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의 시작은 그랬다.
당시 MBC <7급 공무원>이 선점하고 있는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 자리를 노리기 위해 SBS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첫 방송일에 1회와 2회를 몰아서 방영하는 편법을 썼다. 덕분에 이미 어느 정도 작품성이 보장되어 있었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주목까지 받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의 쾌거를 달성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안 그래도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편법 편성으로 원성을 얻었던 SBS가 또 그 방법을 쓸 수는 없었다. 결국 목요일에 첫 방송을 시작한 후속작 <내 연애의 모든 것>은 낮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그리고 이제 심기일전해 반전을 노리고 있는 SBS는 새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또 다시 목요일 첫 방송되는 악수를 피하기 위해 '단막극'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30일 방송된 <사건번호 113>이 바로 그것이다.
SBS만 그런 건 아니다. 과거 MBC도 그랬었다. 2012년 <아랑사또전>의 종영 뒤, <보고싶다>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해 단막극 <못난이 송편>을 편성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보고싶다>는 아역 분량이 방송되는 동안 <아랑사또전>이 기록했던 시청률에서 반 토막이 나는 사태를 감당해야만 했다.
왜 진짜 할 이야기는 '땜빵용 단막극'으로만 만날 수 있나
▲ 30일 방송된 SBS <사건번호 113>의 주요 방송 장면들 | |
ⓒ SBS |
하지만 정말 얄미운 건 따로 있다. 그나마 KBS는 <드라마 스페셜>로 근근이 단막극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지만, MBC와 SBS는 각각 2007년과 2004년 고정적으로 방송해 오던 단막극 프로그램을 없앴다. 이제 이 방송사들에서 단막극은 <못난이 송편>이나 <사건번호 113>처럼 편성 땜빵용이거나, <널 기억해>처럼 명절 특집용이다. 겨우 1년에 한 편 만들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단막극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은 단막극을 통해 더 많은 연출진과 배우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다가, 다양한 실험을 시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기존 드라마의 질을 배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명품 드라마'로 회자되는 단막극 또한 여럿이다. 단막극을 통해 재발견된 배우들과 연출가, 작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런 '땜빵용' 단막극을 통해서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왕따와 학교 폭력에 대해 신선한 시각을 제시했던 <못난이 송편>은 제목처럼 원래 추석 특집으로 만들어졌지만, 결국 수개월이 지나 편성 땜빵용으로 빛을 보게 되었다.
<사건번호 113>도 마찬가지다. 한 오피스텔에서 일어난 밀실 살인 사건의 뒤에는 고등학교 시절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연이 있었고, 그것을 자기희생으로 덮으려는 애끓는 모성이 있었다. 무엇보다 하나의 주제로 뚝심 있게 밀어붙인 실험작에 온전히 주어진 두어 시간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성취감을 느끼게 했다. 공중파 방송사에서 단막극이 제 설 자리를 찾지 못한 현실이 더욱 속상한 시간이었다.
왜, 가장 첨예하게 다루어져야 할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이러한 단막극이 아니고서는 다루어 질 수 없는 것일까? 공공재인 방송을 통해 각 가정으로 전달되는 드라마가 냉철하게 짚어야 할 사회적 문제들은 늦은 밤이나, 편성 땜빵용이 아니고서는 제 목소리를 내기조차 힘들게 되었다. 이러고도 텔레비전이 공적 기능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을까. '공중파'라는 명함을 내밀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870965&CMPT_CD=P0001
정말 이 드라마 재미 있었고, 명품드라마라고 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나도 과거에는 엄마의 딸이었고, 현재는 딸아이의 엄마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딸과 엄마 사이의 미묘한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가 좋았다.
보면서 엄마를 생각했다.
" 나도 엄마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준 적이 없을까" 하는...
그리고 또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피해자였던 아이가 가까운 미래에 가해자로 돌변하는 현실
아이들 교육은 답이 없는 문제를 끊임없이 풀어야하는 버거운 숙제 같다.
'<드라마보는 오후> > 우리나라 드라마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생의 비밀' 그만 좀 써먹지 (0) | 2013.06.25 |
---|---|
진지한 문제의식 '확 깨는' 완성도 (0) | 2013.06.25 |
배우 최진혁, 김은숙 작가 신작 '상속자들' 출연 (0) | 2013.05.31 |
‘구가의서’ 판타지에 이순신 등장시킨 이유 ‘있다’ (0) | 2013.04.23 |
<그 겨울> 원작과 달리 끈적끈적한 오누이? (0) | 2013.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