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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교육희망

19살 민석이는 전과 13범 "이제 제대로 살고 싶어요"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김사무엘 기자] [편집자주]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오는 29일 첫 시행된다. 정부의 관심이 학교폭력 등 학교 울타리 내에 집중되는 사이 학교, 가정에서 길거리로 내몰린 학교 밖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36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8만명은 정확한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각종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성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각지대에 내몰린 학교 밖 청소년들의 실태와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해본다.

[[학교 밖 청소년, 그들만의 세계-①]먹고살기 위해 범죄 내몰리는 청소년들]

#1

"이거 잘되면 그 돈으로 우리 해외로 뜨자."

2013년4월 새벽. 당시 16살 민석이(가명)는 친구, 형들과 다짐했다. 전과 12범에 하나 더 보탠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와 집을 나와 밖에서 먹고 자는 생활은 배고픔과 고단함의 연속이었다. 미리 봐둔 휴대전화 매장으로 갔다.

"넌 망봐, 우린 들어갈게." 민석이는 또래 셋과 매장 6곳의 강화유리를 망치로 깨부수거나 문을 절단기로 따고 들어갔다. 스마트폰과 현금 등 93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얼마 후 경찰 수사망에 걸려 또 한 번 수갑을 찼다. 특수절도 혐의였다.

2년 가까이 교도소 복역을 마치고 올 1월 사회로 돌아온 민석이는 성인이 되기도 전에 전과 13범이 됐다. 여전히 학교로도, 집으로도 돌아가지 않았다. 중학교 때 그만 둔 학교도, 세 번째 결혼한 엄마도 민석이에게 기댈 곳이 돼주지 않았다.

"이젠 무조건 성실하게 살 거예요. 정말 잘해보고 싶어요." 19살 민석이는 처지가 같은 여자친구를 만났고 마음도 고쳐먹었다. 제대로 홀로서기 위해 한 건설관련 업체에서 기술도 배운다. 올 여름 검정고시 통과를 목표로 책도 다시 잡았다.

#2"가정형편은 괜찮았어요. 매일 얻어맞은 것만 빼면…."

부산에 살던 18살 찬수(가명)는 지난해 11월 상경했다. 고교 1학년 때부터 7~8번 가출을 했지만 이번엔 작정하고 집을 나왔다. 자영업을 하시는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풍족했지만 엄마는 왜소한 찬수를 매섭게 때렸고 폭언을 했다. 알루미늄 파이프 등 손에 잡히는 건 모조리 몽둥이가 됐다. 늘 온 몸이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찬수는 온라인 가출카페에서 같이 살 사람을 구했다. 성인 남성과 10대 남녀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가출팸' 두 곳을 전전하다 최근 빠져나왔다. 가출팸에 있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범죄에 휘말리게 됐다.

"20대 형이 보스 노릇을 하는 가출팸에서 조건만남을 알선하거나 대출사기를 돕는 일을 했어요. 양심의 가책 때문에 돈을 받지는 않았어요. 사람들한테 대출 대신해준다고 속이고 받은 서류로 사채업자들한테 한 달에 4000만~5000만원을 빌려 잠적하곤 했어요."

찬수는 가출팸에서 폭행을 당하고 도망쳐 나오기 전까지 했던 '나쁜 짓'을 후회하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혼자 힘으로 정착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찬수는 "돈도 벌고 연기학원도 다니고 싶다"고 했다.

학업을 중단하고 길거리에서 방황하다 각종 범죄에 내몰리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오는 29일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 첫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들 청소년이 처한 환경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자료제공=경찰청.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전국에서 36만여명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 있다. 하루 200명꼴로 연간 6만~7만명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이 가운데 28만여명은 소재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소재불명 청소년 상당수는 또래들끼리 생활하며 폭력, 절도, 성매매 등 각종 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특히 최근 들어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가 강도와 절도,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진화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새벽에는 17세 학교 밖 청소년 2명이 서울 관악구의 한 편의점에서 가로, 세로 각 9cm 벽돌로 종업원의 머리를 가격,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현장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을 만난 경찰은 이들 다수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가정불화로 사회로 내몰린 후 먹고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백형 서울 관악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경위)은 "민석이 같은 학교 밖 청소년들은 대부분 가정환경이 불우하고 주변에 바른 길로 이끌어 줄 보호자가 없다"며 "이런 환경 때문에 밖에 나와서도 먹고 입고 자는 게 해결이 안되니까 작은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그게 점점 커지면서 강력범죄로 옮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김사무엘 기자 ksme007@mt.co.kr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newsview?newsid=20150520044907373

 

아프리카 속담 중에 " 아이 한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라는 말이 있다.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인 듯..

우리 모두가 이런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관심을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