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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시간

빼앗긴 내일

 

즐라타 필리포빅.멜라니 첼린저 엮음,한겨레아이들

이 책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1,2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베트남전쟁,보스니아전쟁,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라크전쟁까지 그 전쟁을 겪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군인 이 쓴 8편의 일기를 담은 전쟁기록서이다.

첫번째 이야기, 피테 쿠르의 일기는 1914년 8월부터 1918년 11월까지 독일의 작은 마을'슈니이더뮐'에서 쓴 것이다.

전쟁에 대한 공포와 함께 적군의 묘지에 꽃다발을 가져다주는 소녀의 순수함이 잘 드러나있다. 

두번째 이야기, 실라 알란의 일기는 1941년 12월부터 1945년 11월까지 싱가포르의 '창이수용소'에 민간인 포로로 생활하면서 쓴 것이다.훗날 이 일기가'창이여 안녕'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을 만큼 수용소안에서의 생활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세번째이야기, 클라라 슈왈츠의 일기는 2차 세계대전 동안 히틀를 중심으로 한 독일의 나치스가 행한 유태인 대학살을 피해 1942년 여름부터 1944년 7월가지 독일인 벡씨부부의 지하실에 숨어 지내며 쓴 것이다.

클라라의 일기를 읽으며 안네의 일기나 쉰들러 리스트와 같은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였다.진정한 전쟁영웅이란 벡씨 부부와 같은 사람들이 아닐까 다시한번 생각해보았다.이 일기는 전쟁이란 인간의 기본권마저 빼앗가는 잔인한 것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네번째 이야기,에드 블랑코의 일기는 1967년 11월부터 1968년 5월까지 베트남전쟁에 파견된 해병대 소속,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미군병사가 쓴것이다.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 중에서 단 하나의 가해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쟁영웅이 되고 큰 돈을 벌고 싶엇던 에드는 베트남에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전쟁은 아군도 적군도 없는 혼란스러움 그 자체라는 걸 보여준다.

다섯번째 이야기, 즐라타 필리포빅의 일기는 보스니아의 세르비아 민병대가 수도 사라예보를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보스니아 전쟁 당시 1991년 9월부터 1993년 12월까지 쓴 것이다.

전쟁으로 행복했던 일상들이 처참하게 망가져가는 것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

여섯번째 이야기,시란 젤리코비치의 일기는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수십년에 걸쳐 이루어진 기독교도인 이스라엘인들과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 사람들 사이에 예루살렘을 놓고 벌이는 잔인한 폭력에 휩쓸린 이스라엘 소녀가 텔아비브에서 쓴 생생한 기록이다.

자신 또래의 팔레스타인 소녀들이 자살폭탄테러를 저지르는 것을 보면서 테러에 대한 공포심과 함께 분쟁이 빨리 끝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도 평화롭게 지내기원하는 순수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일곱번째 이야기,메리 해즈보운의 일기는 앞서 말한 이스라엘 소녀와 반대 입장인 팔레스타인 소녀가 2002년 부터 2004년 까지 베들레햄에서 경험한 것들을 쓴 것이다.

메리는 자신의 일기에서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아이들을 기억해달라고 말하고 있다.시란과 메리의 일기에는 서로 상대편을 저주하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아파하며 다시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간절한 기도가 담겨져 있다.

마지막 여덟번째 이야기,호다 타미르 제하드의 일기는 미국과 영국군이 독재자 사담후세인을 몰아낸다는 명목하에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던 2003년 3월20일부터 2004년 1월가지,이라크의 남부도시 나시리아에서 쓴 것이다

후세인을 몰아낸다는  명목이었지만 실은 그들의 석유를 차지하고자했던 강대국의 이기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잘 보여주었다.

 

지구촌 어느나라도 역사 속에서 전쟁이란 이름앞에 자유로운 나라는 없을 것이다.

세상에 60억 인구가 산다면 생김새가 다르듯이 생각도 모두 같을 수는 없다.전쟁은 바로 그런 다른 생각들의 충돌 속에서 발생한다.조금 힘센 다른 생각이 조금 약한 다른 생각들을 힘으로 제압하려고 할 때 전쟁은 일어나는 것이다.

전쟁으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집단들 또한  언제나 있을 수 있다.그러나 그들이 얻는 이익은 그들끼리 서로 부딪치고 싸워서 얻는 이익이 아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라는 속담처럼 그들의 싸움에 희생되는 수 많은 새우들이 존재한다.

언제나 희생되는 새우들은 애국정신으로 무장하고 전쟁터에 나가 치열한 전투 끝에 용감무쌍하게 쓰러져가는 네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에드 블랑코와 같은 이들이 아니다.이 들은 이 책에도 나오는 것처럼 그저 행복한 일상을 꿈꾸며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평범한 우리의 이웃일 수 있다.

전쟁은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내일....즉 미래도 모두 빼앗아가는 잔인한 놈이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평화롭다고 감히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