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각시탈 - 정교하게 세공된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
첫 회부터 박력 넘치는 액션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 각시탈 > 의 액션은 지금까지 우리가 숱하게 봐 왔던 총, 칼 액션과는 확연히 다르다. 한 손에 쇠 퉁소를 쥐고 고무공처럼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각시탈의 움직임은 확실히 생동감 넘친다. < 각시탈 > 은 < 추노 > (KBS2, 2010)의 '레드원 카메라'보다 진일보한 '레드 에픽 카메라'를 사용해 순식간에 번쩍번쩍 튀어 오르는 각시탈의 움직임을 재빠르면서도 명쾌하게 잡아낸다.
컷과 컷의 정교한 분할, 효과적인 슬로 모션만 봐도 < 각시탈 > 의 액션 장면이 얼마나 정밀하게 세공됐는지 알 수 있다. 댄스홀이나 서커스를 통해 보여주는 개화기의 볼거리도 정교하고 화려하다. 그에 비하자면 인물의 깊이나 드라마를 풀어가는 솜씨는 좀 투박한 편이다. 허영만의 동명 만화가 이미 구현해 놓은 강렬한 캐릭터와 구구절절한 사연을 하나씩 건드리긴 한다. 하지만 액션과 볼거리 위주로 달려가는 나머지 드라마의 감정이나 깊이를 완전히 파고들지는 못하는 게 조금 아쉽다. 캐릭터도 이강토(주원) 목단(진세연) 이강산(신현준) 등 한 명 한 명 뜯어보면 다 센데, 서로 잘 섞이지 않는 것 같다. 지금까지 보여준 정교한 액션과 볼거리에 드라마의 찰기를 더하는 것, 그것이 바로 < 각시탈 > 이 받아 든 숙제다.장성란 기자
6. 유령 - 탄탄한 드라마란 이런 것
< 유령 > 은 여러 지점에서 흥미로운 드라마다. 먼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범죄를 해결하는 사이버 수사대의 활약을 그렸다는 점이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스마트 폰 등 최신 기기를 기반으로 기승을 부리는 신종 범죄와 그 안에 투영된 인간들의 심리와 비밀을 밝혀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장르적 쾌감도 압권이다. 일찌감치 < 싸인 > (SBS, 2011)을 통해 '부검의'라는 낯선 소재를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로 완성시킨 김은희 작가와 김형식 프로듀서 콤비가 만들어낸 성과다.
만듦새도 탄탄하다. 사건의 배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반전과 반전'의 정교한 구성도 몰입을 유도한다. 긴장감으로 조여 오는 서스펜스는 압도적인데, 이는 디테일하고 세밀하게 짜여진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사이버 수사대를 무대로 했다는 점에서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문 용어 등 낯선 풍경도 극적인 재미를 배가한다. 1, 2회를 통해 드러난 배후의 실체는 누구인지, 페이스오프 된 김우현(소지섭)이 박기영(최다니엘)과 실제 김우현 사이에서 어떤 줄타기를 보여줄지, 그리고 박기영의 존재를 유일하게 알고 있는 유강미(이연희)가 어떻게 중심을 잡아줄 것인지를 주목하자. 드라마의 진폭이 앞으로 < 유령 > 의 관건이 될 듯싶다.지용진 기자
7. 신사의 품격 - 억지스러워도 괜찮아
본디 김은숙 작가의 필력은 '개연성'에 있지 않았다. 단 한 회 만에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극적인 설정과 톡톡 튀면서도 본능적으로 상황에 밀착하는 대사에 있었다. < 신사의 품격 > 역시 이성보다는 감각에 기댄 작품이다. 그런데 문제는 극을 끌어갈 동력이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 시크릿 가든 > (SBS, 2011)에는 백화점 재벌과 스턴트 세계라는 볼거리 이전에, 길라임(하지원)과 김주원(현빈)의 가슴 아픈 사랑이 있었다. 하지만 < 신사의 품격 > 에는 야구 동호회에서 만난 남자를 짝사랑하는 여자와 그 남자의 친구인 남자가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이 드라마는 4회 내내 김도진(장동건)과 서이수(김하늘)를 만나게 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상황만 꼬고 또 꼰다. 물론,이런 핸디캡은 캐릭터가 주는 재미로 보완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장동건의 '까도남' 연기가 그다지 호감에 가깝지는 않는 듯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능한 김하늘이 극의 무게 추 역할을 하며 가까스로 안정감을 부여하고 있을 뿐. 남은 희망은 이수의 마음을 알게 된 임태산(김수로)의 심경 변화와 비밀스런 콜린(이종현)의 정체. 이마저 강력한 아교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아쉽게도 '본방 사수'를 포기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김현민 기자
http://media.daum.net/zine/movieweek/newsview?newsid=20120611175406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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