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는 시간

작가가 쓴 아이들을 위한 문학 동화

레몬트리 홍주희 기자는 시인 백석이 쓴 동화시 「개구리네 한솥밥」을 네 살 난 딸에게 읽어주다 작가만의 감성이 그대로 녹아 있는 문학적 표현에 왈칵 눈물이 났다 했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아이의 어휘력과 상상력을 높여주고, 엄마의 심금까지 울리는 작가들이 쓴 문학동화.

오치근출판사소년한길

정겨운 토속어를 구사했던 근대 시인 백석의 『개구리네 한 솥밥』은 백석 특유의 맛깔스러운 문장과 운율이 그대로 담 겨 있는 동화시다. 마음이 착한 개구리가 산길을 지나면서 어려움에 처한 소시랑게와 방아깨비, 쇠똥구리를 도와주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자신이 도와준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따뜻한 이야기. 백석은 짤막한 이 이야기를 구수한 의성 어와 의태어, 리듬감 있는 문체로 풀어냈다. 동화시에 나오는 동물들의 생생한 소리를 살려 엄마가 입말로 읽어주어도 좋고, 아이가 직접 읽으며 시인의 운율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요즘에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정감 있는 백석의 단어들은 아이의 순수한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4세~초등학교저학년





백석 | 개구리네 한솥밥
그림


이태준 | 몰라쟁이 엄마
그림


신가영출판사우리교육

『몰라쟁이 엄마』는 근대 사실주의 소설 「복덕방」, 「달밤」 등 으로 잘 알려진 한국 대표 작가 이태준의 동화집이다. 어린이를 위해 쓴 유아동화와 소년소설 등 단편 12편을 한 권에 모아, 4세부터 10세 이상의 어린이까지 폭넓게 읽을 수 있다. 동화는 모두 1920~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당시의 생활상과 말투를 생생하게 표현했으며,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책 속 단편 「몰라쟁이 엄마」에서 주인공 아이의 "참새도 남자아이는 머리를 빡빡 깎을까"라는 엉뚱한 질문에는 웃음을 짓다가도, 「엄마 마중」에서 추위 속에 혼자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이야기에는 찡한 감동이 전해온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생소한 단어들은 따로 풀이를 해놓았다.

채만식 | 왕치와 소새와 개미
그림


최민오출판사다림

해학적인 문체로 익살 가득한 풍자소설을 남긴 채만식의 작품 중, 우화소설 『왕치와 소새와 개미』를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책으로 엮었다. 채만식 특유의 풍자가 그대로 실려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왕치의 머리가 벗겨지고, 소새의 주둥이가 튀어나오고, 개미의 허리가 잘록해진 이유를 의인화한 스토리로, 캐릭터 각각의 개성 있는 성격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책을 읽는 아이들은 익살스러운 그림과 함께 주인공인 동물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혼자만의 상상에 푹 빠질 수 있다. 원작의 한자어나 어려운 단어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부드럽게 다듬었다.

박목월 | 눈이 큰 아이
그림


원혜영출판사이가서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인 시 「나그네」, 「청노루」를 쓴 근대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동화집. 그의 시처럼, 책에 실린 11편의 동화도 억지스러운 표현이나 군더더기 묘사 없이 깔끔한 이야기 전개가 특징이다. 주인공이 토끼나 거위가 되는 상상력 풍부한 동화가 있는 반면, 과거 농촌 풍경을 정답게 묘사한 서정적인 동화도 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현실에서 겪어보지 못한 따뜻한 시골 모습을 그려보고, 지혜로운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책의 뒤편에는 각각의 동화에 대해 간단한 해설이 실려 있다. 짧은 문장의 산문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알맞다.

신경림 | 꼬부랑 할머니가
그림


윤문영출판사계수나무

『꼬부랑 할머니가』는 1970년대에 활동하던 시인 신경림의 동시를 그림과 함께 엮은 책이다. 사회문제를 다룬 민중시와 참여시를 주로 썼던 그이기에 이런 서정적이고 순수한 감성의 동시가 의외의 신선함을 준다. 손주들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선 할머니가, 숲에서 만난 작은 동물들을 도와주며 산을 넘는다는 이야기를 따뜻한 분위기의 그림과 함께 풀었다. 글이 한 페이지에 한 문장씩 들어 있어, 아이들이 그림을 보며 천천히 시를 음미할 수 있다. 또한 작은 동물들에게도 베풀며 살아가는 넉넉한 인심과 자연을 사랑하는 착한 마음씨를 배울 수 있다. 문장이 쉽고 그림의 비중이 커서 4, 5세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도 어렵지 않다.

윤동주 |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그림


조경주출판사

푸른책들「서시」, 「별 헤는 밤」 등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시를 지은 민족시인 윤동주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 말고도 어린이를 위해 많은 동시를 남겼다.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는 그 동시들을 한곳에 모아 엮은 최초의 윤동주 동시집이다. 윤동주는 일제강점기의 어려운 시절을 살면서도 맑고 순수한 느낌의 시를 많이 지었는데, 이 동시집에 실린 동시들 또한 그런 윤동주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소올소올', '가릉가릉' 등 다양한 의성어 표현과 함축적인 그의 단어들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언어 감각을 길러주기에 충분하다. 책의 뒤편에는 동시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읽기에 좋은 윤동주의 시들이 함께 실려 있고, 시인에 대한 이야기가 읽기 쉽도록 정리되어 있다.

초등학교고학년





박경리 | 돌아온 고양이
그림


홍영지출판사작은책방

대하소설 『토지』로 국민 소설가라 불리는 박경리가 쓴 따뜻한 동화책이다. 짧은 동화책이지만 박경리의 소설답게 사실적인 묘사와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 작품의 배경은 1950년대로, 6·25전쟁 이후 어머니와 떨어져 외할머니 집에서 살아가는 한 소녀와 고양이의 이야기다. 요즘 아이들은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당시의 어려웠던 생활상이 자연스럽게 동화에 녹아 있어, 아이들이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집을 나간 고양이가 곧 돌아오는 것 처럼, 아무리 힘든 일도 참고 슬기롭게 견디면 언젠가는 행복이 찾아온다는 긍정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다.

김용택 | 옥이야 진메야
그림


정순희출판사살림어린이

'섬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시인 김용택의 유일한 장편 동화. 실제로 김용택이 초등학생 시절에 살았던 섬진강변 진메마을을 배경으로, 자연에 파묻혀 순수하게 뛰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특유의 섬세한 풍경 묘사가 아이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문장이 쉽고 간결해 시를 읽는 듯한 운율이 느껴지며, 글과 함께 실린 서정적인 수채화 그림은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순수한 동심을 일깨워줄 수 있다. 200페이지가 넘는 긴 글이므로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좋다.

박완서 | 부숭이는 힘이 세다
그림


김세현출판사계림북스

평범한 서울 아이가 시골에서 올라온 육촌 형제 부숭이를 만나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을 소박하게 그린 박완서의 동화책이다. 서울 아이는 시골 아이 부숭이와 많은 의견 차이와 충돌을 겪지만, 결국엔 부숭이의 순수함을 깨닫고 함께 이해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 아이들은 이 책에서 스스로 땀을 흘리며 일하는 즐거움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고집을 부리지 않고 남을 존중하는 마음 등 사람의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 두 아이의 모습을 대비적으로 그리면서, 어떤 것이 더욱 가치 있는 행동인지 아이들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황순원 | 산골아이
그림


정혜정출판사가교

학창 시절에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읽어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황순원은 우리에게 친근한 작가다. 『산골아이』는 서정적인 소나기와는 조금 다른, 황순원의 감칠맛 나는 문체와 단어가 돋보이는 동화집이다. 깊은 밤 옛이야기를 해주는 할머니와 아이의 모습을 그린 「산골아이」를 포함해 3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짧은 이야기지만 문장에서는 운율이 느껴지며, 중간중간 등장하는 사투리가 구수하다. 이런 단어들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따로 뜻풀이가 되어 있으며, 일상에서 접할 수 없었던 황순원의 재미있는 우리말들은 책을 읽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어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할아버지에게 옛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한 편 한 편이 정겹다.

이청준 |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
그림


김중석출판사파랑새

『축제』, 『서편제』 등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 이청준의 장편 동화. 할머니와 함께 사는 다섯 살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녀는 해가 지날수록 할머니의 키가 작아지고 기억력이 나빠지는 이유를 궁금해하는데, 이청준은 그것을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키와 지혜를 나눠주기 때문이라고 풀어냈다. 이러한 작가의 독창적이고 감성적인 생각이 책 속에 그대로 담겨 있어, 책을 읽는 아이들의 공감과 창의력을 이끌어낸다. 이청준 특유의 사실적이고 익살을 담은 문체가 아이들의 눈높이로 표현되어 더욱 신선하다.

박수근 | 박수근의 바보 온달
그림


박수근출판사사계절

이 동화책은 좀 더 특별하다. 바로 한국의 근대 화가 박수근과 그의 아내가 아이들을 위해 만든 동화책을 딸 박인숙이 다시 펴낸 책이기 때문이다.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친근한 우리의 옛 설화 「바보 온달」과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아버지를 찾는 유리소년」까지 총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아버지가 옛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구어체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다. 아이들이 고구려 사람처럼 씩씩하게 자라나길 바랐던 박수근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동화책으로, 그의 수채화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기획_최혜원 사진_김용훈

http://media.daum.net/zine/lemontree/newsview?newsid=20120718132113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