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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우리나라 드라마소식

드라마 PD들이 파업 망설인 까닭

지난 2월23일 MBC는 "문화방송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중앙 일간지에 게재했다. 내용은 이랬다.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일부 방송에서 차질을 빚고 있지만, 대다수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특히 드라마 시청률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는 < 해를 품은 달 > (해품달) 시청자들께 감사드린다." 그런데 이 광고가 오히려 드라마 PD들을 자극했다. 2월27일 드라마 PD 51명 가운데 49명이 성명을 발표했다. "파업 동력을 떨어뜨리려는 꼼수에 드라마가 이용될 수 없다"라며 파업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3월7일부터 < 해품달 > 김도훈 PD, < 무신 > 김진민 PD, < 신들의 만찬 > 이동윤 PD, < 오늘만 같아라 > 김대진 PD가 파업에 합류하고 나섰다. 불방 위기에 놓였던 < 해품달 > 은 스페셜 방송으로 대체되었다(대체 편성 이후 김도훈 PD는 제작에 복귀했다). 세 작품은 PD가 빠진 공백을 보직 부장들이 메웠다.





ⓒMBC 화면 드라마 < 해를 품은 달 > 의 한 장면.

드라마 PD들이 방송 중인 작품을 접고 파업에 참여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외주제작사와의 계약 관계, 대규모 제작진 등 제작 여건의 특수성 때문이다. 드라마 PD들이 고민했던 문제 가운데 하나가 '스태프의 밥줄'이다. 스태프들은 외주제작사나 방송사와 계약을 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한다. 한 드라마 PD는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는 데 스태프가 약 50명 참여한다. PD가 파업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50명, 즉 50가구의 생계를 팽개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예산 규모도 드라마 PD에게는 고민거리였다. 파업으로 드라마가 결방하게 되면, 장비 임차료 지급, 스태프 인건비 문제 등 상황이 복잡해진다. 한 드라마 PD는 "배우들의 스케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제작하기까지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걸린다. 파업에 참여 중인 한 드라마 PD는 "방송을 만드는 것은 인내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한번 헝클어지면 복구하기가 어렵다.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라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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