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들은 언제 어디서나 '카톡질'에 여념이 없다. 밤새 대화방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지 못하면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하기 때문이다. 소외되지 않기 위해 청소년들은 벌건 눈으로 카톡 대화방을 한사코 사수한다. 청소년만의 일은 아니다. 제 앞가림 할 줄 아는 성인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수시로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클릭 한 번이면 마술처럼 친구들을 불러낼 수 있으니 외로울 겨를이 없다.
<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조은평·강지은 공역 동녘 펴냄 |
하지만 <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의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외로움으로부터 멀리 도망쳐나가는 바로 그 길 위에서 당신은 고독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라고 말한다. "놓친 그 고독이 '생각을 집중하게 해서' 신중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창조할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으로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숭고한 조건"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 침투한 경쟁 만능 세태 비판
지그문트 바우만은 '유동하는 근대 세계'라는 독창적인 사상으로 유명한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로, 이탈리아 여성 주간지 < 여성들을 위한 라 레푸블리카 > 에 연재한 편지 44통을 모아 이 책을 엮었다. 유동하는 근대 세계란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끊임없이 액체와 같이 유동하면서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라는 뜻이다.
유동하는 근대 세계의 썰물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10대들의 소비문화에 관여하는가 하면, 문화 엘리트들과, 질병의 발생과 퇴치에도 관여한다. 그중 심각한 곳은 바로 교육 분야다. 바우만은 44개 중 3개의 편지를 할애하면서 요즘 세상을 일러 '교육을 환대하지 않는 세계'라고 일갈한다. 자본은 그 영토를 교육의 영역까지 확대했는데, 교육 현장까지 침투한 경쟁 만능이 불러온 폐해를 지금 전 세계가 경험하고 있다. 바우만은 '산더미처럼 축적된 지식의 덩어리'들이 교육 환경을 무질서와 혼돈으로 내몰았다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새로운 전략들을 고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동녘출판사 제공 바우만(위)은 "고독이 의사소통에 의미와 기반을 마련해준다"라고 말한다. |
한편 바우만은 '종교를 닮은 정치, 정치를 닮은 종교'라는 일갈로 정치와 종교의 편협함을 질타한다. 바우만은 "사실상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권력을 추구하는 조직들은 동일한 영역에서 작동하면서 동일한 고객들을 목표로 삼고 유사한 욕구들을 충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약속한다"라고 주장한다. 바우만은 종교가 개인적인 불확실성을, 정치가 집단적인 불확실성을 배가시키는 세상에서 "신마저도 인류와 함께 죽어버릴 것처럼 보인다"라고 애통해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은 불안과 공포라는 삶의 위기 속에서 우리 앞에 도착한 지혜의 메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 빈곤 속에 선택의 폭이 좁았던 우리 부모 세대와 달리, 정보의 홍수 속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늘 갈팡질팡하는 우리에게 <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은 갈림길 하나를 더듬을 수 있는 안목을 제시한다. 그래서 시인 장석주는 "바우만은 그 특유의 통찰력으로… 껍질이 아니라 '진리의 낟알'들을 찾고 가려낼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한다"라고 이 책을 추켜세운다.
장동석 (출판 평론가) /
http://media.daum.net/zine/sisain/newsview?newsid=20121207000312056
세상은 점점 스마트해지는데.. 우리는 점점 무언가 잃어버리고 사는 것 같은 느낌...
요즘 그런걸 자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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