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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시간

나 어릴적에

 

얼마전에 박완서 선생님의 동화집<나 어릴적에>를 읽으며 정말 책 제목 그대로 내 어린시절들을 떠올려보았다.

이 책은 박완서 선생님의 어린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야기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말 모두가 힘들고 가난했을 때 였지만 또 한편으로는그시절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면 가장 행복했을 때 라고 선생님은 말씀 하신다.

이 책은 한 여자아이가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와 겪게되는 이야기를 지극히 한국적이고,따뜻한 그림으로 감동을 주시는 김재홍선생님의 그림과 박완서 선생님 특유의 따뜻한 문체가 어우러진 가슴 훈훈해지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아이들이 읽으면 뭐~저런 시절이 행복하다고..라고 할 수도 있을것이다.그러나 아이들도 가끔은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할때가 있다.그러면 나는 가끔 아이들의 아기때 앨범을 들고 와선 조금은 과장법도 보태며 재미나게 이야기를 들려주곤한다.때론 아이들도 자신의 어린시절이야기를 어떤 옛날이야기보다도 더 재미나게 들을때가 있다.좀처럼 기억에도 없는  아기때의 추억들을 엄마의 이야기만 듣고 떠올려 보려 애쓰는 모습도 보고 있으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기만하다.그리고 아주 가끔씩은 내어린시절 이야기도 들려주기도 한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 세상에 모든 어른들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아무리 평범한 이야기라도 모두 동화가 될 수있다.우리아이들은 세상의 어떤 동화보다도 엄마,아빠의 어린시절이야기를 좋아하기때문이다.

나는 가끔 아이들때문에 힘이들거나 혼낼 일이 생겼을 때 내 어린시절을 떠올려본다.나도 어린시절에 이런건 하기 싫었는데...이런걸 떠올려보면 아이들한테 해야할 잔소리양도 어느새 반으로 줄어드는것 같다.

사실 요즘아이들은 내 어린시절때보다 힘들고 불쌍하다.겉으로 보이는 물질적인것은 풍요하여 행복해 보일지몰라도 정서적으로는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는 지 모르겠다.내 어릴적 추억으로 가장먼저 떠오르는건 집앞 골목길이다.늘 학교마치고 집에오면 해질녘까지 동네 친구들과 집앞 골목에 모여 고무줄놀이,숨바꼭질에 시간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있다.지금 처럼 시설 좋은 놀이터가 따로 없어도 골목전체가 우리들의 놀이터였다.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번듯한 놀이터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어도 아이들은 놀이터에 가서 뛰어 놀 시간이없다.오죽하면 내가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이다음에 어른이되어 아이들이 어린시절 이야기 좀 들려 달라고 하면 얘기 할건 학원하고 컴퓨터게임밖에 없겠다라고 했을까...무엇이든지 시간을 쪼개서 놀기도 해야하고 추억도 만들어야하는 현실이 슬프다.아무런 조건 없이 나 어릴적 처럼 아이들을 맘껏 뛰어 놀게 하고 싶은 데...

오늘 아침에 박완서 선생님이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언제나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메마른 내 가슴을 어루만져 주시던 분이셨는 데...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셔서 그 곳에서도 슬픈영혼들을 달래주는 따뜻한 글들을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