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개토입니다. 저는 26년 동안 교사 노릇을 해 왔습니다.
뒷골목 할렘가에 있는 학교든 헐리우드에 있는 학교든 교사라면
누구나 가르치는 일곱 가지 교과 내용이 있습니다.
이 일곱 가지 교과목을 위해 여러분이 얼마나 여러 가지 돈을 내고 있는지
여러분 자신은 상상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 내용이 뭔지 좀 아시는 게 좋겠죠.
교과목 1. 혼란
제가 가르치는 것은 너무 많아요. 행성의 궤도, 형용사, 연산, 시의 의미, 2차 세계대전, 이들 중 하나라도 상호 연관성을 가진 것들이 있나요? 학교라는 곳은 졸업생이 어떤 참된 열정을 가지고 사회에 나서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경제학, 사회학, 자연과학 등에서 나온 뜻도 모를 전문용어가 뒤범벅인채 들어 있는 공구 상자를 들고 나가기를 원할 뿐이죠.
교과목2 교실에 갇혀있기
저는 학생들에게 ' 너희들이 있을 곳은 교실 안이니 여기서 나가지 말라'고 가르칩니다. 학샏릉게게는 번호가 매겨져 있어서 교실을 벗어나더라도 제자리에 쉽게 되돌려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제가 할 일은 번호가 붙어 있는 아이들이 교실에 함께 갇혀 있는 상태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교과목3. 무관심
저는 아이들에게 어떤 것에도 지나친 관심을 갖지 않도록 가르칩니다. 아무리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싶어도 별 수 없습니다. 다른 것에 관심을 갖는대신 어떻것에 관심을 두게 만드냐면 제 수업에 완전히 몰두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자리에 똑바로 앉아서 온 마음을 기울여 경청하게 하고 제 눈에 들기 위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시키는 것입니다.
교과목4. 정서적 의존성
동그라미와 곱표, 미소와 찌푸림, 상과 벌, 표창 따위로 저는 아이들에게 각자의 의지를 버리고 미리 목표가 정해진 지휘 체계에 따르도록 가르칩니다. 모든 권리는 권위를 가진 사람에 의해 주어지기도 하고 박탈되는 것이며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습니다.
교과목5. 지적 의존성
교사가 어떻게 하라고 시키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착한 학생들입니다.
자신보다 더 잘 훈련받은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의 의미를 정해 주도록 기다리게 하는 것, 이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모든 중요한 선택은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지요.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공부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교사입니다. 아니 제게 봉급을 주는 사람들이 그 결정을 내려주면 제가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거죠. 잘하는 학생들이란 이렇게 생각하라고 제가 시키는 방향을 별저항 없이 잘 따르는 학생들입니다.못하는 학생들이란 물론 여기에 저항하는 학생들이죠.
교과목6. 조건부 자신감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끊임없이 평가와 판별을 받습니다. 매달 번듯한 모습으로 가정을 찾아가는 성적표는 부모들에게 자기 아이에 대해 얼마만큼 만족을 느끼고 불만을 느껴야 할지 퍼센트 단위까지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 통지표들이 쌓이고 쌓인 무게 아래 아이들은 무성의한 타인들의 판단에 따라 자기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도 남이 가르쳐 주어야만하는 것입니다.
교과목7. 숨을 곳이 없다
저는 학생들에게 너희들은 항상 감시되고 있다. 나와 내 동료들이 끊임없이 너희들 행동 하나하나를 살피고 있다고 가르칩니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공간도, 자기만의 시간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수업 사이의 휴식은 정확히 3백 초로 제한해서 우발적인 동료애가 생겨날 여지를 최소한으로 줄입니다.
오늘날의 학교는 12년 동안 학생들의 시간을 깔고 앉아
이 일곱 가지 내용만을 가르칩니다.
어른이 되고서 반평생을 학교 교육에 바쳐 온 저는 믿습니다.
좋은 교과과정과 시설, 그리고 좋은 교사진이
여러분 자녀들의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말에 속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검토해온 학교교육의 병리 현상은 대부분
학교가 학생들을 가로막고 붙잡아 두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 그리고 가족들과 마주치는 가운데
자발성, 인내력, 용기, 자존심, 사랑, 봉사 정신 같은 가정생활과
지역사회에서 배우야 할 소중한 가르침을 얻지 못합니다.
학교 선생 노릇 잘했다고 상도 타먹는 제가 드리는 말씀입니다.
제 말을 믿으세요.
존 테일러 게토의 <바보 만들기> 중에서
-<바보 만들기>를 쓴 사람은 존 테일러 개토입니다.
게토는 원래 잘나가는 광고회사에 다녔지만 회의감을 느껴
교사의 길을 선택했다고 해요.
그는 삼십년간 뉴욕의 공립학교에서 교사를 하면서
‘올해의 교사’상을 세 차례나 받았습니다.
(교육감, 교장 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 학교교육을 까다니 놀랍습니다.)
이 책은 1990년 올해의 교사상을 받았을 때 연설문을 본 제자가
혼자 읽기 아깝다며 권유로 만들었다고 해요.
아, 참 네이버 '오늘의 책'에도 선정된 적이 있지요.
아무려나 내용이 더 궁금한 분들은 <바보 만들기>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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