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생각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들 모습이 떠오른다. 사춘기 자녀를 키워본 부모라면 그때를 기억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온순하고, 착하고, 늘 웃는 아이. 부모와 선생님 말이라면 너무 잘 들어서 걱정이던 아이가 언제부터 '싫어요'라는 말 외에는 하지 않더니, '저 자식이 내 배 속에서 나온 놈 맞아'라는 극악한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던 그 시기, 열네 살.
우수한 학생들만 가는 중학교에 입학해서 파란색 교복을 입은 그날부터 그는 똑같은 교복, 똑같은 공부, 똑같은 미래를 향해 달리는 세상을 향한 치열한 내면의 싸움을 시작한다. 방문에 자물쇠를 걸어 잠그고 파자마로 갈아입은 치하라는 등교를 거부한 채, 하얀 벽에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내가 달려야 할 레이스는 어디에 있을까?' 누구의 이해도 받지 못한 채 홀로 기나긴 터널을 뚫고 나오는 아이.
열네 살이 들어가는 제목의 책이 많아서인지 안타깝게도 이 책은 묻혀버렸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 주변의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과 그 부모에게 이 책을 선물한다. 아이에게는 '어른들이 널 이해 못한다고 너무 힘들어하지는 말라는 위안'을, 어른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말을 대신해서.
박유상 (북스코프 편집장) /
http://zine.media.daum.net/sisain/view.html?cateid=100000&cpid=131&newsid=20111110095630754&p=sis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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