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놀이의 개관
유리나 자기로 된 구슬을 가지고 구멍에 넣거나 목표물을 맞히거나 상대방의 구슬 숫자가 홀수인가 짝수인가 또는 1․2․3인가 맞춰 따먹는 놀이이다. 주로 남자 아이들이 겨울철에 많이 했고 전국적인 분포를 가지는 놀이로 지방에 따라 알치기, 꼴랑치기, 구슬따기 등으로 불리우나 가장 일반적인 이름은 구슬치기이다.
나. 놀이의 유래
구슬은 처음에 고운 흙(찰흙)으로 빚어 그늘에 말렸다가 이용하거나 시냇가에서 동그란 돌을 주워서 가지고 놀거나 단단하고 무거운 나무를 둥그렇게 깍아서 놀았거나 도토리, 상수리 등의 열매를 가지고 놀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가 도자기를 구울 때 흙으로 빚은 구슬을 함께 구우면서 사기구슬이 등장하게 되고 그후 일제시대에 유리 사용이 많아지면서 그 찌꺼기로 유리구슬이 등장하여 오늘날 우리가 보는 유리구슬이 놀잇감으로 쓰이게 되었다. 6․25 전쟁 때 망가진 자동차나 탱크 등에서 쇠구슬이 나와 잠깐 가지고 놀기도 하였는데 보편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가장 성행했던 겨울철 대표놀이였는데 요즘은 많이 하지 않는다.
이 놀이는 다른 나라에도 있는데 그 놀이방법이 우리 나라 만큼 발전하지 못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돈치기란 놀이가 있었는데 주로 명절 때 엽전을 가지고 하던 놀이이다. 이 돈치기의 놀이규칙이 구슬치기와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놀이방법이 많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동국세시기> 상원조에 “땅에 구멍을 만들고 어른과 아이들이 편을 갈라 돈을 구멍에 넣고 구멍을 채운다. ~ 맞추지 못하거나 또 잘못 맞춘 자는 지는 것이다. 아이들은 사금파리를 돈으로 삼아 던지는 예도 있다”에서 보여지듯이 돈치기에서 놀이도구가 구슬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돈치기 방법과 구슬치기의 방법이 많이 흡사한 것이다.
돈치기의 역사와 구슬치기의 역사를 같이 한다면 아주 오래된 놀이로 여겨진다.
다. 놀이방법
1)구멍에 넣기(봄들기, 꼴랑치기)
2명에서 4명 정도가 적당한데 구슬이 많지 않을 경우 많이 한다. 보통 마당이나 공터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을 판 다음 순서대로 구멍에 구슬을 넣어서 모두 통과하면 같이 한 사람에게 구슬 한 개씩 받는 놀이이다.
먼저 일정한 간격으로 6개의 구멍을 파는데 파는데 뾰쪽한 돌이나 꼬챙이로 땅을 조금 판 다음 발 뒤꿈치로 몇바퀴 돌리면 지름이 20cm 정도 된다. 구멍간의 간격은 1.5~2m 정도 되는데 더 멀게 하기도 한다.
누가 먼저 할 것인지 순서를 정하는데 B에서 A를 향하여 던져 구멍에 가까운 사람이 먼저가 되고 들어가면 1등이 된다. 만약 두 명이 들어가면 두 명만 따로 다시 던져 순서를 정한다.
구멍의 이동 순서는 A에서 출발하여 B→C→D→C→E→C→F→C→B→A까지 돌아나오면 구슬 하나씩을 얻는다. 가운데 C가 중심이 되어 보통 집(범, 봄)이라고 한다.
던진 구슬이 구멍에 들어가면 ‘들었다’고 하고 한번에 성공하면 계속해서 다음 구멍으로 들 수 있다. 만약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하는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실패한 구멍에서 출발한다. 만약 C 구멍에 넣다가 실패하면 자기의 구슬이 떨어진 자리에서 구슬을 던져 C에 넣는다.
구멍에 넣지 않고 구멍에 넣는 것과 같은 효력을 발생하는 것을 ‘맞추기’라고 하는데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의 구슬을 자기 구슬로 맞추면 다음 구멍에 넣지 않아도 구멍에 넣은 것과 같은 효력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잘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구슬을 자기가 원하는 구멍 앞으로 몰고 다니거나 상대방 구슬을 구멍 앞에다 하나씩 몰아 놓고 쉽게 한바퀴를 돌기도 한다.
이 놀이는 상대방의 구슬을 따먹기 보다 구슬을 구멍에 넣는 재미로 하며 한 명이라도 모두 통과하면 다시 출발선에서 시작한다.
가장 단순하면서 쉬운 방법으로 서너명이 모이면 한다. 먼저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한다. 1등부터 차례로 바닥에 구슬을 내려 놓는다. 모두 내려 놓으면 1등이 바닥에 있는 구슬을 주워 다른 사람의 구슬을 던져 맞춘다. 만약 맞으면 그 구슬을 따게 되고 맞지 않으면 구슬이 멈춘 자리에 그대로 놓아둔다. 따게 되면 따낸 자리를 기점으로 한 번 더 할 기회를 갖는다. 맞지 않으면 다음 번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데 방법은 위와 같이 한다.
다른 구슬이 너무 멀리 있거나 장애물 밑에 있어서 맞추기가 어려우면 맞추지 않고 아무 곳이나 옮겨 놓을 수 있다. 옮겨 놓을 때 상대방을 유인하기 위해 좀더 가까이 놓거나 아예 멀리 놓거나 뒤에 장애물이 있는 곳에 놓는다.
3)삼각형치기(세모치기)
여러 명이 놀이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놀이로 구슬을 정해진 갯수 만큼 삼각형 안에 넣고 순서대로 구슬을 맞춰 삼각형 밖으로 나온 구슬을 따먹는 것으로 ‘세모치기’라고도 한다.
먼저 땅바닥에 한 변이 25cm 정도되는 정삼각형을 그린 다음 약 4~5m 거리 떨어진 앞 쪽에 구슬을 던지는 선을 그린다. 그 다음 2개 또는 3씩 자기 몫의 구슬을 삼각형 안에 넣는다. 구슬을 삼각형 안에 넣었다는 것은 놀이할 의사가 있음을 나타낸다. 구슬 안에 넣은 사람은 누가 먼저 할 것인지 순서를 정하는데 가위바위보로 하지 않고 삼각형에서 선 쪽으로 구슬을 던져 선으로부터 가까운 사람이 먼저가 되고 만약 구슬이 선에 닿으면 1등이 된다. 선의 바깥 쪽으로 간 사람은 꼴찌가 되는데 여러 명 밖으로 나가면 선으로부터 가까운 쪽부터 앞 순서가 된다.
순서가 결정되면 차례로 굴리거나 던져 삼각형 안에 있는 구슬을 삼각형 밖으로 맞춰 빼 낸다. 구슬이 한 개라도 삼각형 밖으로 나오면 또 하고 그렇지 않으면 구슬이 멈춘 자리에 놓아두고 다음 사람이 한다.
다른 사람이 자기 구슬(엄지구슬 : 삼각형 안에 대는 구슬이 아니라 자기를 대표하는 구슬을 말한다)을 맞추면 지금까지 딴 구슬을 맞춘 사람에게 다 주고 그 사람은 죽게 된다. 죽는다는 것은 그 판에서 더 이상 구슬치기 할 기회가 없는 것을 말한다. 만약 삼각형의 구슬을 빼내려다가 엄지 구슬이 삼각형 안에 들어가거나 삼각형 선에 닿으면 지금까지 따먹은 구슬을 삼각형 안에 다 내 놓고 죽는데 이를 ‘토하기’라고 한다.
삼각형 안에 구슬이 하나도 남지 않거나 다른 사람이 다 죽으면 그 판이 끝나고 다시 자기 몫을 대고 시작한다.
서너 명이 구슬치기를 할 때 하는데 벽을 이용한다고 해서 벽치기라 한다. 벽을 이용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는데 벽에 구슬을 대고 차례로 벽을 타고 떨어뜨려 다른 사람의 구슬을 맞추면 그 구슬을 갖는 방법도 있고 가장 멀리 가서 멈춘 사람이 나머지 구슬을 모두 갖는 방법도 있다. 그밖에 자치기의 원리와 만난 ‘오부십부(오보십보의 방언)’가 있는데 이는 벽에 서 멀리 간 사람 순서로 다른 사람의 구슬을 쳐 멀리 보낸 거리 만큼 구슬을 따는 방법이다. 즉 가장 멀리 간 구슬이 1등이 되는데 구슬과 구슬 간격이 손으로 한 뼘이 되면 임의의 동작으로 쳐서 멀리 보낼 수 있고 한 뼘이 더 되면 자기 구슬의 위치에 서서 다른 사람의 구슬을 친다. 구슬을 맞지 않고 가면 헛탕이 되고 만약 맞고 멀리 가면 상대의 구슬 임자로부터 그 거리에 따라 5보에 1개씩 계산해서 구슬을 따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보면 4개의 구슬을 따게 된다.
5)홀짝과 쌈치기
두 명이 주로 하는데 두 명 중에 한 명이 구슬을 잡고 다른 한 명은 그 손에 쥔 구슬이 홀수인가 짝수인가 알아 맞추는 놀이디다. 손에 잡은 구슬을 홀수와 짝수로 구분하기에 홀짝이라고 하는데 예를들어 구슬을 잡은 사람이 8개를 쥐고 있는데 상대방이 ‘짝’하고 5개를 걸면 5개를 물어줘야 하고 ‘홀’을 하면 짝수이기에 건 구슬을 잡은 사람이 따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쌈잡기라는 것이 있는데 2명 이상 3~4명 또는 그 이상이 한다. 쌈잡기는 경우의 수가 홀수, 짝수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고 1(아찌, 으찌)․2(니, 두비)․3(삼, 쌈) 이렇게 3의 배수로 구분된다. 즉 4개를 잡으면 3의 배수를 빼고 1개가 남으니까 1에 해당하고 11개면 9를 제외하고 2이 남으니까 2에 해당하는 것이다.
먼저 바닥에 1․2․3을 나타내는 판을 간단하게 그린다. 그 다음 놀이하는 사람 중에 한명이 주먹에 구슬을 쥔다. 나머지 사람들은 잡은 개수를 어림하여 한 곳에 구슬을 건다. 예를들어 8개를 쥐었다면 갑은 1에 5개를 병은 3에 6개를 걸었다면 잡은 사람은 2(8-6=2)에 해당하기에 건 사람의 구슬 모두를 갖게 된다. 반면에 병이 2에 6개를 걸었다면 갑은 해당사항이 없고 병에게 6개를 물어주면 된다.
두 명이 할 경우 땅에 그리지 않고 할 수도 있는데 한 사람이 잡고 구슬을 거는 사람이 ‘으찌 쌈’이라고 5개를 걸었다면 앞에 말한 ‘으찌’는 것은 자기가 맞추려고 하는 숫자를 의미하고 뒤에 부른 ‘쌈’은 잡은 사람의 숫자를 의미한다. 만약 쥔 사람이 3, 6, 9와 같이 3의 배수를 쥐었다면 건 구슬을 따고 1, 4, 7이면 건 수 만큼 물어줘야 한다. 만약 2, 5, 8이면 서로 해당사항이 없기 때문에 다시 한다. 쌈치기는 보통 큰 아이들이 많이 한다.
라.교육적효과
작고 둥근 구슬을 원하는 구멍에 넣거나 떨어져 있는 다른 구슬을 맞추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따아서 정확하게 조준해야 하고 손가락이나 손을 능숙하게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이 놀이를 하다보면 저절로 조준 능력과 손에 대한 감각이 길러지고 또한 공간을 잘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공간 지각력이 길러진다. 홀짝과 쌈치기 같은 경우 침착성과 결단력, 판단력이 길러지게 된다.
인도북부와 네팔을 여행하는데 그곳에서도 구슬치기를 하고 있었다. 네팔 산악지대인 담푸스에서 우리 나라에서 하는 알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냥 던져서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손기술을 이용하여 맞추는 점이 달랐고 네팔의 수도인 카투만두에서는 홀짝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처럼 손으로 구슬을 쥐고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구슬을 5개 던져 그 안에 들어가는 숫자로 홀짝을 했다. 즉 던지는 사람은 2나 4개가 들어가면 따고 건 사람은 1,3,5가 들어가면 따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개를 걸었다면 던지는 사람은 일정한 거리에서 5개를 구멍을 향해 던진다. 만약 4개가 들어가면 짝수가 들어갔기 때문에 2개를 따게 되고 만약 3개가 들어가면 2개를 물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 구슬치기는 비단 우리 나라에서만 하는 놀이가 아니고 세계 여러 곳에서 하는데 놀이방법이 조금씩 다름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경희대 민속학연구소, 『서산민속지』하, 서산문화원1987.
이상호, 『전래놀이 101가지』, 사계절, 1999.
김종만, 『아이들 민속놀이 백가지』, 우리교육, 1993.
*구슬치기를 겨울에 많이 한 이유는 무엇일까?
손이 곱아 하기가 나쁠 텐데 구태여 양지바른 곳을 찾아 했던 이유는 아마 설날에 많이 했던 돈치기와 연관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 관계에 대해서는 더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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