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교육이라는 명분하에 학교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폭력의 하나를 신랄하게 파헤친 책이다.
한 인문계고등학교에서 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그리고 학교에서는 수능이라는 커다란 지상과제를 코앞에 두고 있으니 학생의 자살사건 같은 것은 덮어버리려고만 한다.그런 와중에 학교 인터넷 신문 <목소리>의 기자이면서 죽은 찬오와는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영우와 민제는 이 문제를 제기하며 학교 신문에 이를 기획기사로 실어보려 하고 이를 저지하는 학교와도 갈등을 빚는다
또 영우와 민제는 찬오의 죽음을 계기로 1학년 8반의 끔찍했던 악몽의 순간들을 기억해내며 자신을 돌아본다.
영우는 한동네에서 오랫동안 약국을 운영하며 세자식을 키워낸 부모의 막내아들이다.형도 누나도 모두가 일류대 출신인 동생으로 지내는 것도 심적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는 데 엎친데 덮친다는 격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던 누나가 어느날 돌연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만다.이에 부모님은 막내아들은 그저 무난하게 남들하는 만큼만 공부하고 대학에 가기만을 바랄뿐이고 영우 자신도 그저 조용히 고딩생활 보내다가 무사히 3년을 견디고 졸업하는 게 목표이다.그런데 이 모든 것이 김찬오의 자살로 틀어지고 만다.
민제는 학교에서 모범생을 뛰어넘어 영재로 추앙받고 살던 형 동제가 고3이 되던 어느날,대학에 가지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형에게 쏠렸던 모든 이의 기대를....특히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지못하고 감당하며 살아간다.그러던중 김찬오 자살사건이 터지고 자신안에 숨겨왔던 고통이 꿈틀대며 올라오기시작한다.
자살한 찬오,영우,민제의 공통점은 잊기힘든 고통의 나날이었던1학년8반시절과 담임 강태준에 대한 기억이다.
강태준 교사는 나름 직업의식이 투철한 교사이다.학원의 유명쪽집게 강사들처럼 수능에 나올만한 문제도 귀신처럼 잘 뽑아준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가 맡은 반의 학업성적은 다른 반들 보다 평균이 압도적으로 우수하고 그의 학생이 되면 누구나 완벽한 모범생이 되어 원하는 대학에 진학 할 수가 있다.
어떤 학생이든 하면 된다라는 철투철미한 교육철학에 크게 태클을 걸고 들어오는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자신이 담임을 맡은 1학년 8반의 김찬오이다. 찬오는뇌신경쪽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속도가 다른사람보다 느린 희귀병을 앓고 있다.그래서 행동도 느리고 말도 느리고 몸집도 작은 아이이다.담임 강태준은 이를 알면서도 묵살하고 자신의 신념대로 고집대로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하며 이것이 지켜지지않았을 때에는 똑같이 단체 기합인 얼차례를 주었다.처음엔 찬오를 보호하려했던 아이들도 서서히 찬오때문에 자신들이 당해야만하는 고통이 커지자 찬오를 외면하기 시작하고, 책의 표현대로 한다면 쭉 뻗은 아스팔트위의 바위같은 존재인 찬오는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존재로 굳어진다.
사실 찬오는 자살 하기 하루전 1학년 8반이었던 모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거나 직접 찾아갔었고 마지막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다.여기에 영우와 민제도 예외는 될 수 없다.영우는 찬오가 자신을 왜 찾아왔을까?를 놓고 고민을 하고 또 찬오가 남긴 미안하다는 말에 혼란스러워하며 기억하고 싶지않는 1학년8반을 떠올리며 문득
미안하다 말한 찬오가 사실은 죽기 싫다고 살려달라고 외치던 소리였음을 깨닫는다.그러나 그 당시 1학년8반이었던 모든 아이들은 찬오의 미안하다는 말조차 무시해버리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 책에는 또한명의 교사가 등장한다. 바로 강태준교사와 반대되는 인물로 묘사되는 <목소리>의 서용현교사이다.언제나 아이들의 편에 서려 했던 그는 교육현실의 커다란 장벽을 실감하며 스스로 <목소리>의 표지판을 떼어내며 이제까지의 자신은 죽어버렸다는 것을 느낀다.
책에서는 결국 아이들이 만든 기사가 문제가 되어 <목소리>는 폐쇄되고 만다.수 많은 강태준 교사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않고 오늘도 교실에서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을 것이다.또 아이들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려한 소수의 서용현교사는 오늘도 징계를 받고 교실이 아닌 길에서 피켓을 들고 언제 끝날지 알길없는 침묵시위를 한다. 수 많은 영우와 민제는 새벽부터 입시전쟁터에 내몰리며 누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지루한 싸움을 반복해야만한다.
수많은 민제의 엄마는 오늘도 가슴졸이며 자식을 승리자로 만들기위한 노력으로 바쁘기만하다.
우리는 언제까지 끝나지 않는 이 싸움을 계속 해야만 하는걸까?책보다 더 암울한 현실에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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