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성선해 기자] '개그콘서트'의 코너 '시청률의 제왕'의 박성광은 올라가지 않는 시청률 그래프를 보면서 전전긍긍한다. 그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멀쩡한 총각을 유부남으로 만들고, 없었던 출생의 비밀도 만들어 낸다. 또 간접광고(PPL)를 위해서라면 사극에 차량용 블랙박스를 집어넣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드라마는 어느샌가 여러 집단의 이권이 오가는 '60분짜리 광고'이자 '자본주의의 총아'가 됐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출생의 비밀은 기본이고, 사랑해서는 안 되는 이복남매의 비극적인 운명은 필수다.
사춘기 메들리 |
'사춘기 메들리' 속에는 배다른 남매의 이야기가 없다. 흔하디흔한 재벌 2세도 등장하지 않고, 결혼시켜달라고 악을 써대는 청춘남녀도 찾아볼 수 없다.
주인공 최정우(곽동연 분)은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남일고에 재학 중인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는 전교 1등의 '엄친아'도 아닌, 그저 눈에 띄기 싫어하는 전학생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가 경험하는 첫사랑의 추억과 친구들과의 우정은 탄탄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지난 24일 방송된 '사춘기 메들리' 3회는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정우는 반장이자 여자친구인 양아영(이세영 분)과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걸으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기교가 실려있지 않다. '평범한 남자 고등학생'의 목소리로 여자친구를 위해 노래하는 그와 이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양아영의 모습은 '다 아는 것이 쿨한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한 요즘 드라마에 등장하는 '무서운 10대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또 늘 '톰과 제리'처럼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던 신영복(박정민 분)과 임덕원(곽정욱 분)의 관계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신영복은 습관처럼 임덕원을 '빵셔틀'로 삼아 괴롭혔지만, 불어난 빗물에 휩쓸린 그의 여동생을 구한 것은 그가 늘 무시하던 임덕원이었다. 이를 계기로 신영복은 임덕원에 대한 태도를 달리하게 된다.
하지만 자존심이 생명인 불량학생의 특성상 손바닥 뒤집듯 자신의 '빵셔틀'에 대한 대접을 바꿀 수는 없었던 신영복은 쭈뼛거리며 최정우를 찾아와 병원에 누워있는 임덕원에게 전해달라며 누가 볼세라 간식 꾸러미를 조심스레 내민다. 욕망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어른들의 드라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사춘기 메들리'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며 KBS가 방학시즌을 맞이해 특별편성한 4부작 드라마다. 제작진은 방영 전부터 '막장이 없는 무공해 드라마'이며 '부모님과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시청률은 시원치 않다. 1회 3.3%(전국 기준, 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한 시청률은 2회와 3회에서는 2.6%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애국가 시청률'이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막장 요소'가 없다는 점만으로도 '사춘기 메들리'는 시청률을 쫓기보다는 완성도에 초점을 맞춘, 존재 가치가 충분한 '웰메이드' 드라마다.
[티브이데일리 성선해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tvdaily.co.kr
http://media.daum.net/entertain/enews/view?newsid=20130725175408216&RIGHT_ENTER=R1
이 드라마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앞으로도 이런 무공해 드라마가 계속나오길..
'<드라마보는 오후> > 우리나라 드라마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제TV] 종영 '상어' 희대의 악인 조상국 남긴 것 (0) | 2013.07.31 |
---|---|
어제 뭐 봤어?, '상어' 반전 묘미 안겨준 복수의 종말 KBS2 '상어' (0) | 2013.07.31 |
송지나 작가, 김종학 PD 빈소 조문 "'신의' 배우들 구석에 있지 말아요" (0) | 2013.07.24 |
'목소리' 정웅인, 그의 퇴장이 아직 이른 이유 (0) | 2013.07.04 |
99%의 분노를 '자극'하는 여왕님 (0) | 2013.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