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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우리나라 드라마소식

'보고싶다'를 착한드라마로 임명합니다

[오마이뉴스 이영광 기자]

< 보고싶다 > 가 방송되기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주연을 맡은 박유천은 " < 보고싶다 > 를 보기 전에는 화장지를 준비해야할 듯싶다"라고 가슴을 울리는 드라마가 될 것을 예고했다. 아니나 다를까 < 보고싶다 > 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엔 작품을 쓴 문희정 작가에게 관심을 가질만하다. 그동안 < 그대 웃어요 > 와 < 내 마음이 들리니 > 등의 작품으로 특유의 감수성을 보인 작가다. 두 작품은 눈물을 자극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아 문희정 작가는 '착한 드라마 작가'라는 애칭을 얻었다.



< 보고싶다 > 의 한장면

ⓒ MBC

문 작가의 감성 필력은 < 보고싶다 > 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멜로물만큼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기 쉬운 장르도 없을 것이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 이라는 노래가사가 있을 정도로 사랑 이야기는 호소력이 강하기 때문에 눈물을 끌어 내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반문 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멜로물을 쓴다고 해서 다 눈물을 이끌어 낼 수는 없다.



< 보고싶다 > 에서 이수연 역을 맡은 윤은혜

ⓒ MBC

< 보고싶다 > 가 착한 드라마일 수 있는 이유

< 보고싶다 > 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상처의 치유과정을 그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15살의 어린 소년과 소녀의 풋사랑과 함께 유년시절 큰 상처를 입은 그들이 헤어진 후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는 게 극의 큰 줄기다.

이야기의 흐름을 본다면 단순한 멜로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 안에는 성폭행 문제와 사법 정의의 실종이라는 사회적 코드가 숨어있다. < 보고싶다 > 는 극 초반에 성폭행 장면을 그대로 등장시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회가 거듭하면서 당시 제작진들의 결정엔 나름의 이유가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이수연(윤은혜 분)이 성폭행 당한 후 살해를 당한 것처럼 사건을 은폐했지만 그것을 믿지 않는 김명희(송옥숙 분)과 한정우(박유천 분)은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며 무려 14년을 함께 살아간다. 1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이들은 아직도 14년 전 시간에 멈춰 있다. 멜로에 부조리한 사회 단상을 접목시킨 것이다.

멜로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데렐라와 바보온달 모티브도 < 보고싶다 > 에선 다르다. 재벌가와 서민을 대비시키며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끌어 가는 시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한정우의 집안과 이수연의 집은 갑부와 서민이라는 대비로 볼 수도 있다. 단지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을 뿐이다.



< 보고싶다 > 10회에서 강상득 살인범으로 밝혀진 청소부 아줌마 송미정(김미경 분)

ⓒ MBC

사회적 지위의 차이 대신 성폭행의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 의식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지우려고 애쓰는 이수연과 그녀를 하루도 잊지 않고 14년을 그리워한 한정우를 내세웠다. 또 그들 주변을 맴돌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두 어머니를 내세웠다.

눈물샘을 자극 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고도 잘 살아가는 가해자들과, 범죄의 후유증으로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는 피해자 가족을 대비시켰다. 이는 우리 주변 이웃의 모습이다.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 문 작가 특유의 담담하지만 감성적인 필체가 바로 < 보고싶다 > 가 자극하는 눈물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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