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놀이의 개관
바람개비 돌리기는 바람을 맞으면 잘 돌아갈 수 있게 만든 놀잇감을 가지고 돌리며 노는 놀이로 전국적으로 행해지던 놀이이다.
지방에 따라 ‘팔랑개비’라고도 하고 ‘도르라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놀이이다.
나. 놀이의 유래
바람은 비와 관계되고 비는 곧 농사와 관계되기에 예로부터 바람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환웅이 신단수 아래로 내려 올 때도 바람신을 데리고 오고, 동해안 지방에서는 영등 할미라해서 바람 신을 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하늬바람, 높새바람, 샛바람, 마파람, 비바람 등 바람에 관한 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바람에 민감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세조실록> 권 30에 보면 우리 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새해 풍작을 기원하여 벼, 기장, 조, 보리 콩 등 오곡의 이삭을 볏짚 주저리와 함께 긴 장대에 매달아 마구간 옆이나 대문간 앞에 세웠고 이때 낟알 이삭 밑의 장대에는 바람개비를 만들어 달았는데 이를 ‘보름 볏가리’라 한다고 씌여 있으며 <동국세시기> 정월 상원 조에는 “아이들이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연띄우기를 그만두고 오색 종이에 풀칠을 하여 대나무 가지의 양 끝에 붙이고 자루 끝에 구멍을 뚫고 연결하여 빙빙 돌도록 만든다. 그것을 ‘회회아’(回回兒)라하며 혹은 바람개비라고도 한다. 이런 것은 저자에서도 많이 팔고 있다‘고 씌여 있다.
위의 기록에서 바람개비는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전자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풍년을 바라는 주술적인 의미로서 바람개비이고 후자는 주술적인 의미가 약화되고 놀이적인 요소가 강화된 바람개비인 것이다.
언제부터 이 놀이가 시작되었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위의 두 가지 기록으로 볼 때 아주 오래 전에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형상을 구체적으로 보기 위해 주술적인 의미로 바람개비를 만들어 돌리다가 점차 놀이의 요소만 남게 되어 오늘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다. 놀이방법
1)바람개비 만들기
바람개비를 돌리기 위해서는 바람개비를 만들어야 한다. 바람개비는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크게 나누면 손에 쥐고 달리면서 돌리는 것과 장대 끝에 달아 매서 돌리는 것, 공중으로 날려 보내는 것이 있다. 장대 끝에 달아매서 돌리는 것은 위의 유래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보름볏가리’의 바람개비이고 실제로 만들어 날리는 것은 손에쥐고 달리는 것과 공중으로 날려 보내는 것이 있다.
①네 날개 바람개비
색종이와 같이 정사각형의 네모난 종이와 막대, 핀을 가지고 만드는데 먼저 색종이의 네 각을 접어 접힌 자리를 만든 다음 접힌 자리를 끝으로 중심점을 향하여 5/3 정도 가위로 자른다. 그러면 8개의 각이 생기는데 한 개씩 건너 네 개의 끝을 종이의 중심점에 모아 축에 꿰면 완성된다. 이때 종이의 네 각을 둥글게 접어야 바람을 많이 받아 잘 돈다.
②두 날개 바람개비
수수깡이나 얇은 나무를 깍아 종이를 붙여서 만드는데 먼저 길이 10cm 정도, 두께 5mm 정도 되는 얇게 깍은 나무막대기의 중심에 축을 연결 할 수 있도록 구멍을 뚫는다. 그 다음 깍은 나무의 양 옆에 서로 대칭 되게 조금 빳빳한 종이를 5×6cm 정도 크기로 두 개 붙인다. 이때 한쪽은 오른쪽에, 다른 쪽은 왼쪽에 붙인 다음 나무 막대기의 중심축에 연결하면 된다.
종이가 평면이면 바람을 잘 타지 않기 때문에 작은 나뭇가지로 감았다가 놓으면 더 잘 돌아간다.
③공중 바람개비
공중으로 날게 만든 바람개비는 대나무로 깍은 타원형의 날개를 손잡이 위에 장치한 굴대의 힘으로 날아가게 만든 것이다. 바람개비의 날개는 바람의 힘을 많이 받을 수 있게 가운데 부분은 좀 두텁게하고 양끝으로 가면서 점차 얇게 깍는데 서로 엇비스듬하게 놓이도록 한다. 그리고 굴대의 고정 못에 들어 맞게 두 개의 구멍을 낸다. 굴대는 실을 감을 수 있게 하며 날개를 설치할 수 있는 두 개의 고정 못을 박아 놓는다.
2)바람개비 날리기
보통 10세 전후의 어린 아이들은 손에 쥐고 돌리는 바람개비를 많이 가지고 놀고 15세쯤 되어 손재간이 어느 정도 있는 아이들은 공중 바람개비를 만들어 날린다.
보통 바람개비를 가지고 정해진 곳까지 이어달리기, 선 자리에서 누구의 바람개비가 더 잘돌아가는지 겨루는 데 승부보다 만든 바람개비가 잘 도는 것을 재미로 삼았다.
입에 물고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뛰기도 한다.
라.교육적효과
바람개비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능을 계발시키고 손을 사용하는 기술을 발달시키며 바람의 방향과 물체 운동에 대한 지식을 넓혀 주며 바람개비를 쥐고 달리면서 체력도 단련되는 유용한 놀이이다.
마.기타
요즘 아이들은 민들레 씨앗을 따서 바람에 날리면 홀씨가 하늘로 높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즐거워한다. 옛날에도 이와 비슷한 놀이가 있었는데 동국세시기 상원조에 “생 명주실 한오라기로 거위의 솜털을 묶어 아이들은 바람을 타고 날린다. 이것을 고고매(姑姑妹)라고 한다. 이 말은 몽고말로 봉황이란 뜻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가벼운 것을 날리는 것을 좋아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위의 예도 바람을 이용한 것이고 바람개비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참고문헌>>
심우성, 『우리나라 민속놀이』, 동문선, 1996.
한성겸, 『재미있는 민속놀이』, 금성청년출판사/평양종합인쇄, 1994.
과학원/고고학 및 민속학 연구소, 『조선의 민속놀이』, 푸른숲,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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