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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영화보는 아침

[백문백답]김대승 감독, “정보의 양면성을 주목하라”

- < 시선 너머 > 중 신동일 감독과 같이 '정보 인권'을 다루었다.

2009년 여름,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보 인권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 먼저 제의했다. 작년에 연락받은 감독들은 자유 주제였지만, 당시엔 신동일 감독과 나만 수락한 상태라서 둘 다 정보 인권을 다루게 됐다. 정보 인권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서 뒤늦게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했다. 알면 알수록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주제였기에 큰 중압감 속에서 시작했다.

-그럼 이 주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했나?

제일 큰 숙제는 정보 인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극복하는 일이었다. 정보 인권은 누구나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또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정보를 관리하는 자와 내 의견이 다르지 않으니까 그 피해를 모르는 것뿐이다. 만약 그들과 내가 다른 의견을 갖는다면, 그 순간 내 정보는 나에게 비수가 돼서 돌아오게 된다. 거기서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구상했다.

-정보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성폭력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성폭력이 권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 직장 상사와 부하의 권력관계를 성폭력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더불어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어떻게 다루는지도 한번 짚어보고자 했다.

-영화 내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다가 말미에 가서야 성폭행 장면이 나오더라.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건이 이미 일어난 시점을 보여준 뒤 그 장면을 마지막에 배치했더니 감정이 더 증폭되더라. 원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생기는 리듬감과 속도를 좋아한다. < 번지점프를 하다 > 부터 아직 개봉 안 한 < 연인 > 까지 영화적 시간에 대한 실험을 늘 해왔다. 이번에는 그걸 좀 더 과감하게 해보고 싶었다. 희주(김현주)의 심정을 충실히 따라가면 시간이 불쑥 뛰어도 어색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이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촘촘히 계획했고, 촬영하면서 디테일을 맞춰갔다.

-사건 이후 회사 동료들이 희주를 험담하는 장면은 굉장히 무서웠다.

그게 사회적 편견이다. 그 사건은 팀장(김진근)과 희주 개인의 문제가 아니란 거다. 이들은 가해자와 피해자, 남성과 여성을 대표하는 상징이어야 했다. 그래서 주변에 이들을 평가하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배치했다. 또 그게 우리의 모습이니까.

-희주를 연기한 김현주는 < 신석기 블루스 > (2004) 이후 오랜만에 영화로 만났다. 남자 배우들도 연기가 돋보이던데, 배우들은 어떻게 캐스팅했나?

여배우가 서른이 넘으면 깊이가 생긴다. 김현주 씨에게 그런 느낌을 받아서 제안했는데, 고맙게도 흔쾌히 수락했다. 팀장 역을 맡은 김진근 씨는 < 주홍글씨 > (2004), 희주 남자친구 무영 역을 맡은 유하준은 < 하류인생 > (2004)을 보고 점찍어뒀다가 캐스팅했다. 다들 열의를 갖고 참여해줘서 고맙다. 평소 일하고 싶었던 배우들과 함께해서 좋았다.

-인권 영화를 연출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인권에 대해 공부하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인권 영화는 관객을 설득하는 기능도 있지만, 감독을 재교육하는 효과도 분명히 있다. 예술가는 망루 위에 올라서서 누구도 보지 못하는 사회의 문제를 알리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 번지점프를 하다 > 는 성적 소수자, < 혈의 누 > 는 염치없음, < 가을로 > 는 책임지지 않는 역사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 백문백답 > 에선 정보화 사회라고 떠들지만 그 정보를 과연 누가 보호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이 배우고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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