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줄 뛰어 넘기(고무줄)
가. 놀이의 개관
서서 줄을 뛰어 넘기도 하고 달려와 뛰어 넘기도 하는 이 놀이는 처음에는 새끼줄이나 굵은 줄을 뛰어 넘다가 후에 고무줄이 등장하면서 탄력이 좋은 고무줄을 이용해 노래에 맞춰 다양한 동작을 취하면서 더욱 발전하게 되었다. 나중에 생겨난 고무줄 놀이는 일제시대 이래로 전국에서 널리 행해진 놀이이다. 고무줄이 보편화되면서 줄 뛰어 넘기라는 놀이이름보다 고무줄 놀이로 불리게 되었다.
사계절 어느 때나 하고 줄 뛰어 넘기는 주로 남자 아이들이 많이 했는데 고무줄이 등장하면서 여자 아이들이 많이 하는 놀이가 되었다.
나. 놀이의 유래
줄은 물건을 묶는데 중요한 도구였다. 조상들은 일찍부터 칡 넝쿨이나 다양한 식물의 줄기를 줄로 활용했고 논 농사가 보편화되면서 원하는 길이와 두께로 조절할 수 있는 새끼줄을 활용해 왔다.
우리 나라 사람이면 10세 전후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새끼줄을 꼴 줄 알았고 이 줄은 놀잇감으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이 놀이가 처음 기록된 것은 Stewart Culin이 1895년에 기록한 『Korea Games』(University of Pennsylvania)이다. 뜀뛰기(Jumping)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줄을 돌리면서 넘는 줄넘기(Jumping Rope)와 구분하여 새로운 항목을 둔 것으로 보아 별도의 놀이로 인식하였던 것 같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남자 아이들은 서서 뛰어 넘기도 하고, 출발점에서부터 달려와 뛰어 넘기도 한다. 달려가서 뛰어 넘는 것을 ‘바람뜀(wind jump)'이라 한다. 남자 아이들은 때때로 줄을 뛰어 넘기도 하고,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일본 나가사키에서는 뜀뛰기를 ’도비코(飛子)‘라고 하며 남자 아이들은 이 놀이를 하나의 오락으로 즐긴다. 아이들은 줄 하나를 매어 놓고 그것을 뛰어 넘는다. 또는 반동력을 얻기 위해 뛰어 가서 그 줄을 넘는 경쟁을 하기도 한다”
이 줄 뛰어 넘기 놀이는 1920년대에 고무줄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기존의 놀이 도구는 탄력이 없기 때문에 단순이 높이를 조절하여 뛰어 넘는데 그쳤는데 이제는 높낮이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동작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점차 탄력없는 새끼줄이나 칡 넝쿨을 이용한 줄은 사라지고 고무줄이 일반화 되었다. 이는 일제시대에 무야라마 지준에 의해 정리된 『조선의 향토오락』의 강원도 평창 지방의 놀이에도 소개되고 있는데 당시의 노래가 소개되고 있어 흥미롭다.
“둥근 고무줄을 약 2미터 정도 되게 묶어서 두 사람으로 하여금 양 쪽 끝을 잡고 있게 하고 고무줄을 뛰는 사람이 한 명씩 ‘하나부터 일본, 셋부터 시베리아, 다섯부터 러시아, 일곱부터 할빈, 아홉부터 열까지 그리고 열하나부터 스물까지’의 노래를 부르면서 고무줄을 뛰어 넘어서 마지막 스물까지 계속 뛰어 넘으면 한번 이기게 된다. 서울지역에서 전해졌다”
즉 줄 뛰어 넘기는 전국에서 널리 행해졌는데 고무줄이 등장하면서 고무줄을 구하기 쉬운 도시에서 지방으로 퍼지게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무줄 놀이가 보편화되면서 교과서 동요인 ‘산골짝의 다람쥐’를 비롯하여 1950년대 6․25동란을 거치면서 ‘자유의 길’(무찌르자 오랑캐~), ‘전우의 시체’(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등의 노래가 고무줄 놀이로 널리 행해졌다.
고무줄이 우리나라에 들어오자 마자 고무줄 놀이가 된 것은 아니다. 그 전에 단순하지만 그와 유사한 놀이가 존재하다가 더 나은 놀이 소재가 들어오면서 이를 계승 발전하여 새로운 형태의 놀이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고무줄 놀이가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 놀이는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영동 영서편을 비롯하여 전라도 광주지방의 민속놀이, 충청남도지, 서산민속지 등에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어 근래까지 널리 행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놀이도 도시에 땅이 급속도로 없어지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다. 놀이방법
고무줄은 최소한 3m 이상이 되어야 할 수 있고 보통 줄을 잡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편으로 나뉘어 한다. 진 편이 먼저 고무줄을 잡고 있으면 이긴 편에서 특정한 노래에 맞춰 동작을 취하면서 놀이를 한다.
만일 한 아이가 중간에 잘못하면 죽고 다음 번 아이는 다시 처음부터 한다. 간혹 잘못해서 죽은 부분부터 다음 사람이 이어서 하는 곳도 있다.
이렇게 해서 죽지 않고 성공하면 다음 단계의 동작으로 넘어가는데 다음 동작은 고무줄의 높이를 발목, 무릎, 넓적다리, 궁등이, 허리, 겨드랑이, 어깨, 목, 귀, 머리와 머리 한뼘, 두뼘, 팔을 뻗친 높이까지 한다.
노래에 맞춰 하는 발동작으로는 ①다리에 감기 ②줄 밟기 ③뛰어 넘기 ④발 엇갈려 뛰기 ⑤두 발로 줄 밟기 등이 있다.
자기 편이 모두 죽으면 줄을 잡고 있던 진편과 역할을 바꾸어서 하고 다음 차례가 되면 전판에 죽은 단계에서부터 이어서 한다.
어느 편이든 먼저 마지막 단계까지 통과하면 이기게 된다.
고무줄의 줄 수에 따라 외 줄, 두 줄, 세 줄(삼각형)으로 놀이방법이 나뉘기도 한다.
1)외 줄 고무줄
가장 흔한 방법으로 노래도 다양하고 동작도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부르던 놀이 노래로 ‘금강산’(금강산 찾아 가자 일만이천봉~), ‘기러기’, ‘어머님 은혜’, ‘자유의 길’, ‘인디언 보이’(한꼬마 두꼬마 세꼬마 인디언~), ‘코알라’(숲 속에 사는 코알라~), ‘딱다구리’(딱다구리 구리 마요네즈/ 마요네즈 케참은 맛있어~), ‘구두 발자국’(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 ‘나의 하루’(아침 햇빛 밝아오는 이른 아침에~) 등이 있다.
다음은 최근에 만들어진 동요에 따른 외줄 고무줄의 예이다.
<연날리기>
에헤야디야/ 바람분다/ 연을 날려보자 //에헤야디야/ 잘도난다/ 저 하늘 높이 난다.
무지개옷을입고 /저하늘에/꼬리를 흔들며//모두다 어울려서 친구된다/두둥실춤을 춘다
에헤야디야/ 바람분다/ 연을 날려보자 //에헤야디야/ 잘도난다/ 저 하늘 높이 난다.
① 고무줄 왼쪽에서 두발로 한 번 뛴다( \ ).
② 왼발로 한 번 뛰면서 오른발을 들고 건너뛸 준비를 한다( / )
③오른발을 건너뛰고 왼발도 든다( \ ).
④왼발을 마저 넘고 딛는다( / ).
⑤오른발을 왼발 뒤로 들었다가( \ ) 놓으면서 줄을 넘어 찍는다( / ).
⑥다시 제자리에 놓으면서 발을 구른다(\/).
⑦⑤와 같이 오른발을 오니발 뒤로 들었다가(\) 줄을 밟는다(/).
⑧다시 제자리에 놓으면서 발을 구른다(\/).
⑨올느발 왼발을 차례로 한번씩 구르면서 왼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⑩오른발부터 줄을 넘는다(뒤돌은 상태가 된다)( \ ).
⑪왼발까지 넘으면서 다시 앞을 본다( / ).
위의 8박자의 동작을 계속 반복한다.
2)두 줄 고무줄
‘월계화계’(월계화계수수목단 금단초단일/ 공주마마납시오), ‘탄다탄다밥탄다’ 등의 노래에 맞추어 하는데 기교보다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고 단지 높이를 조절하는 정도이다. 고무줄 놀이를 처음 접하는 어린 아이들이 많이 한다.
먼저 고무줄의 양쪽을 매서 원을 만든다. 진 편의 한 아이가 고무줄 안으로 들어가 다리를 벌리면 고무줄과 고무줄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 그러면 이긴 편 아이가 노래에 따라 다양한 동작을 취한다.
다음은 두 줄 고무줄로 가장 많이 하는 ‘월계화계’의 예이다.
①술래가 맨 아래 단계인 발목에 고무줄을 잡고 있으면 그 안으로 들어간다.
②‘월계’에 위로 뛰어 올라 동시에 두발로 두 줄을 밟는다.
③‘화계’에 다시 위로 뛰어 올라 안으로 들어간다.
④‘수수’와 ‘금단’는 ‘월계’와 같이 하고 ‘목단’과 ‘초단’은 화계‘와 같이 한다.
⑤‘일’에서는 ‘월계’와 같이 하는데 그 동작에서 이어 두 줄을 계속 밟으며 ‘공주마마 납시’까지 6번 뛰고 ‘오’에 다시 두 줄 안으로 뛰어 들어 온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죽지 않고 하면 다음 단계로 올라 가는데 단계는 외줄과 같이 높이를 조절한다. 보통 발목→종아리→무릎까지 한다.
3)세 줄 고무줄
‘퐁퐁퐁’(샘물이 솟는다 퐁퐁퐁~), 코끼리‘(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금강산’(외줄로도 하고 세 줄로도 한다), ‘아기다람쥐’(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장난감기차’(장난감 기차가 칙칙 떠나간다~), ‘자동차 바퀴’ 등의 노래에 맞추어 하는데 보통 세 곳을 빙빙 돌면서 다양한 동작을 취한다. 외 줄보다 기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해서 세 곳을 돌다보면 어지러워서 죽는 경우가 많다.
라. 교육적효과
뜀뛰기를 통해 다리의 근육을 발달시키며 높이 뛰기 능력과 지구력 및 심폐 기능을 향상시킨다. 또한 노래에 맞춰 뛰어야 하기에 리듬감과 조정력을 기를 수 있다. 또한 여럿이 함께 하는 가운데 협동심을 기를 수 있다.
마.기타
고무줄 놀이는 어린이들이 자기 주변에 있는 것을 가지고 놀잇감화한 좋은 예이다. 옛날에 처음 고무줄 놀이를 할 때는 지금과 같은 검정색 고무줄이 아니였다. 헌 고무 타이어를 잘게 잘라서 가닥가닥 묶어서 놀이를 하였다고 한다. 탄성이라는 놀잇감의 성질을 이용하여 높이를 조절한다든지, 동작을 다양하게 만든다 든지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까’를 잘 구현하였다.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를 하면서 만든 노래로 ‘자동차 바퀴’의 가사를 보면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앞 바퀴 뒤바퀴/ 자동차 바퀴/ 앞에는 운전수/ 뒤에는 조수/ 달려가 달려라/ 서울역까지/ 달려가 달려라/ 인천역까지/ 운전수 아저씨/ 고맙습니다.(역은 노는 아이들 마음 대로 바뀔 수 있다)’
오늘날에 와서 많은 놀이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고무줄 놀이는 놀이도구를 쉽게 갖고 다닐 수 있고 공간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기에 지속되고 있는 놀이 가운데 하나 이다.
<<참고문헌>>
이상호,『전래놀이 101가지』, 사계절, 1999.
경희대 민속학연구소, 『서산민속지』하, 서산문화원1987.
김종만, 『아이들 민속놀이 백가지』, 우리교육, 1993.
촌산지순/박전열역, 『조선의 향토오락』, 집문당, 1992.
Stewart Culin,『Korea Games』University of Pennsylvania,1895.
문화재관리국,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1~13책, 1969~1982.
광주민속박물관 학예실, 『광주의 민속놀이』, 광주민속박물관, 1994.
『서산민속지』고무줄 노래
서산군 해미면 동암리 622~623쪽, 1986.12.24. 제보자 박성미(12세)
<우리반>
우리 반에 학생은/삼십 명이래/그 중에서 내친구.끼여있어요/유유 깍쟁이 꼬마 선생님/어쩌다가 내 친구를/퇴학시켰나.
<삼천>
삼천 개구리 처녀/임금님의 생신/하루이틀사흘나흘닷새/음악대회를 열었다/토끼 할머니 토끼 사세요/여우 할머니 여우 사세요/찐빵 찐빵 지고 지고 삼팔선.
<쉬고 쉬고>
쉬고 쉬고 각개로 쉬고/ 쉬고 쉬고 각개로 쉬고/ 일점 밟고 이점 밟고/ 삼점 사점 오점이요.
<진달래>
진달래 피었구나 봄맞이 가네/ 분홍꽃 여기저기 봄맞이 가네/ 겨울엔 눈송이 송이 내리는 곳/ 가자가자 진달래 봄맞이 가네
서산군 운산면 여미리 635~636쪽, 1986.12.25. 제보자 이은희(13세)
<장난감 기차>
장난감 기차가/칙칙 떠나간다/과자와 사탕을/싣고서/엄마방에 있는/우리 아가한테/갔다주러 갑니다.
<자동차 바퀴>
앞바퀴 뒤바퀴/자동차 바퀴/앞에는 운전수/뒤에는 조수/달려라 달려라/서울역까지/달려라 달려라/인천역까지/운전수 아저씨/고맙습니다. *역 이름은 자기 마음 대로 부른다.
<임금님 생신>
삼천 개구리라 하여/임금님의 생신/봄여름가을겨울/음악 꼬꼬대가 열렸네/대머리 까진 영감님/제비 다리에 걸쳐 앉아서/얌냠 맛있게도 냠냠
그밖에 근흥면 정죽리(713~714)의 설미정(13세)도 조사되었으나 장난감 기차, 월계화계 외에 별다른 것이 없어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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