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니마 > 는 언제 촬영에 들어갔나?
작년 5월 첫 촬영에 들어갔다. 4월 말부터 두 달 정도 프리프로덕을 진행하고, 7월 초에 촬영하고, 8월 말에 4회차 촬영으로 다 끝냈다.
-처음 < 시선 너머 > 참여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고민을 했나?
사실 처음에는 어떤 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머리를 굴려도 딱 떠오르지 않더라.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알아서 해달라'는 분위기여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웃음) 평소에도 여성 이주 노동자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고, 개인적으로 몽골 지역에 관심이 많아서 몽골 여성이 등장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몽골 출신 여성 이주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섭외가 관건이었을 텐데, 캐스팅하면서 이야기 윤곽이 잡혀갔나?
몽골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을 스무 명 정도 만났다. 그런데 '니마'라는 여자 분한테 들은 에피소드가 가장 끌리더라. 니마는 실제로 4년 동안 모텔에서 일했는데, 시나리오 쓰면서 그녀의 경험담에 많이 의존했다. 인권 영화가 재미를 추구하기란 사실 어렵다. 어쩌면 교육에 목적이 있기도 하고, 또 약간 계몽적이고 딱딱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니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 점들을 비켜가면서 영화적으로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인권에 대해서도 언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극 중 주인공으로 니마를 캐스팅한 결정적인 이유가 궁금하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재밌더라. 포근하고 귀엽고. 존댓말에 능숙하지 않다 보니 반말을 하는데, 남을 깔아뭉개는 어투가 아니라 그냥 버릇처럼 굳어진 거다. 실제로는 배려심도 많고, 일도 열심히 하고, 든든한 분이다. 보통 이주 노동자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은 탄압받고, 약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건데, 이런 정형화된 생각을 깨뜨리고 싶었다. 니마는 이런 의도를 보여주기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아무래도 전문 연기자가 아니라서 감정 잡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떤 디렉션을 줬나?
본인 이야기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특별히 연기 지도 한 건 없다. 니마는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몰입했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그녀는 몽골에 딸이 있는데, 4년 동안 얼굴 한번 못 보고 한국에서 일했다고 하더라.
-이주 노동자나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인권'에 대해 평소에 관심이 있었나?
<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 에도 성 소수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내가 그들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내 생각과 내가 만든 영화가 온전히 같을 수는 없다. 그래서 관심 있는 대상이나 주제는 마음속에 있어도 영화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앞으로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공부를 더 해서라도 이주 노동자 등 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다.
-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인권'이라는 단어에 대해 어떤 의미를 더 가지게 됐나?
시나리오 쓰기 전 자료를 찾아보니, 몽골 사람들이 한국에 일하러 오는 게 남자는 불법이 아니지만 여자는 불법이라고 하더라. 굉장히 불합리한 구조다. 게다가 몽골에서 대학교수였던 사람이 한국에 와서 공장에서 일하는 경우도 봤다. 자본주의가 심각하게 왜곡된 것 같고, 너무도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약자'로 취급받는 건 말도 안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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