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청년 태원준 씨와 60세 엄마의 3백 일간 세계 50개국의 여행기 <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 를 읽으며 모처럼 책 읽는 게 신이 났다. 너무 생생하고 너무 행복하고 그래서 몹시 부러운 부모와 자식의 추억이 생생하게 담겨 있으니까.
시인 신현림 씨가 동네 커피점에서 우아하게 글쓰기를 할 때 우연히 들른 늙은 아버지는 "이런 멋진 커피점에 못 앉아보고 저세상 가는 부모가 얼마나 많겠니"라고 부러워하셨답니다. 우리를 뒷받침하느라 좋은 시절 다 보내고, 뒷방에서 가냘픈 노인이 되어가는 부모님께도 젊은 시절 더 넓은 세상을 보고픈 열망이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야 세상에 나가보려니 영어는 까막눈이고 허리는 휘고 다리는 아픕니다. 그러니 노인끼리 패키지여행을 가보아도 보이는 건 주마간산이요, 남는 건 요통과 상술에 넘어가 산 관광용품일 수밖에요. TV 화제작 < 꽃보다 할배 > 에서 할배들이 별 탈 없이 유럽이며 대만이며 돌아보며 인생의 소회를 밝힐 수 있는 건 충실한 가이드이자 든든한 짐꾼인 '서진'이가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나이 드신 부모가 제대로 여행하려면 여행의 파트너가 되어줄 든든한 서진이가 필요합니다. 여기, "내가 서진이!"라고 자청한 네 명의 속 깊은 자식들과 그들의 존경과 사랑을 동력으로 온 세상을 다 품고 돌아온 행복한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어머니
의 후드 점퍼 VV올리비아 로렌, 셔츠 유니클로, 팬츠 a.p.c, 신발 푸마, 가방 노스페이스 제품 .
아들의 셔츠 세인트 제임스 by플랫폼플레이스, 신발 푸마, 가방 이스트 팩 제품
어머니는 우리 남매를 넓은 울타리에 방목하셨고, 약속한 울타리만 넘지 않으면 남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도록 허락하셨다. 그런데 정작 당신은 가족을 위해 좁은 식당에서 30년을 일하셨으니, 대학 시절 여행하다 가슴 뜨거워지는 장이나 입 떡 벌어지는 자연과 만날 때마다 부모님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어머니의 환갑이 다가오자 누나와 나는 환갑잔치하려고 모은 돈으로 어머니께 세계 여행을 시켜드리자고 모의했다. "일단 가고 봅시다!"라며 어머니를 설득하길 몇 달. 식당이 팔리고 어머니에게 30년 만에 자유가 생기자 드디어 출발을 알리는 뱃고동이 울려 퍼졌다.
중국 리장에서 다리로 가는 기차 안의 어머니.
중국부터 런던까지 세계로!
누나는 종이로 만든 남매만의 '세계 일주 상품권'을 어머니께 드렸고, 다음 날인 2월의 시린 새벽에 배낭 하나씩 둘러메고 여린 어머니를 모시고 중국행 여객선이 기다리는 인천의 부둣가로 향했다. 배로 중국에 가서 육로로 아시아를 여행하고 동남아시아의 섬나라까지 섭렵한 뒤 중동과 이집트,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유럽 대륙을 여행하며 6개월간 어머니께 최대한 넓은 세상을 보여드리는 게 처음 계획. 하지만 어머니는 가녀리고 장기 여행 경험도 없으니, 너무 고되거나 힘들어하시면 언제든 돌아올 요량이었다. 이 야심 찬 여행의 후원자는 대학 졸업 후 2년간의 월급을 꼬박 모은 내 통장. 세계 일주 여행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차의 2등석, 게스트 하우스의 도미토리,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는, 이팔청춘의 배낭여행을 하는 수밖에. 그런데 늘 수줍고 조용한 어머니가 이렇게 힘든 여행을 좋아하실까? 혹여 객지에서 탈이 나지는 않으실까? 천만에! 중국에서부터 어머니의 모습은 반전이었다. 광장에서 수련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기체조를 따라 하고 군중과 뒤섞여 춤추는 모습을 보며 저토록 적극적인 면이 있었나 싶어 놀라움 반 미안함 반에 마음이 끓어올랐다.
베트남 싸빠의 계곡에 앉아 자연을 감상하는 두 모자.
리장에 취하고 페트라에 놀라고
여행 초반, 경직된 이는 어머니가 아닌 '아들'이었다. 모든 신경이 어머니께 집중 또 집중. 처음 보름간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어머니가 화장실에 가실 때도 방을 못 찾을까 봐 따라가곤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멋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 요령을 터득하시니 나의 긴장도 줄어들었다. 중국 윈난 성의 고원도시 리장에서는 전통 가옥, 시냇물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마을 풍경에 취해 "하루만 더 있자, 하루만" 하다가 20여 일을 신선놀음하며 보냈다. 태국에서는 전 세계 여행자와 방콕 도심에서 물총 대전을 벌이며 시끌벅적한 송끄란 축제를 만끽했다. 어머니는 국민 전체의 성품이 아름답다며 스리랑카에 마음을 주었고, 나는 코타키나발루의 해변에서 스노클링하며 해저 세상에 취했다. 여행 전부터 학수고대한 요르단의 페트라 앞에서 어머니와 아들 모두 환희에 차 버스를 놓칠 뻔한 사건도 함께 겪었다. 함께 감동하고 함께 느끼니 갈수록 여행이 흥미진진해져 계획한 6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늘어났는데도, 어머니는 좀 더 여행하기를 원하셔서 마음속으로 '우리 어머니가 달라졌어요!'라는 감탄사를 내뱉곤 했다.
방콕의 신나는 쏭끄란 축제에서.
여행, 어머니의 참 모습을 되찾다
자식 키우는 데 기력을 다 쓰신 우리의 부모님은 외국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어린아이가 된다. 사나흘 흑은 일주일, 기한이 짧은 여행에서 별안간 어린아이로 변한 부모님을 돌보려니 자식은 긴장하고 좌충우돌할 수밖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자란다. 부모님도 여행의 요령을 깨달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 그리하여 부모님은 즐기고 자식은 여행을 보좌하는 '짐꾼' 역할을 맡으면 그때부터 신나는 여행이 펼쳐질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요령이 생기면 여행이 곧 일상이다. 더 늦기 전에 꼭 부모님과 함께 장기 여행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전에 몰랐던 어머니의 참 모습을 세상의 한가운데서 만나는 가슴 먹먹한 순간이 수고한 짐꾼에게 선물로 주어질 테니까.
아들아, 인생에 철드는 시간은 따로 있지 않구나
"부모가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건 평생 짊어져온 삶의 짐을 내려놓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해박한 가이드이자 든든한 짐꾼이던 아들과 10개월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요즘, 엄마는 친구들에게 여행은 체력이 부족해도, 소극적이어도, 예산이 적어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단다. 저 작은 배낭 하나로 세계를 다녀도 부족한 게 없었지. 돌아오니 집 안에 물건이 참 많구나. 이제부터라도 불필요한 물건은 사지 말아야겠다. 꼭 필요한 것만 갖고, 즐거우면 즐기고, 힘들면 쉬어 가며 우리 가족의 삶이 여행이었으면 좋겠구나."_어머니 한동익 씨
기자/에디터 : 김민정
http://media.daum.net/life/outdoor/travel/newsview?newsId=20131102013136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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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우리 남매를 넓은 울타리에 방목하셨고, 약속한 울타리만 넘지 않으면 남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도록 허락하셨다. 그런데 정작 당신은 가족을 위해 좁은 식당에서 30년을 일하셨으니, 대학 시절 여행하다 가슴 뜨거워지는 장이나 입 떡 벌어지는 자연과 만날 때마다 부모님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어머니의 환갑이 다가오자 누나와 나는 환갑잔치하려고 모은 돈으로 어머니께 세계 여행을 시켜드리자고 모의했다. "일단 가고 봅시다!"라며 어머니를 설득하길 몇 달. 식당이 팔리고 어머니에게 30년 만에 자유가 생기자 드디어 출발을 알리는 뱃고동이 울려 퍼졌다.
중국부터 런던까지 세계로!
누나는 종이로 만든 남매만의 '세계 일주 상품권'을 어머니께 드렸고, 다음 날인 2월의 시린 새벽에 배낭 하나씩 둘러메고 여린 어머니를 모시고 중국행 여객선이 기다리는 인천의 부둣가로 향했다. 배로 중국에 가서 육로로 아시아를 여행하고 동남아시아의 섬나라까지 섭렵한 뒤 중동과 이집트,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유럽 대륙을 여행하며 6개월간 어머니께 최대한 넓은 세상을 보여드리는 게 처음 계획. 하지만 어머니는 가녀리고 장기 여행 경험도 없으니, 너무 고되거나 힘들어하시면 언제든 돌아올 요량이었다. 이 야심 찬 여행의 후원자는 대학 졸업 후 2년간의 월급을 꼬박 모은 내 통장. 세계 일주 여행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차의 2등석, 게스트 하우스의 도미토리,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타는, 이팔청춘의 배낭여행을 하는 수밖에. 그런데 늘 수줍고 조용한 어머니가 이렇게 힘든 여행을 좋아하실까? 혹여 객지에서 탈이 나지는 않으실까? 천만에! 중국에서부터 어머니의 모습은 반전이었다. 광장에서 수련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기체조를 따라 하고 군중과 뒤섞여 춤추는 모습을 보며 저토록 적극적인 면이 있었나 싶어 놀라움 반 미안함 반에 마음이 끓어올랐다.
리장에 취하고 페트라에 놀라고
여행 초반, 경직된 이는 어머니가 아닌 '아들'이었다. 모든 신경이 어머니께 집중 또 집중. 처음 보름간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어머니가 화장실에 가실 때도 방을 못 찾을까 봐 따라가곤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멋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 요령을 터득하시니 나의 긴장도 줄어들었다. 중국 윈난 성의 고원도시 리장에서는 전통 가옥, 시냇물과 나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마을 풍경에 취해 "하루만 더 있자, 하루만" 하다가 20여 일을 신선놀음하며 보냈다. 태국에서는 전 세계 여행자와 방콕 도심에서 물총 대전을 벌이며 시끌벅적한 송끄란 축제를 만끽했다. 어머니는 국민 전체의 성품이 아름답다며 스리랑카에 마음을 주었고, 나는 코타키나발루의 해변에서 스노클링하며 해저 세상에 취했다. 여행 전부터 학수고대한 요르단의 페트라 앞에서 어머니와 아들 모두 환희에 차 버스를 놓칠 뻔한 사건도 함께 겪었다. 함께 감동하고 함께 느끼니 갈수록 여행이 흥미진진해져 계획한 6개월에서 10개월로 대폭 늘어났는데도, 어머니는 좀 더 여행하기를 원하셔서 마음속으로 '우리 어머니가 달라졌어요!'라는 감탄사를 내뱉곤 했다.
여행, 어머니의 참 모습을 되찾다
자식 키우는 데 기력을 다 쓰신 우리의 부모님은 외국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어린아이가 된다. 사나흘 흑은 일주일, 기한이 짧은 여행에서 별안간 어린아이로 변한 부모님을 돌보려니 자식은 긴장하고 좌충우돌할 수밖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이는 자란다. 부모님도 여행의 요령을 깨달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 그리하여 부모님은 즐기고 자식은 여행을 보좌하는 '짐꾼' 역할을 맡으면 그때부터 신나는 여행이 펼쳐질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요령이 생기면 여행이 곧 일상이다. 더 늦기 전에 꼭 부모님과 함께 장기 여행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전에 몰랐던 어머니의 참 모습을 세상의 한가운데서 만나는 가슴 먹먹한 순간이 수고한 짐꾼에게 선물로 주어질 테니까.
아들아, 인생에 철드는 시간은 따로 있지 않구나
"부모가 쉽게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건 평생 짊어져온 삶의 짐을 내려놓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해박한 가이드이자 든든한 짐꾼이던 아들과 10개월간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요즘, 엄마는 친구들에게 여행은 체력이 부족해도, 소극적이어도, 예산이 적어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단다. 저 작은 배낭 하나로 세계를 다녀도 부족한 게 없었지. 돌아오니 집 안에 물건이 참 많구나. 이제부터라도 불필요한 물건은 사지 말아야겠다. 꼭 필요한 것만 갖고, 즐거우면 즐기고, 힘들면 쉬어 가며 우리 가족의 삶이 여행이었으면 좋겠구나."_어머니 한동익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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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edia.daum.net/life/outdoor/travel/newsview?newsId=20131102013136275
나도 우리 아이들과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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