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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교육희망

[스크랩] `경희대 패륜녀 사건`, 진정 교육을 돌아봐야 할 순간

 

'패륜녀 사건', 진정 교육을 돌아봐야 할 순간

 

패륜을 방관하는 학생들도 심각하기는 마찬가지

며칠 전 [독일교육 이야기]의 독자이신 한 중학교 선생님과 오랜 시간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1년에 50여 명이 넘는 졸업생을 특목고에 입학시킨다는 명문중학교에서 근무 하고 있는 이 선생님은 정말 심각하게 교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고 그만둘 방법은 없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이야기를 듣고 보니 학교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심각한 일들이 너무 많더군요.

2시간이 넘게 이어진 전화통화에서 학생들의 폭력과 욕설에 대한 하소연을 어제 경희대 패륜녀 사건을 보며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는 휴식시간이면 너무나 난폭하고 거칠게 학교를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이 무서워 교무실에서 나가기가 겁이 난다고 했습니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낭자한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고요. 명문 중학교라는 곳의 분위기가 이렇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부모들은 전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고, 여전히 0.5점에 불만을 가지고 학교에 달려와 ‘당신이 내 아이 장래를 책임질 것’이냐며 난리를 피운다고 했습니다.

바로 교육의 문제입니다. 경희대 패륜녀가 아주 특별한 경우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다른 학생들이 방관자였다는 사실과 “학생들도 그러는 거 아냐, 배웠다는 사람들이....”라며 구경만 하고 있던 학생들에게 던진 아주머니의 마지막 푸념에 “네”라며 재미있다는 듯 경쾌하게 대답하던 여학생의 목소리(http://blog.daum.net/film-art/13742976)에 더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학업과 사교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분으로 쌓여 거친 언행으로 표출

‘공부 공부, 일등 일등’하며 달려온 결과가 바로 이것인가요?. 만나는 사람마다 생각이 있는 분들은 교육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날로 삭막해져 가고 있는 아이들의 정서와 이기심을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첨예화된 경쟁, 학업과 사교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슴 속에 분으로 쌓여 거친 언행으로 표출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내 아이의 성적에 큰 불만 없는 사람들, 이미 명문대 진학에 성공시킨 부모들은 다르더군요. 명문대 진학 하나로 자식교육에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얼마 전 저를 인터뷰한 유명한 교육전문지 기자의 경험을 들으니 더욱 확실했습니다. 눈물까지 흘리면서 들려주는 진학 성공담을 듣고 있노라면 ‘이건 정말 아니지 않은가’라는 말을 수도 없이 되 뇌이게 된답니다. 그동안 명문대 진학에 성공한 수많은 어머니들을 만났다는 이 기자는 그런 부모를 인터뷰 할 때마다 대단하거나 훌륭하기 보다는 뭔가 중요한 것이 빠진 교육 이야기라는 생각에 허탈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독일교육 이야기를 들려주면 ‘공부도 못하는 나라 교육이 뭐가 배울게 있어?’라는 반응이지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불철주야 교육 때문에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 앞에 현실성 없는 다른 나라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죄악’이라고까지 말하더군요. 다른 세상 이야기는 듣고 싶지도 않다는 말이지요. 일말의 의심도 없이 앞을 향해서만 달려가는 모습이 참으로 위험해 보였습니다.

자식교육에 성공했다고 자부하는 어떤 어머니의 말이 생각납니다. 요즘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집안도 좋기 때문에 대부분 착하답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지 다른 것에는 관심 없는 순진하고 착한 아이들이라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더 자기 분야에 한해서는 경쟁력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름 일리가 있는듯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밖으로 내돌려 세상을 알게 하는 것도 교육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들으니 독일 학생들과 비교하게 되더군요. 한국 모범생에 비하면 독일아이들은 거친 들판을 뛰어다니며 들짐승처럼 배웁니다. 처음 독일 교육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대체 아이들에게 공부는 언제 시키려는 거야?’라는 의문을 갖게 할 만큼 학생에게 공부보다 중요한 일들이 많습니다.

지금처럼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철이면 고등학생들도 정치인이 누가 옳은 소리를 하는지 그른지 비판의 칼날을 세웁니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학교는 정치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후보들이 학교 강당까지 찾아와 합동유세를 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지요. 독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16세인 고등학교 2학년이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5,6학년이 되면 깡통을 들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모으기도 합니다. 또 아프리카를 돕기 위해 청소를 하기도 하고 차를 닦기도 하는 등 기금을 마련할 궁리를 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는 노력 없이 부모에게 현금을 받아오라고 가르치지는 않지요. 남을 돕기 위해 직접 무엇인가 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사람들은 경희대 패륜녀 사건에서 언급되는 ‘직업에 귀천이 있느니 없느니’를 거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선호하고 기피하는 직업은 당연히 있지만 노동 자체를 신성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과외라는 아르바이트가 흔치 않은 독일 대학생들은 슈퍼마켓 계산대나 창고에서 무거운 짐을 운반한다든지, 공장 단순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발령을 기다리는 교사가 1년 가까이 공장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아무리 많이 배운 사람들도 그런 노동을 부끄러워하지 않지요. 이 시점에서 우리도 진지하게 이런 교육을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아이들을 밖으로 좀 내돌려 세상을 알게 하는 것도 교육입니다.

명문대학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열심히 공부해야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의 학생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대학을 다니던 4년 동안은 단 한 명도 저런 학생을 만난 일도, 본 적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책상에만 앉아서 하는 공부, 지식과 인격이 전혀 별개인 교육을 받고 자란 결과지요. 그 여학생의 욕설을 듣고 있노라니 울화가 치미는 것이 아니라 그저 '허허...'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출처 : 독일교육 이야기
글쓴이 : 무터킨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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