고 한다.

일흔두살이라는 적지않은 나이의 엠마할머니, 할머니에게는 아들 딸이 네명,손자가 일곱명,증손자가 열네명이 있다.가족이 찾아오면 행복했지만  혼자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 외로운 할머니

어느 날부터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그러나 가족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다가 할머니 실수로 들통이 나고 만다.

할머니의 그림을 본 가족들은 할머니에게 용기를 주고 할머니는 더 많은 그림을 그리며 행복해진다.

나이가 들면 꿈꿔왔던 것들도 시들해져 가기 마련인데.... 엠마할머니의 용기에 노력하지않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10년 뒤... 20년 뒤....아니 그보다 더 미래의 내모습을 설계에 봐야지.이 다음에 크면 난 무얼하면 좋을 까?

 

이 그림책은 1932년부터  네번에 걸쳐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 되었던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의 부인 앨리너 루즈벨트의 이야기이다. 

자신의 불행을 당당히 극복하고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이 될 때 까지의 과정을 담은 그림책이다.

엘리너에게 수베르스트여사가 없었다면 엘리너는 어떻게 되었을 까?

아이들에게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사람,꿈을 키울 수있도록 조용히 지켜봐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달아본다.

엘리너는 어둠을 저주하기보다는 촛불을 켜는 사람이었다고 한다.우리도 엘리너처럼 촛불을 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 그림책은 아름다운 스위프트강 골짜기  한 시골 마을이 100킬로미터나 떨어진 보스턴시의 사람들에게 물을 대주기위해 쿼번저수지를 만들어 마을이 물에 잠기는 과정을 어린 소녀를 통해 담아내고 있다.

아름다운 시골마을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던 추억들이 아련히 가슴시린 그림책이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나도 어린 시절 외갓집 동네가 생각났다. 지금은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버린 그 곳,흙먼지 날리던 길가와 옹기종기 정겨운 텃밭들,시원한 우물가 그 모든것은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지 오래다.

사람들의 편리와 이기심으로 지금도 수없이 많은 자연이 사라져 버리고 그자리엔 그리움만 남는다.

이 책은 어른들에게는 고향에 대한 향수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있는 책이라고 하겠다.

 

이 그림책은 백여 년전,미국의 뉴욕 허드슨에서 멀지 않은 컬럼비아군의 산악지대에서 바구니 만드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바구니 만드는 일을 생계로 하는 아버지와 산속에 사는 소년은 아버지와 허드슨에 가보는 것이 꿈이다.

그러던 어느날,마침내 아버지와 함께 꿈에나 그리던 허드슨에 가보게 된 소년, 그러나 집에 돌아오는 길에 도시 사람들로부터 '산골짝 촌뜨기들'이라는 소리를 듣고 바구니 만드는 일에 실망한다.

바구니에 화풀이를 하던 소년에게 조아저씨는 '어떤 이는 바람의 말을 배워서 음악을 만들고 어떤 이는 바람의 말을 듣고 시를 쓰며,우리는 바람의 말로 바구니 짜는 법을 배운다'라는 이야기를 전해준다.그 이야기를 들은 소년은 비로소 자신은 바람이 선택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게된다.

이 책은 박물관에서 수공예사를 연구한 메리 린 레이가 바구니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채집하여 낸 그림책인 데 우리에겐 바버러쿠니의 마지막 작품으로 더 알려져 있다.이 책에서의 바버러쿠니의 그림은 정감이 가면서도 무척이나 애절하게 다가온다.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이야기는 그 옛날 천대 받았던 우리나라 장인들의 삶과도  닮아 있다.

 

 바버러쿠니의 작품의 대부분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반을 주무대로 삼고 있는 듯 하다.그리고 그 당시의 여성들의 삶을 재조명한 작품이 많다.단순히 자신의 삶에 안주하기보다는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겠다.또한 바버러쿠니의 작품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자연과 사람을  사랑했던 그림책 작가 바버러쿠니.....그래서인지 그녀의 책을 읽고 있으면 어디선가 향기로운 풀냄새가 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