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보는 오후>/그밖의 스타

그 남자를 보다

지금 대한민국 여심은 그들에게 분산돼 있다. 로망 장동건을 관통해 낯선 유가인에 열광하고, 박유천의 의외의 모습에 흔들거린다. 변치 않은 소지섭의 간지에 '안구 정화'가 되고 반가운 공유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안방극장은 지금 다섯 남자로 충만하다.

품격있는 동건씨

장동건이 가면 그곳이 길이다. 1994년 < 마지막 승부 > 로 데뷔 2년 만에 스타덤에 오르며 단박에 대한민국 절대 미남의 지표가 된 장동건. 발 디디는 곳마다 런웨이로 만들던 그가 불혹의 나이에 다시금 여심을 현혹하고 있다. 우리에게 마흔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남자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주는 느낌들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번 드라마 < 신사의 품격 > 도 마흔 살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분에 관심이 갔어요. 제 이야기 같아서요. 그동안 영화에서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를 많이 보여드려 이제는 다른 부분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번에 맞는 작품을 찾은 거죠."드라마 속 그는 도도하고 능글맞다. 그는 영화 < 태풍 > 에서는 탄탄한 가슴 근육과 화끈한 식스팩을 보여줬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잔 근육들이 오밀조밀 붙은 다소 약소한 몸매를 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아무렴 어때, 그는 '전설' 장동건인데.

 

그를 응원해준 사람은 절친 후배 현빈이다. 앞서 < 시크릿 가든 > 에서 신우철 PD·김은숙 작가와 호흡을 맞춘 현빈은 두 사람의 후속극 주인공을 맡은 그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건넸다.

"코미디 연기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드라마는 오랜만이고 더구나 코믹한 드라마도 처음이니까요. 리액션이나 수위에 대해 고민을 토로했더니 (현)빈이가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나중에는 형이 더 욕심날걸요'라고 하더라고요. 촬영을 하다 보니 그 느낌을 알 것 같아요. 이제는 기분 좋고 유쾌하게 망가지고 싶습니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장백지와 함께 주연한 영화 < 위험한 관계 > 가 칸영화제에 초청됐으나 일정을 함께하지 못했다. 집에 들어가서도 잠만 자고 나오는 수준이다.

"아내가 응원을 많이 해줬습니다. 아내도 제작진이 건네준 대본을 읽어봤는데요. 로맨틱물이니 스킨십은 있겠지만 귀여움과 유쾌함을 깔고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아내도 재미있어 하고 기대를 하고 있어요."

1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컴백한 장동건은 그 세월 동안 많이 변해 있었다. 무거움을 벗어버리고 한층 더 다채로운 인생을 산다고 할까. 편하게 자신을 열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마흔의 진정한 매력이 느껴졌다.

의외의 박유천

복병이다. 등장만으로 소녀 팬을 눈물짓게 하는 아이돌이 그 인기에 힘입어 연기를 시작했구나,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1년에 한 작품씩, 그는 차근차근 그리고 영특하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고, 노력한 만큼 잘하고 있다. 그의 연기를 보노라면 그가 요즘 연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 진지하게 연기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적어도 기자의 눈에는 그렇다.

지난 2010년 드라마 < 성균관 스캔들 > 을 통해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한 몸에 받은 전력이 있는 그는 그해 K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신인상' '네티즌 인기상' '베스트커플상'을 휩쓸며 3관왕을 차지했다. 후속작 < 미스리플리 > 를 통해 다시 한 번 도약을 꿈꿨지만 과도한 주목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그는 복귀작 SBS < 옥탑방 왕세자 > 에서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자재로 연기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상황을 즐겼다. 하지만 촬영 초반 개인사로 심한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다. JYJ '사생팬 논란'이 불거져 한바탕 곤욕을 치렀고, 곧바로 '부친상'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지만 드라마 촬영은 오히려 제게 위안이 됐어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간 중간에 밀려오는 슬픔,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울컥하기도 했지만 촬영을 시작하면 모든 걸 잊을 수 있었죠. '나만 겪는 일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한동안은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기도 했어요."

그는 < 옥탑방 왕세자 > 종방 이후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이태석과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3박4일 동안 같이 밥 먹고, 술 먹고, 자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았다. 이태석에 따르면, "유천이와 조개구이에 소주를 한잔했는데 따라주는 족족 마시는 걸 보면서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짠했다"는 것. 그렇게 박유천은 남자로 성장 중이다.

그런 그에게 사랑은 어떤 것일까. 그는 오래전부터 여자친구가 생기면 당당히 공개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버지 산소에 데려갈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공개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는 지금까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단 한 번도 여자친구를 소개한 적이 없다. 아버지가 편찮으실 때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소개해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더 쉽게 만나지 못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사랑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작품이 끝나면 '사는 게 이런 거구나. 사랑이 됐든 삶이 됐든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사랑에 대해서 오히려 더 자신이 없어졌달까요. 누군가를 사랑해주고 사랑을 받는다는 게 정답은 없겠지만 사랑에 자신감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팬들의 사랑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연예인이 팬들에게 사랑을 베푼다고 하는데, 실은 팬들이 베푸는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그래서 집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지만 그런 자신의 연예 활동을 두고 '이게 보답입니다' 하기에도 쑥스럽다는 것도 안다. 진지한 남자 박유천은 그래서 진짜 복병이라는 말이다.

소지섭이 가는 길

소지섭이 3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여성 팬들은 환호했다. 그 매끈한 얼굴을, 오로지 운동으로만 단련된, 남자라면 누구라도 탐낼 만한 다부진 근육과 완벽한 비율의 몸매를 매주 TV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소지섭은 그런 남자다. 남자의 육체가 뿜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섹시함을 지닌 배우. 하지만 소지섭은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본인의 이름을 내건 회사를 창립하고, 카페를 열어 직접 사람들에게 커피를 내려주고, 자신의 관심사와 스토리를 담은 잡지와 포토에세이를 출간한다. 작년에는 상상치도 못한 '랩 실력'을 선보여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는 인생의 목표가 분명하다. 50대 즈음엔 부티크 호텔을 짓는 것이다. 카페를 오픈한 것도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연습이다. 동시에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즐겁다.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데, 사실 성격이 바뀌었다기보다 상대를 대하는 방법이 달라졌어요.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예전에는 촬영장에서 말도 잘 안 하고 무표정하게 혼자 앉아 있었는데 주인공 역할을 몇 번 하다 보니 배우가 현장 분위기를 많이 좌우한다는 것을 느꼈죠. 그래서 요즘은 현장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제 나름대로 어색한 장난도 칩니다.(웃음) 스태프들이 나이가 어리다 보니 저한테 '삼촌'이라고 하는데 꽤 매력적인 호칭이더라고요. 상대 배우인 이연희씨는 '형'이라고 불러요. '오빠'라는 호칭은 민망하잖아요."

그는 극 중에서 똑 부러지는 엘리트 경찰 역할로 출연한다. 그래서 대부분 슈트를 입고 출연하는데, 넥타이를 매는 것 자체가 숨통을 조이는 느낌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소간지' '소슈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 정도로 정장이 잘 어울리는데 정작 그는 "길바닥에 앉는 것이 차라리 제 스타일과 맞다"며 웃는다. 그의 몸에는 문신이 세 개가 있다. '다시 태어나도 변하지 않는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의 영어를 등에 처음 새겼고, 두 번째는 영원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에 그의 꿈인 호텔과 자신이 세운 기획사 '51K'의 이름을 팔에 새겼다. 'Let's have fun and love life(인생을 즐기면서 사랑하고 살자)'라는 문구도 추가됐다. 그는 "결혼을 하면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도 새기고 싶다"고 말한다.

"몇 년 전부터 진짜 중요한 것은 현재의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때문에 결혼이 정말 하고 싶기도 하고…. '지금 행복하냐'고 물으면 당장에라도 '네'라고 할 수 있는 삶이면 그것으로 저는 충분한 것 같아요."

유아인의 세상

떡잎부터 알아본다. 유아인은 기자에게, 아니 눈썰미께나 있는 패션 피플들에게는 이미 '떡잎' 같은 존재였다. 언제고 톱스타가 될 아이, 그 아이가 바로 유아인이었다.

유아인은 드라마 < 성균관 스캔들 > , 영화 < 완득이 >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화 < 친구 > 의 곽경택 감독은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로 주저 없이 유아인을 꼽았고, 연기력과 스타성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그뿐인가, 이미 수년 전 그는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스타일에 관한 한 지드래곤과 대적할 만한 강적으로 꼽히기도 했다. 유아인의 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유아인은 당돌하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거침이 없다.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다. 화보 촬영을 할 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타일리스트가 준비해준 의상도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 스타일링을 시작한다. 광고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의류 광고 촬영 때도 마찬가지다. 대중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알기에 '까다롭다.' 수군거려도 그는 유아인식으로 문제를 푼다.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소녀시대 유리가 신세경보다 더 좋다" "스타일리스트가 벌써 두 번은 울었다"는 식의 헤드라인용 멘트도 아끼지 않는다.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청춘스타의 '도발'은 사뭇 신선하다. 그래서 물었다. 이미지 관리 안 하느냐고. 답은 명쾌했다.

"나 하나쯤은 좀 다른 장르여도 좋겠다 싶어서요."

유아인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는 것으로 유명하다. "거짓된 표정으로 사는 연예인 놀이는 하지 않겠다"는 발언부터 "빌어먹을, 젠장" 등의 욕까지, 하고 싶은 말은 기어이 내뱉고 마는 식이다. 혹자는 그를 용기 있는 개념인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일 뿐이라 말한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사실 배우 신상에 있어서 가장 좋은 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죠. 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여지를 주지 않는 게 최고니까. 주변에서는 아예 입을 닫고 사는 게 낫다고도 하지만, 저는 계속 표현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트위터는 제가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이고, 계속해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담담하게 하고 싶어요. 남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 무서워 입 닫고 살고 싶진 않아요."

유아인은 또래들에 비해 외적인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했다. 그런 유아인의 일상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글'이다. 스무 살 때부터 글을 써온 그는 과거 미니홈피 같은 인터넷 공간에 글을 쓰고, 팬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겼다. 영화를 공부할 때는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고, 그동안 그가 쓴 글을 모아 책을 내자고 제안한 출판사도 여럿이었다. 연예인의 이름을 빌려 여행이나 교육 서적을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온전한 자기 글을 써보고 싶다는 그는 '배우 유아인'이 아닌 '보통 남자 엄홍식'(유아인의 본명)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다. 스물일곱 살의 생각하는 청춘 유아인, 그를 둘러싼 수많은 고민이 그를 성장시키는 건 분명하다.

다시, 공유

드라마 < 커피프린스 1호점 > 이 종영되고 꼭 5년 만이다. 군 제대 후 영화 < 김종욱 찾기 > 로 컴백을 알리고 < 도가니 > 로 데뷔 10년 만에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그가 KBS 드라마 < 빅 > 으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 빅 > 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30대 엄친아의 몸에 빙의된 18세 사춘기 소년의 좌충우돌 성장기와 그를 둘러싼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로, 그는 이 드라마에서 서른 살 남자의 몸에 빙의된 18세 소년으로 열연한다.

"어려워요.(웃음) 나이가 들어갈수록 순수함을 잃어가게 마련이라,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 평소에도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순수함이 없다면 앞으로도 제가 배우로서 연기할 때 분명히 그만큼 마이너스가 될 테니까,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더 철딱서니 없게 사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는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레고 블록을 조립하면서 시간을 보낼 정도로 아이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몸짱 근육남이 집에서 혼자 레고 조각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올해 나이 서른넷. 16년 전 공유의 모습은 어땠을까. 한껏 기대에 부풀어 질문했건만, 아쉽게도 돌아오는 대답은 싱거웠다.

"평범 그 자체였어요. 무리지어 다니긴 했지만 튀는 아이도 말이 많은 아이도 아니었고, 공부 잘하는 무리든 '껄렁'한 무리든 간에 무난하게 잘 섞였어요. 사고도 적당히 쳤고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들 하는데, 저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좌충우돌했던 학창시절을 거쳐, 앞뒤 물불 안 가리고 뜨겁기만 했던 20대를 거쳐, 이제 조금은 여유를 찾은 30대 중턱에 와 있는 지금의 제 모습이 더 좋거든요."

공유에게 '30대'라는 나이는 특별함 그 이상이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늦깎이 입대를 했고, 군대에 있는 2년 동안 배우 공유가 아닌 일반인 공지철(본명)로 살아가며 이제껏 알지 못한, 보지 못한, 느끼지 못한 것들을 깨우쳤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은 배우로서도 한 번쯤은 꼭 가졌어야 할, 의미 있는 충전의 시간이었다.

"예전에는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았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안으로 삭이는 편이었어요. 또 지나치게 신중했고, 깊게 생각했고, 욕심만큼 내가 따라주지 않았을 때 스스로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고요. 일을 하면서 방어벽도 많이 쳤죠. 제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도 무척 싫어했고요. 그랬던 제가 30대가 되고 군대 생활을 거친 후 매사에 유연해짐을 느껴요. 소심해서, 상처받을까봐 드러내지 못하던 부분도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드러낼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제대 이후 그는 마음을 비울 줄 알고, 시야가 넓어졌다고 한다.

그의 눈빛에서 예전엔 보이지 않던 '내공'이 느껴졌다. 다시, 공유 시대다.

 

 

취재:하은정, 정은혜, 김은향, 박은혜 기자 | 사진:3HW.com, 잭앤질, 숲엔터테인먼트, MBC, 비비안

<저작권자(c) (주)서울문화사, 출처: 우먼센스> (주)서울문화사 무단 전재·복사·배포 금지
지금 대한민국 여심은 그들에게 분산돼 있다. 로망 장동건을 관통해 낯선 유가인에 열광하고, 박유천의 의외의 모습에 흔들거린다. 변치 않은 소지섭의 간지에 '안구 정화'가 되고 반가운 공유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안방극장은 지금 다섯 남자로 충만하다.

품격있는 동건씨

장동건이 가면 그곳이 길이다. 1994년 < 마지막 승부 > 로 데뷔 2년 만에 스타덤에 오르며 단박에 대한민국 절대 미남의 지표가 된 장동건. 발 디디는 곳마다 런웨이로 만들던 그가 불혹의 나이에 다시금 여심을 현혹하고 있다. 우리에게 마흔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남자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주는 느낌들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번 드라마 < 신사의 품격 > 도 마흔 살의 남자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분에 관심이 갔어요. 제 이야기 같아서요. 그동안 영화에서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를 많이 보여드려 이제는 다른 부분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이번에 맞는 작품을 찾은 거죠."드라마 속 그는 도도하고 능글맞다. 그는 영화 < 태풍 > 에서는 탄탄한 가슴 근육과 화끈한 식스팩을 보여줬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잔 근육들이 오밀조밀 붙은 다소 약소한 몸매를 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아무렴 어때, 그는 '전설' 장동건인데.

그를 응원해준 사람은 절친 후배 현빈이다. 앞서 < 시크릿 가든 > 에서 신우철 PD·김은숙 작가와 호흡을 맞춘 현빈은 두 사람의 후속극 주인공을 맡은 그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건넸다.

"코미디 연기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드라마는 오랜만이고 더구나 코믹한 드라마도 처음이니까요. 리액션이나 수위에 대해 고민을 토로했더니 (현)빈이가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나중에는 형이 더 욕심날걸요'라고 하더라고요. 촬영을 하다 보니 그 느낌을 알 것 같아요. 이제는 기분 좋고 유쾌하게 망가지고 싶습니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장백지와 함께 주연한 영화 < 위험한 관계 > 가 칸영화제에 초청됐으나 일정을 함께하지 못했다. 집에 들어가서도 잠만 자고 나오는 수준이다.

"아내가 응원을 많이 해줬습니다. 아내도 제작진이 건네준 대본을 읽어봤는데요. 로맨틱물이니 스킨십은 있겠지만 귀여움과 유쾌함을 깔고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아내도 재미있어 하고 기대를 하고 있어요."

1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컴백한 장동건은 그 세월 동안 많이 변해 있었다. 무거움을 벗어버리고 한층 더 다채로운 인생을 산다고 할까. 편하게 자신을 열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마흔의 진정한 매력이 느껴졌다.

의외의 박유천

복병이다. 등장만으로 소녀 팬을 눈물짓게 하는 아이돌이 그 인기에 힘입어 연기를 시작했구나,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1년에 한 작품씩, 그는 차근차근 그리고 영특하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고, 노력한 만큼 잘하고 있다. 그의 연기를 보노라면 그가 요즘 연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 진지하게 연기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적어도 기자의 눈에는 그렇다.

지난 2010년 드라마 < 성균관 스캔들 > 을 통해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한 몸에 받은 전력이 있는 그는 그해 K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신인상' '네티즌 인기상' '베스트커플상'을 휩쓸며 3관왕을 차지했다. 후속작 < 미스리플리 > 를 통해 다시 한 번 도약을 꿈꿨지만 과도한 주목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그는 복귀작 SBS < 옥탑방 왕세자 > 에서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자재로 연기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상황을 즐겼다. 하지만 촬영 초반 개인사로 심한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다. JYJ '사생팬 논란'이 불거져 한바탕 곤욕을 치렀고, 곧바로 '부친상'을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지만 드라마 촬영은 오히려 제게 위안이 됐어요.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간 중간에 밀려오는 슬픔,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울컥하기도 했지만 촬영을 시작하면 모든 걸 잊을 수 있었죠. '나만 겪는 일이 아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한동안은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기도 했어요."

그는 < 옥탑방 왕세자 > 종방 이후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이태석과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3박4일 동안 같이 밥 먹고, 술 먹고, 자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았다. 이태석에 따르면, "유천이와 조개구이에 소주를 한잔했는데 따라주는 족족 마시는 걸 보면서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짠했다"는 것. 그렇게 박유천은 남자로 성장 중이다.

그런 그에게 사랑은 어떤 것일까. 그는 오래전부터 여자친구가 생기면 당당히 공개하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아버지 산소에 데려갈 수 있을 만한 사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공개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는 지금까지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단 한 번도 여자친구를 소개한 적이 없다. 아버지가 편찮으실 때 '빨리 좋은 사람 만나서 소개해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더 쉽게 만나지 못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사랑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작품이 끝나면 '사는 게 이런 거구나. 사랑이 됐든 삶이 됐든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사랑에 대해서 오히려 더 자신이 없어졌달까요. 누군가를 사랑해주고 사랑을 받는다는 게 정답은 없겠지만 사랑에 자신감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팬들의 사랑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연예인이 팬들에게 사랑을 베푼다고 하는데, 실은 팬들이 베푸는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그래서 집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지만 그런 자신의 연예 활동을 두고 '이게 보답입니다' 하기에도 쑥스럽다는 것도 안다. 진지한 남자 박유천은 그래서 진짜 복병이라는 말이다.

소지섭이 가는 길

소지섭이 3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여성 팬들은 환호했다. 그 매끈한 얼굴을, 오로지 운동으로만 단련된, 남자라면 누구라도 탐낼 만한 다부진 근육과 완벽한 비율의 몸매를 매주 TV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소지섭은 그런 남자다. 남자의 육체가 뿜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섹시함을 지닌 배우. 하지만 소지섭은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본인의 이름을 내건 회사를 창립하고, 카페를 열어 직접 사람들에게 커피를 내려주고, 자신의 관심사와 스토리를 담은 잡지와 포토에세이를 출간한다. 작년에는 상상치도 못한 '랩 실력'을 선보여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는 인생의 목표가 분명하다. 50대 즈음엔 부티크 호텔을 짓는 것이다. 카페를 오픈한 것도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연습이다. 동시에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도 즐겁다.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가끔 듣는데, 사실 성격이 바뀌었다기보다 상대를 대하는 방법이 달라졌어요. 워낙 내성적인 성격이라 예전에는 촬영장에서 말도 잘 안 하고 무표정하게 혼자 앉아 있었는데 주인공 역할을 몇 번 하다 보니 배우가 현장 분위기를 많이 좌우한다는 것을 느꼈죠. 그래서 요즘은 현장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제 나름대로 어색한 장난도 칩니다.(웃음) 스태프들이 나이가 어리다 보니 저한테 '삼촌'이라고 하는데 꽤 매력적인 호칭이더라고요. 상대 배우인 이연희씨는 '형'이라고 불러요. '오빠'라는 호칭은 민망하잖아요."

그는 극 중에서 똑 부러지는 엘리트 경찰 역할로 출연한다. 그래서 대부분 슈트를 입고 출연하는데, 넥타이를 매는 것 자체가 숨통을 조이는 느낌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그는 '소간지' '소슈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 정도로 정장이 잘 어울리는데 정작 그는 "길바닥에 앉는 것이 차라리 제 스타일과 맞다"며 웃는다. 그의 몸에는 문신이 세 개가 있다. '다시 태어나도 변하지 않는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의 영어를 등에 처음 새겼고, 두 번째는 영원을 상징하는 다이아몬드에 그의 꿈인 호텔과 자신이 세운 기획사 '51K'의 이름을 팔에 새겼다. 'Let's have fun and love life(인생을 즐기면서 사랑하고 살자)'라는 문구도 추가됐다. 그는 "결혼을 하면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도 새기고 싶다"고 말한다.

"몇 년 전부터 진짜 중요한 것은 현재의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때문에 결혼이 정말 하고 싶기도 하고…. '지금 행복하냐'고 물으면 당장에라도 '네'라고 할 수 있는 삶이면 그것으로 저는 충분한 것 같아요."

유아인의 세상

떡잎부터 알아본다. 유아인은 기자에게, 아니 눈썰미께나 있는 패션 피플들에게는 이미 '떡잎' 같은 존재였다. 언제고 톱스타가 될 아이, 그 아이가 바로 유아인이었다.

유아인은 드라마 < 성균관 스캔들 > , 영화 < 완득이 >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영화 < 친구 > 의 곽경택 감독은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로 주저 없이 유아인을 꼽았고, 연기력과 스타성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그뿐인가, 이미 수년 전 그는 패션 피플들 사이에서 스타일에 관한 한 지드래곤과 대적할 만한 강적으로 꼽히기도 했다. 유아인의 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유아인은 당돌하다. 카메라를 들이대도 거침이 없다.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다. 화보 촬영을 할 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타일리스트가 준비해준 의상도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입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 스타일링을 시작한다. 광고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의류 광고 촬영 때도 마찬가지다. 대중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바를 알기에 '까다롭다.' 수군거려도 그는 유아인식으로 문제를 푼다.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소녀시대 유리가 신세경보다 더 좋다" "스타일리스트가 벌써 두 번은 울었다"는 식의 헤드라인용 멘트도 아끼지 않는다. 이제 막 뜨기 시작한 청춘스타의 '도발'은 사뭇 신선하다. 그래서 물었다. 이미지 관리 안 하느냐고. 답은 명쾌했다.

"나 하나쯤은 좀 다른 장르여도 좋겠다 싶어서요."

유아인은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거침없이 내뱉는 것으로 유명하다. "거짓된 표정으로 사는 연예인 놀이는 하지 않겠다"는 발언부터 "빌어먹을, 젠장" 등의 욕까지, 하고 싶은 말은 기어이 내뱉고 마는 식이다. 혹자는 그를 용기 있는 개념인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일 뿐이라 말한다.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사실 배우 신상에 있어서 가장 좋은 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죠. 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여지를 주지 않는 게 최고니까. 주변에서는 아예 입을 닫고 사는 게 낫다고도 하지만, 저는 계속 표현하면서 살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 트위터는 제가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이용하는 것이고, 계속해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담담하게 하고 싶어요. 남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 무서워 입 닫고 살고 싶진 않아요."

유아인은 또래들에 비해 외적인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 했다. 그런 유아인의 일상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글'이다. 스무 살 때부터 글을 써온 그는 과거 미니홈피 같은 인터넷 공간에 글을 쓰고, 팬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겼다. 영화를 공부할 때는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고, 그동안 그가 쓴 글을 모아 책을 내자고 제안한 출판사도 여럿이었다. 연예인의 이름을 빌려 여행이나 교육 서적을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온전한 자기 글을 써보고 싶다는 그는 '배우 유아인'이 아닌 '보통 남자 엄홍식'(유아인의 본명)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다. 스물일곱 살의 생각하는 청춘 유아인, 그를 둘러싼 수많은 고민이 그를 성장시키는 건 분명하다.

다시, 공유

드라마 < 커피프린스 1호점 > 이 종영되고 꼭 5년 만이다. 군 제대 후 영화 < 김종욱 찾기 > 로 컴백을 알리고 < 도가니 > 로 데뷔 10년 만에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그가 KBS 드라마 < 빅 > 으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 빅 > 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30대 엄친아의 몸에 빙의된 18세 사춘기 소년의 좌충우돌 성장기와 그를 둘러싼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로, 그는 이 드라마에서 서른 살 남자의 몸에 빙의된 18세 소년으로 열연한다.

"어려워요.(웃음) 나이가 들어갈수록 순수함을 잃어가게 마련이라,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 평소에도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순수함이 없다면 앞으로도 제가 배우로서 연기할 때 분명히 그만큼 마이너스가 될 테니까,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더 철딱서니 없게 사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는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레고 블록을 조립하면서 시간을 보낼 정도로 아이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 남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몸짱 근육남이 집에서 혼자 레고 조각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올해 나이 서른넷. 16년 전 공유의 모습은 어땠을까. 한껏 기대에 부풀어 질문했건만, 아쉽게도 돌아오는 대답은 싱거웠다.

"평범 그 자체였어요. 무리지어 다니긴 했지만 튀는 아이도 말이 많은 아이도 아니었고, 공부 잘하는 무리든 '껄렁'한 무리든 간에 무난하게 잘 섞였어요. 사고도 적당히 쳤고요. 주변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들 하는데, 저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좌충우돌했던 학창시절을 거쳐, 앞뒤 물불 안 가리고 뜨겁기만 했던 20대를 거쳐, 이제 조금은 여유를 찾은 30대 중턱에 와 있는 지금의 제 모습이 더 좋거든요."

공유에게 '30대'라는 나이는 특별함 그 이상이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늦깎이 입대를 했고, 군대에 있는 2년 동안 배우 공유가 아닌 일반인 공지철(본명)로 살아가며 이제껏 알지 못한, 보지 못한, 느끼지 못한 것들을 깨우쳤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은 배우로서도 한 번쯤은 꼭 가졌어야 할, 의미 있는 충전의 시간이었다.

"예전에는 상처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았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안으로 삭이는 편이었어요. 또 지나치게 신중했고, 깊게 생각했고, 욕심만큼 내가 따라주지 않았을 때 스스로에 대해 자책하기도 했고요. 일을 하면서 방어벽도 많이 쳤죠. 제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도 무척 싫어했고요. 그랬던 제가 30대가 되고 군대 생활을 거친 후 매사에 유연해짐을 느껴요. 소심해서, 상처받을까봐 드러내지 못하던 부분도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드러낼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고 할까요."

제대 이후 그는 마음을 비울 줄 알고, 시야가 넓어졌다고 한다.

그의 눈빛에서 예전엔 보이지 않던 '내공'이 느껴졌다. 다시, 공유 시대다.

취재:하은정, 정은혜, 김은향, 박은혜 기자 | 사진:3HW.com, 잭앤질, 숲엔터테인먼트, MBC, 비비안

http://media.daum.net/zine/womansense/newsview?newsid=20120713091409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