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혜 그림, 김장성 글, 사계절
함께 읽은 책<그림책이 내게로 왔다>P143~P153 중에서
< 특징>
민중지향,사실지향,다큐지향
<장점>
자신의 가치와 태도에 대해 성찰 할 수 있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단점>
아이다운 활력이 다소 부족하여 아이들이 그림책의 진정성에 다가가기 어렵다.
이 그림책은 펼치는 순간 마치 내가 그림책 속에 빠져 들어가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어떤 알 수 없는 동네의.. 그러나 또 어디선가 본 듯한 동네 골목길을 막 들어서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기저기 예전 그 낯익은 소리를 끄집어 내게하고 한참을 잊고 지낸 아련한 추억의 한자락을 조심스레 들추게 한다.
골목길 여기저기를 소리를 따라 넋놓고 구경하고 나면 맨 마지막장 화면 가득 펼쳐지는 골목길들과 아담한 집들 그리고 그 둘레를 위협하듯 다가오는 아파트...
순간 책장을 덮고 나면 우리가 보다 편리한 생활을 위해 무엇을 사라지게 하는지.. 무엇을 잃어버리고 지내는 지 생각하게 만든다.
어린시절 나에게 골목은 놀이터였다. 지금처럼 안전하고 깨끗한 미끄럼틀과 그네가 없어도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친구들과 작은 돌멩이 몇개와 고무줄 하나만 있으면 해질녘까지 놀 수 있었던 장소였다.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에 접어들어 내가 국민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강건너 강남이라는 곳에 개발바람이 일었다. 골목에서 함께 뛰어 놀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강남의 아파트라는 곳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그렇게 함께 뛰어 놀 수 있는 친구들이 먼저 하나 둘씩 사라져 갔다.친구따라 강남간다고 나도 그때쯤 강남의 아파트라는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었다.아파트로 이사간다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하였다.하지만 그런 나의 바램은 그후로도 한 동안 지켜지지 못했다.
80년대 중반 고등학생이 될때까지 내가 뛰어 놀던 골목길은 많이 변하지 않았다.다만 한가지 변한게 있다면 고무줄놀이를 하며 웃어넘기던 아이들의 웃음소리 대신 구호소리와 전경들이 쏴대는 최루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하루도 빠짐없이 늘 최루탄 가스로 안개가 낀 듯한 골목을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며 ' 언젠간 이 놈의 골목길 꼭 벗어나고 말꺼야'라며 되뇌이곤 하였다.
내가 대학 졸업반이 되어서야 그 골목길을 벗어날 수 있었다. 비록 강남의 아파트는 아니지만, 우리도 드디어 신도시의 널직한 아파트로 입주하게 되었다.
입주한 아파트는 모든게 편했다.차를 주차할때도 골목이 아니어서 눈치안보고 주차할 수 있고,길거리도 반듯하고 깨끗하고, 최신 놀이기구가 갖추어진 널직한 놀이터도 있었다. 그러나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는 알 지 못했다. 바로 아래층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우리가 새로 들어간 아파트는 사람이 사는 동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조용했다. 예전에 살던 동네가 가끔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거기에선 옆집에사는 영식이네도 우리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앞집에 살던 평안도 아줌마의 만두맛도 그리웠다.다 갖추어진 아파트에 한가지 덜 갖추어진게 있다면 그건 바로 사람이 함께 모여 더불어 살아가는 정이였다.
나는 지금 아파트에 살지않는다. 다행히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예전에 내가 살던 동네처럼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골목길이 있다.하지만 아이들이 골목을 외면한다.
지금의 골목은 더이상 아이들이 뛰어 놀 만큼 안전지대가 아니기때문이다.무엇보다 아이들이 실컷 뛰어 놀만한 여유도 없다.
우리아이들은 과연 내가 살던 동네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우리는 과연 편리한 생활, 윤택한 생활을 위해 무엇을 잃어버리고 사라져가게 하는 것이지...
우리에게 더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들을 버리고 있는건 아닌지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를 접으며 생각해본다.
오늘도 창밖으로 아파트 공사장에서 나는 시끄런 소리들이 우리 동네를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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