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놀이의 개관
겨울철에 방안에서나 넓은 공터에 둘러 앉아서 술래를 정하고 반지나 작은 돌을 숨기고 술래에게 찾게 하는 놀이로 주로 여자들이 많이 하던 놀이이다. 반지를 숨기고 찾기에 ‘반지찾기’ 또는 ‘가락지 찾기’라고 한다.
나. 놀이의 유래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말이나 짓을 ‘시치미를 뗀다’고 한다. 일상 생활에서는 나쁜 짓을 하고 시치미를 떼는 경우 야단을 맞지만 놀이에서는 그렇지 않다.
어른들이 쓰는 물건을 가지고 논다든지, 먹지 말라는 것을 훔쳐 먹는다든지 하는 일 등의 잘못된 일을 해 놓고 어른이 물어보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하고 싶은 것이 아이들의 마음인데 이런 마음이 바로 이 놀이가 만들어진 이유가 된다. 또한 숨기고 찾는 활동은 놀이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로 위의 두가지 요소가 합쳐져 만들어진 놀이이기 때문에 아주 오래 전부터 행해졌다고 여겨진다.
무야라마 지준이 지은 <조선의 향토오락>(1941년)에는 전남 하동, 전라도 구례, 평안북도 북청과 안주, 강원도 양양, 경기도 연천 등 전국 곳곳에서 ‘가락지 찾기’를 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고 경기도 광주에서는 같은 방법인데 소재가 접시인 ‘접시찾기’를 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경북 의성에서는 ‘콩 감추기’와 대구에서는 ‘콩 심기’가 보고되고 있는데 모두 같은 맥락의 놀이로 파악된다. 이와같이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놀이가 보고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 전부터 전국적으로 널리 행해지던 놀이로 여겨진다.
그밖에 안동에서는 놋다리 밟기의 여흥놀이로 ‘콩숨기기’라는 놀이도 있고 북한에서는 ‘사람찾기’가 소개되고 있는데 이도 같은 맥락의 놀이로 여겨진다.
다만 ‘수건돌리기’는 둥근 원의 밖으로 뛰는 반면 우리의 놀이는 주로 원의 안쪽에서 숨기고 찾는다는 점이 차이가 난다.
다. 놀이방법
1)숨기고 찾기(1)
반지나 작은 돌, 콩, 종지(간장) 등을 준비하고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한다. 다른 사람은 둥그렇게 둘러앉고 술래가 된 사람은 가운데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는다.
술래가 눈을 감은 사이 사람들은 무릎 밑으로든 등 뒤로든 옆 사람에게 이리 저리 돌리면서 함께 노래한다. 노래로 충청남도 금산지방에서 수집된 예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둥덩실 둥덩실/ 콩배미야 많이나 먹고서/ 잘 감춰주게
둥덩실 둥덩실/콩배미야 많이나 먹고 /잘 감춰주게(반복)-<금산의 풍악과 소리> 참조
또한 전라도 광주에서는 소재가 간장 종지인데 이때 부르는 노래는 아래와 같다.
돌아간다 돌아간다 종지종지 돌아간다/ 종지종지 돌리자 오종지를 돌리자
찾았네 찾았네 오종지를 찾았네 -<광주의 민속놀이> 참조
위와 같은 노래가 몇 번 되풀이되다가 그치면 술래는 고개를 들고 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아낸다. 반지를 가진 사람은 안 가진 척하고 갖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가 가진 것처럼 눈속임을 한다.
만약 술래가 반지를 가진 사람을 찾아 내면 그 사람이 술래가 되어 다시하고 찾아 내지 못하면 계속 술래가 되는데 세 번 맞추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정한 벌칙을 받아야 한다.
2)숨기고 찾기(2)
숨기고 찾는 것은 같은데 숨기는 사람이 있는 점과 편으로 나누어서 한다는 점이 다르다. 경상도에서는 ‘콩숨기기’라는 이름으로 많이 하는데 먼저 술래를 정하고 숨기는 사람을 정한다. 만약 두 패로 나누어 한다면 각 편의 대장이 나서서 한번은 숨기는 역할을 하고 다음번에는 찾는 역할을 한다.
빙 둘러 앉아 있으면 숨기는 사람과 술래는 원 안에 들어가서 시작한다. 숨기는 사람이 콩이나 작은 물건을 손에 쥐고 둘러 앉은 사람의 치마나 바지를 쿡쿡 찌르면서 노래한다.
콩숨기자 콩숨기자 이콩을 어데 숨겨 콩숨기자 콩숨기자(반복)
술래는 누구에게 숨기는지 감추는 사람을 쫒아 다니며 잘 살피고 숨기는 사람은 어느 한순간 누군에겐가 숨겨야 한다. 숨기는 물건이 작기 때문에 누구에게 숨겼는지 쉽게 발견되지 않고 숨겼다고 해도 계속 되풀이하면서 이곳저곳을 찌르고 다니기에 어느 곳에 숨겼는지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어느 순간 숨기는 사람이 술래에게 누구에게 숨겼는지 찾으라고 하면 술래는 누가 콩(또는 작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서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지목한다. 만약 가지고 있으면 그 사람이 술래가 되는데 술래가 3번에 걸쳐 맞추지 못하면 사람들이 정한 벌칙을 받아야 한다.
3)사람찾기
특정한 물건을 숨기고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나선다는 점이 다르다. 주로 북한 에서 조사되었는데 방법은 아래와 같다.
먼저 술래를 한 명 정하고 나머지는 빙 둘러 앉아 있는다. 술래는 눈을 가리고 있고 나머지 중 한 명이 살금살금 일어나 술래의 머리나 등을 툭 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그러면 술래는 ‘됐냐’고 묻고 나머지는 ‘됐다’고 응답하면 술래는 눈을 뜨고 누가 자기를 쳤는지 찾아내야 한다. 이때 술래가 찾지 못하도록 노래를 함께 하거나 공연히 평상시와 다른 행동으로 혼란하게 만든다. 만약 술래가 찾으면 그 사람이 술래가 되고 찾지 못하면 벌칙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술래를 치고 특정한 사람 뒤에 숨어있기도 한다. 이때 누구의 뒤에 숨었는지를 맞추게 하기도 하고 다른 경우는 숨은 사람을 맞추게 하기도 한다.
이때 문답 형식의 노래가 이어지는데 다음과 같다.
모두-누가 누가 보이냐? // 술래- 이쁜이가 보인다 // 모두-아니 아니 틀렸다
모두-누가 누가 보이냐? // 술래- 개똥이가 보인다 // 모두-아니 아니 틀렸다
모두-누가 누가 보이냐? // 술래- 순희가 보인다 // 모두-맞았다 맞았다
보통 3번의 기회를 줘서 맞추면 술래가 바뀌고 맞추지 못하면 벌칙을 받는다.
라.교육적효과
누가 반지를 가졌을까에 대해 예민한 관찰력과 판단력, 주위 집중력이 필요하며 반대로 반지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주위에 있는 사람도 거짓 행동으로 술래를 혼동시키는 가운데 즐거움과 쾌감을 얻는다.
위에 제시한 것과 같은 다양한 요소가 놀이하면서 길러지게 된다.
마.기타
반지를 가지고도 안 가진 체 능청을 떨면서 잘 속인다고 일상생활에서도 그러면 어쩌나 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일상에서 그러고 싶은 것을 못하니까 이 놀이를 통해서 해소함으로 그런 일이 줄어 들 것이다. 동생이 생기면 인형 놀이를 하면서 동생이라고 하고 때려주고 미워하는 것은 동생에게 부모님의 사랑을 빼앗긴 것에 대한 화풀이로 그렇게 함으로써 감정이 정화되는 것처럼 말이다.
놀이이론 중에 심리학자들은 ‘감정 정화설’(Freud & Erikson 등)을 주장하는데 이 놀이는 그에 적합하다고 여겨진다.
<<참고문헌>>
이상호, 『전래놀이 101가지』, 사계절, 1999.
촌산지순/박전열역, 『조선의 향토오락』, 집문당,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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