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정진영 인턴기자]
'상어'가 막을 내렸다. 희대의 악인 이정길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7월 30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상어'(극본 김지우/연출 박찬홍 차영훈) 마지막회에서 독립운동가의 후손 조상국인척 거짓 인생을 살았던 천영보(이정길 분)가 구속됐다. 그가 암살자 최병기(기국서 분)와 통화했던 내용이 드러나면서 살인 교사 등 죄목이 낱낱이 밝혀졌다.
▲ 아픈 역사 재조명
'상어'는 그동안 일제강점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되짚었다. 조해우(손예진 분)의 할아버지이자 독립운동가 후손 조상국인 척 살아왔던 천영보는 그 시대 우리가 겪었던 아픔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더 잘 살기 위해 친일을 선택했고 해방 후에는 단죄 받지 않기 위해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모습을 바꾸며 천영보는 끊임없이 이 사회에서 살아남았다.
이후 이념으로 나라가 분열됐을 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좌와 우를 넘나들었다. 이 와중에 여러 사람들이 천영보의 밀고에 의해 잡혀갔고 많은 양민들도 학살됐다. 천영보는 19회에서 자신에게 총을 겨눈 한이수(김남길 분)에게 "나는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어. 내가 살아온 시간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끔찍한 시대를 살아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뿐이니까"라고 말했다. 한이수는 그런 천영보에게 "그 시대를 끔찍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당신 같은 사람들이다"라고 답했다.
천영보의 말은 굴곡진 역사 속에서 개인이 얼마나 철저하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이수의 말처럼 천영보는 아픈 역사를 만든 장본인으로 또 때로는 그 아픈 역사가 만들어낸 광인이자 피해자로 살아왔던 것이다.
'상어'가 천영보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후유증을 보여줬다면 한이수의 아버지 한영만(정인기 분)을 통해서는 민주화운동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한영만은 과거 광주민주화운동 때 진압군으로 투입됐다. 이때의 참혹한 경험은 한영만이라는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놨다. 그는 후에 고문기술자가 돼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사람들을 고문했다.
한영만은 고문기술자였던 자신의 과거를 부끄러워하며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당시 한영만에게 고문 받았던 이들과 그들의 유가족들은 여전히 한영만과 그때의 끔찍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상어가 남긴 과제
이처럼 '상어'는 우리의 지난 아픈 과거를 꼼꼼히 훑으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줬다.
한이수는 살해당한 아버지와 관련한 진실을 알기 위해 12년 만에 신분과 외모를 바꾸고 돌아왔다. 복수의 과정을 통해 이수는 누군가에게 총을 겨누기도 하고 때로는 아버지의 치부를 알고 제 살을 도려내는 것 같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진실과 마주했다.
한이수는 아버지를 대신해 고문 피해 유가족을 찾아갔다. 한영만에게 고문으로 아들을 잃은 할머니는 이수에게 "아들을 묻고 돌아오는 길에 내가 아주 모진 결심을 했었다. 고문으로 내 아들 죽인 그 놈 꼭 내 손으로 죽이고 나도 내 아들 뒤따라 가겠다고"라며 "3년쯤 지난 어느 날 그 놈이 나한테 찾아왔다. 뻔뻔스럽게 내 앞에서 펑펑 울면서 용서해 달라고 하기에 내 앞에서 죽어주면 용서해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후로도 10년 동안을 나한테 문전박대 당했다. 그리고 그날 마침 우리 아들 기일이었는데 그 사람이 또 찾아왔다. 마지막으로 인사 한 번 하겠다고 하면서. 내 앞에서 펑펑 우는 그 사람을 보면서 저 속이 얼마나 지옥 같고 힘들까 그런 생각을 했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이수에게 할머니는 "(한영만이) 젊은이 아버지라고 했나?"라며 "무슨 이유로 지나간 얘기를 이렇게 해달라고 하는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만났으니 부탁 하나만 하자"고 했다.
할머니는 "세상 사람들한테 내 아들같이 불쌍한 아이들도 있다고 제발 그걸 잊지 말아달라고 잊어버리지 말라고 젊은이가 좀 알려줘. 아무도 내 말은 들어주지 않는다"고 부탁했다. 어쩌면 '상어'가 남기고 싶었던 메시지는 할머니의 이 말이 아니었을까. 역사를 그대로 흘려 보내지 말고 되새기고 경계해 다시 반복하지 말자는 것.
한이수의 복수 여정은 아버지 살해범을 찾아내겠다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그가 그 과정을 통해 되짚은 것은 우리나라가 지나온 굴곡진 역사의 흔적이었다.
진실은 밝혀졌다. 천영보는 처벌 받게 됐다. 애초에 한이수가 계획했던 복수는 마무리된 셈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고문 피해 유가족으로부터 받은 또 다른 과제가 남아 있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억하는 일이다. 친일과 독립투쟁, 좌파와 우파 사이를 저울질하던 천영보처럼 지금도 사회 어딘가에선 누군가 또 다른 줄타기를 하며 제2의 천영보가 돼 가고 있을지 모른다. (사진= KBS 2TV '상어' 캡처)
http://media.daum.net/entertain/drama/newsview?newsid=20130731074305685&RIGHT_ENTER=R2
정진영 afre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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