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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살아가는 이야기

행복을 주는 그림, 마음을 쓰다듬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그림 한 점. 이달부터 주제와 어울리는 그림과 전문가의 설명을 곁들인 '행복을 주는 그림'을 소개한다.
그 시작을 여는 6월호에서는 분노가 최고조에 이른 사회, 눈 뜨고 일어나면 경악스러운 일들이 벌어지는 지금 시대에서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힐링'에 관한 그림을 이야기한다. 아웃도어 활동이 활발한 것도 힐링의 일환이겠지만 힐링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예술 작품에 잠시 눈길을 두어 화풍과 색채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Swimming Pool」
김이슬/장지에 채색, 분채, 석채/53×65.2cm


전체적으로 블루 컬러의 시원한 색감이 돋보이는 이 작품 속에서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며 산책하거나, 풀장에 누워 나른하게 햇볕을 쬐는 등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힐링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김이슬 작가는 여행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낸다. 국내뿐 아니라 베트남, 산토리니, 싱가포르 등 직접 여행하며 보고 겪은 풍경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내고 있다. "저에게 여행은 새로운 곳을 향한 도전이고 모험이에요. 낯선 설렘을 즐기지만 그 즐거움은 온전히 제 것만은 아니에요. 감상자를 위한 경험의 대리인이 되는 거죠. 제 작품이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경험, 가봤던 곳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색감과 평면을 입체적으로 변형시킨 아기자기한 공간 구성으로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냈다. 동시에 동양 특유의 따뜻하고 온화한 채색으로 포근함과 마음의 안정을 느낄 수 있다.





「Cell People in Love #03」
재미킴/장지에 아크릴/90×90cm


사랑스럽고 따뜻한 컬러가 주를 이루는 이 작품은 온통 'L, O, V, E'라는 알파벳으로 뒤덮여 있다. 과연 이 작품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재미킴 작가가 꼽은 힐링 포인트는 바로 사랑이다. 그림에는 'L, O, V, E'라는 알파벳을 이용해 건물 모양을 만들고 작가가 만든 캐릭터인 셀피플이 알파벳을 옮기는 모습이 담겨 있다. 작가는 색 하나하나를 '감정 세포'라고 칭하고 이러한 색이 조합된 하나의 형상을 '셀피플'이라고 이름 붙였다. 다양한 색만큼 다양한 감정을 지닌 셀피플은 곧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스마트한 사회는 사람들을 더욱 외롭고 고독하게 만든다. 이 작품의 러브 시티는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외롭고 지친 사람들을 위로한다.





「Delicious」 윤은정/Oil on Canvas/162.2×97cm


딸기의 싱싱하고 탐스러운 컬러를 여과 없이 담아낸 이 작품은 차가운 시냇가에 담가놓은 오이처럼 청량하고 아삭하며 신선한 느낌을 준다. 윤은정 작가에게 힐링이란 시들지 않는 싱싱함이며 지지 않는 봄이다. 가장 신선하고 탐스러운 것들의 형태를 그대로 정지시켜 캔버스에 옮긴다. 우리가 아름답거나 소중한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처럼 작가의 작업 또한 마찬가지다. 이 작품 역시 보는 것만으로도 딸기를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직접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들도록 극사실주의적인 표현을 통해 유한한 아름다움이 영원한 생명력으로 탄생하는 순간을 담아냈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싱싱한 기운을 받고 유한한 것에 대한 가치를 깨닫는 동시에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찰나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삶의 고단함에 지치고 좌절하는 지금이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작가의 의도를 완벽히 읽어낸 것이다.





「환영」 강호성/비단에 채색/130×140cm

강호성 작가는 작업실 주변을 산책하면서 만난 환상들을 그림으로 옮긴다. "과연 내가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반영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그 시선의 초첨을 꿈과 사랑, 이상향에 맞추었습니다. 어릴 적 누구나 꿈꿔본 적이 있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려고 하죠.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 어릴 적의 순수한 기억을 떠올리고 따뜻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작가는 이런 생각을 어린아이와 각종 악기를 소재로 사용해 표현한다. 악기 주변으로 모여든 아이들,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은 잔잔한 색감과 부드러운 선을 사용해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또 긴장된 마음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행복을 주는 그림을 소개해준 임동욱 아트 디렉터는…





프리랜서 전시 기획자이자 블루오션 호텔아트페어 조직위원장이며 현재 갤러리 엘르의 대표를 맡고 있다. 2012년 개관한 갤러리 엘르는 국내 유명 화가와 유망한 신진 작가의 미술품을 전시, 소개하고 판매한다. 또 매월 '도심 속 오케스트라' 연주회와 'Red Label' 갤러리 파티를 개최해 갤러리의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쉽게 작품을 감상하고 소장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진행 / 이채영(객원기자) ■그림 제공 / 갤러리 엘르(02-790-2138)>

http://media.daum.net/zine/ladykh/newsview?newsid=20130605172615676