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사가 출판사로부터 판권을 구매할 때 한 번쯤 경험하는 장애가 있다. 출판사는 영상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소설을 훼손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제작사는 소설을 무조건 시나리오 구조에 끼워 맞추려고 애쓰다 원작의 매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푸른여름컨텐츠홀딩스의 한성근 기획실장은 "표면적인 원 소스 멀티 유스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출판사, 영상 제작사, 연극 극단이 원하는 건 결국 좋은 이야기다. 정작 좋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원 소스 멀티 유스를 하자고 모여도, 출판사는 책으로 출간했을 때 얼마나 잘 팔릴 것인지만 고민하고, 영화사는 영화로 만들었을 때 과연 흥행이 가능할 것인지만 골몰한다. 원천 소스인 이야기를 개발하고, 그 이야기는 어떤 매체에 맞을 것인지 각 분야 전문가가 함께 고민해서 최적의 매체를 찾아가는 통섭적 사고가 절실하다."
한성근 기획실장은 이것을 OSMU와 차별화된 'OSMA'(Original Story Multi Application, 오리지널 스토리 멀티 애플리케이션)이라 칭한다. 푸른여름컨텐츠홀딩스는 첫 OSMA 프로젝트를 위해 < 절망의 구 > 김이환 작가와 김성수 추창민 조동호 황병국 필감성 감독이 모인 프로젝트 그룹 '식스센스'를 발족했다. 식스센스가 준비하는 작품은 < 동네전쟁 > (가제). 불가사의한 재앙 때문에 한남동에 고립된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그린 SF로, 기획 단계부터 소설, 드라마, 영화 구조에 부합하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창작하는 중이다.
몇몇 기성 인기 작가에게 오리지널 스토리를 기대지 않고, 역량 있는 신진 장르 작가를 육성하는 투자도 함께 진행한다. 이런 움직임은 영화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 영화 제작사는 내부에 출판팀을 구성해 기획부터 소설과 영화화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작가를 육성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담당자는 "처음엔 오리지널 스토리를 영화화하기에 앞서 소설로 출판해 시장 반응을 살피려는 마케팅 개념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비록 영화화할 수 없는 소설일지라도, 매력적인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가진을 육성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소설과 시나리오를 같이 책임질 수 있는 작가들을 선별해 오리지널 스토리를 창작하는 중이다."
최근 심산시나리오스쿨이 시작한 '시나리오 픽션' 시리즈도 크게 보면 시나리오 작가에게 소설 쓰는 훈련을 시키는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바이람북스 관계자는 "시나리오는 영화화되지 못하면 생명력을 상실한다. 아이디어와 기획이 좋은 경우에도 힘없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시작한 시나리오 픽션 시리즈는 아직 영화화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에 숨을 불어넣기 위한 출발인 셈"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매체의 한계를 넘어선 멀티플레이어 육성을 통해 진정한 원 소스 멀티 유스를 구현하려는 영화계의 시도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 궁금하다.
http://zine.media.daum.net/movieweek/view.html?cateid=100000&cpid=215&newsid=20110429102115862&p=movie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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