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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우리나라 드라마소식

[드라마리포트] '너목들' 살인마 민준국의 결말까지 뭉클했던 이유

[TV리포트=하수나의 드라마리포트]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 1일 해피엔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 드라마에 왜 시청자들은 호평을 보냈을까. 연상연하 커플의 달달한 러브라인과 탄탄하게 잘 빠진 법정드라마의 조합에 머물지 않고 인물간의 성장통까지 의미 있게 건져냈다는 점에 큰 점수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옳고 그름을 가르는 법의 잣대로 잴수 없는 상황들은 매회 시청자들에게 화두를 안겼고 극중 인물들은 고민을 거듭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설득력 있게 성장해 나갔다.

속물 국선변호사였던 혜성(이보영)은 죄의 경중을 떠나 자신이 맡은 피고인들에게 늘 진심을 다하는 변호사 차관우(윤상현)와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기에 악마가 되는 길을 선택한 민준국(정웅인)을 통해 힘없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변호사로 성장해나갔다. 혜성에게 누명을 씌웠던 오만한 검사 도연(이다희)은 용기 있게 자신이 틀린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좀더 인간적인 검사로 변화했다.

민준국의 아내를 죽게 한 아버지의 악행을 알게 된 수하(이종석) 역시 마찬가지. 혜성을 위해 무작정 준국을 죽이려하거나 아버지의 악행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기억상실까지 됐던 수하. 그런 고뇌의 과정을 거치며 수하는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준국에 대한 미움이 아닌 연민을 드러내며 한층 성숙한 어른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경찰대 면접관 앞에서 "혼자였으면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관우와 도연, 준국, 혜성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쳤음을 밝혔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지나쳐 때론 배신당하고 큰 상처를 입기도 했던 변호사 차관우. 그는 사랑하는 혜성의 엄마를 죽인 준국을 변호해 무죄로 풀려나게 만든 죄책감으로 괴로워했지만 결국 다시 준국의 변호사가 되는 선택을 했다. 그는 특유의 우직함과 성실함으로 준국이 죄를 뉘우치도록 열심히 설득했고 결국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받아내는 활약을 펼쳤다. 준국에 대한 미움과 증오, 원망을 노출했던 그지만 결국 국선변호사로서 자신의 최선을 다하며 준국의 마음 역시 열게 만들었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살인마 민준국의 결말이었다. 혜성의 엄마를 죽이고 수하로 하여금 자신을 죽이게 해서 살인범으로 만들려고 계획했던 준국. 그러나 수하는 준국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고 그와 같은 짐승이 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짐승이 된 그의 선택과는 다른 길을 가는 수하를 보며 더욱 자괴감에 빠져들었을 준국은 변호사 차관우의 설득으로 결국 닫았던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어 나간다.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아무도 힘없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기에 스스로 복수의 악마가 됐던 준국에게 관우는 변호사로서 든든한 그의 '편'이 되어주었다.

재판을 앞두고 "여기서 사형을 선고받으면 우리 쪽에서 항소할 것"이라는 관우의 말 중에 준국은 "우리 쪽?"이라고 물으며 뭉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라는 말 굉장히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라고 털어놓는 준국의 모습은 의미심장했다. 아무도 그의 편이 되어주지 않아 살인마가 되었던 준국은 관우를 통해 비로소 따뜻한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었고 다시 인간적인 모습을 노출했다.

준국 역시 악마로 살아야 했던 기나 긴 지옥의 터널을 빠져나온 셈으로 그 역시 아픈 성장통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살인마 민준국의 결말이 식상한 인과응보의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갔던 것. 특히 섬뜩한 악역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한 정웅인의 존재감 넘치는 열연은 캐릭터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할 수 있다.

18회를 달려와 결국 의미있는 해피엔딩으로 마침표를 찍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인물들의 이유 있는 성장통을 통해 용서와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극 전반을 아우르며 깊이 고민해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평가받을만한 작품이 아닐까.

사진=방송화면 캡처

하수나 기자mongz@tvreport.co.kr

http://media.daum.net/entertain/drama/newsview?newsid=20130802082112090&cid=1247

 

마음의 문을 닫고 혼자 괴로워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너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것

그래서 그 누군가도 마음의 빗장을 열고 세상의 밝은 빛을 볼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더불어 함께 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이 드라마를 통해 또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