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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우리나라 드라마소식

[신작 드라마 첫 성적표①] 배우들 포스 대단하네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면, 여기를 주목하자. 콕콕 집어, 시원하게 풀어주는 일곱 편의 리뷰.

1. 추적자 THE CHASER - 얼굴 없는 권력의 횡포

대선 정국에 없으면 허전한 시즌용 드라마. 배우들의 전형적 이미지를 활용한 캐스팅이 돋보인다. 선량한 서민 백홍석(손현주), 지적인 냉혈한 강동윤(김상중), 탐욕스런 권력자 서 회장(박근형) 캐릭터는 그들이 전작에서 쌓아온 이미지와 부합해 빠른 몰입을 돕는다. 작은 표정 변화, 한마디 대사의 어감만으로 전율을 자아내는 배우들과 영화에 버금가는 연출도 훌륭하다. 하지만 가장 강렬한 감정 이입을 유발하는 것은 대선 주자 강동윤이 상징하는 얼굴 없는 권력의 횡포다.

강동윤이 꽃다운 소녀의 생목숨을 돈으로 끊고, 진실을 추적하는 백홍석의 몸부림을 힘으로 제압할 때, 대중은 저항할 수 없는 현실 권력에 대한 분노를 드라마에 투사한다. 뉴스가 의혹에 침묵할 때, 드라마는 가상이라는 알리바이를 내세워 가려운 속을 긁는다. 현명하게도 < 추적자 > 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묘사는 살리되, 극 중 대선 주자 캐릭터를 실제 대선 예비 후보들 중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게 만들어 논란의 가능성을 없앴다.김은영(TV 관찰자)

2. 빅 - 성장물과 로맨틱 코미디가 만났을 때

이제 갓 2회 방영을 마친 < 빅 > . 아직까지는 특별한 갈등 없이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길다란(이민정)의 약혼자이자 '완벽남' 30대 남자 서윤재(공유)와 반항기 어린 18세 소년 강경준(신원호)의 영혼이 뒤바뀌며 소동이 줄지어 벌어지는 중. 걸핏하면 울고 맹하게 굴어 속 터지긴 하지만, '캔디형 캐릭터' 길다란 역시 꾸준히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초반 인기몰이는 공유가 책임지는 듯하다. < 커피프린스 1호점 > (MBC, 2007) 이후 오랜만에 '로코'로 돌아온 공유는 제대로 탄력 받은 연기를 선보인다.

'얼떨결에 어른의 몸으로 들어간 10대 소년의 감성을 연기'해야 하는 복잡한 사연에도 불구하고, 깜찍함과 남자다움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여심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배우 본연의 매력에 버틸 수 있는 초반 1~2주가 지나면, < 빅 > 은 서서히 본게임을 펼쳐야 한다. < 빅 > 의 본질은 가슴 아픈 성장담이자 러브스토리다. 소년 경준이 다란의 곁에서 마침내 사랑을 깨우쳐갈 때, 다란은 경준이 아닌 윤재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 소년은 잔인한 사랑의 진통을 어떻게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을까. 저릿하고도 달콤한 이야기가 쫀득하게 펼쳐져야 할 타이밍이다. 본격적으로 1인 2역을 소화해야 하는 공유에게 앞으로도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이은선 기자

3. 아이두 아이두 - 언니가 돌아왔다

캐릭터의 힘으로 울고 웃기는 딱 '김선아 장르' 드라마다. 그래도 '김선아 + 연하남' 콘셉트의 로맨틱 코미디라면 이제 지겹지 않을까 했지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우선 김선아의 변신이 신선했다. 늘 어딘가 하자 있는 캐릭터로 동병상련의 아이콘이 된 그(시장이 된 < 시티홀 > (SBS, 2009)에서조차 덤벙대기 일쑤)지만, 이번에는 여심을 자극할 만한 판타지도 심어준다. 실력 하나로 이사 자리까지 오른, 지성과 미를 두루 갖춘 구두 디자이너이며 화려한 패션까지 자랑해 주신다.

전형적인 '까도녀'지만 황지안(김선아)에게도 빈틈은 있다. 항상 일이 먼저였기에, 혼기를 놓쳤기에 생긴 가족과의 불화. 그리고 눈앞에 다가온 갱년기다. 가뜩이나 심사가 뒤틀려 있는데 낙하산 부사장까지 싸우자며 덤벼드니, 이제 험난한 두 마리 토끼 사냥이 벌어질 기세다. 김선아만을 부르짖는 드라마가 아니기에 파트너 이장우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패기 왕성한 초짜 디자이너로 극에 활기도 채우고, 러브라인도 차곡차곡 쌓아갈 터이니 일단 기대하고 볼 일. 하룻밤 실수로 아이를 갖게 된 두 사람의 대소동도 곧 벌어질 것이고!백종현 기자

4. 닥터 진 -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

이제는 좀 지겨워지려고 한다. 또 '타임 슬립'얘기다. < 닥터 진 > 도 역시 타임 슬립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타임 슬립을 하는 '인물' 진혁(송승헌)과 타임 슬립으로 도착한 '시대'다. 종합병원의 신경외과 과장으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진혁은 어느 날 병원 옥상에서 정체불명의 사나이를 만난다. 뛰어내리려는 그를 말리려고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옥상에서 떨어진 진혁. 눈을 떠보니 이곳은 안동 김씨의 60년 세도 정치가 횡횡하는 19세기 조선 말기다.

서출과 가난한 자, 병든 자들이 최소한의 인간 대접도 받지 못하던 시대. 매관매직이 자행되고, 벼슬아치들은 자기 배를 채우기에 급급하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이다.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가? < 닥터 진 > 은 소재와 시대를 빌려 우리의 '오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흥선 대원군(이범수)이 있다. 개혁 정치가 혹은 쇄국 정치를 펼친 국수주의자로 엇갈린 평가를 받는 흥선대원군. 그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날아온 진혁과 엮이며 만들어낼 이야기는 분명 귀 기울여볼 만한 것이리라. 그 후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황혜민 기자

http://media.daum.net/zine/movieweek/newsview?newsid=20120611175411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